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요즘 자동차 및 교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법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와 개선은 곧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부각되는 몇 가지 현안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우선 올해초 이슈가 된 자동차 번호판 문제는 식상할 정도로 각종 매스컴에서 다뤄 이젠 더 이상 주목받지도 않는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 지 곰곰이 따질 필요가 있다. 건설교통부 입장부터 보자. 단지 이전 번호판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전국적 통일을 위해 지역표기를 아라비아 숫자로 바꾸면서 한글로 표기되는 한 글자를 위로 올린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말썽이 난 데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결점이 있다면 번호판 첫 글자로서 서울 지역번호의 하나인 "01"을 "02"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01"로 시작되다 보니 "01"의 경우 "이"자로, 다른 경우에도 "이모" 등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02"부터 시작했으면 이러한 문제도 없애고 서울 지역번호도 "02"이니 일석이조였을 텐데 아쉬운 심정이다.
전반적인 디자인 등도 지적받고 있으나 크게 보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주거지 변경에 따른 번호판 교체도 필요없고 관리측면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상당히 감소시킨다.
필자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건교부 담당부서에서 이전 관례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좀더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했었으면 하는 점이다. 현재의 자동차는 디자인, 성능 등 전반적으로 1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따라서 이에 맞는 번호판 디자인은 자동차 스타일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의식도 선진화되면서 이전과는 매우 달라졌으므로 이에 걸맞는 정책변화가 요구된다.
여론에도 문제가 있다. 인터넷 등의 활성화에 따라 여론몰이식 형태가 눈에 많이 띄면서 어떤 경우에는 올바른 방향설정에 도리어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초지일관된 모습을 독선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며, 어떤 주제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저렇게 결단력이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일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아름다우면서도 무엇보다 안전을 위주로 한 기능적인 측면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 기능을 기반으로 다른 요소가 가미돼 우리가 만드는 자동차문화가 존재한다. 이번 번호판 문제를 보면서 양면의 특성을 충족시키는 "중용"을 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가늠하게 됐다.
모두들 한 걸음 물러서서 신중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여론도 경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정부도 좀더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또 시민들은 주어진 문제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는 안목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 6월1일부터 시작된 "정지선 지키기" 운동도 계몽차원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통관련 NGO에서 활동중인 필자로서도 이 문제는 큰 관심사며, 또 하나의 무리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있었던 카파라치 제도의 경우도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이 국민을 감시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간주, 결사적으로 반대했었다. 실제 이 제도를 시행해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명쾌한 결과도 없었으며, 강제 시행방법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혹자는 이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선진화를 지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강제 시행에는 무엇보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즉 해당되는 자동차문화 수준을 기초로 한 같은 수준의 강제적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 자동차 및 교통문화는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공감대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제적 시행에 앞서 반복교육 및 계몽이 필수적이다. 5년, 10년을 기다리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 10년 전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리던 담배꽁초를 이제는 잘 버리지 않는 걸 보면 선진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무리수를 지양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인내와 끈기로 기다리자. 10년 이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