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뉴 S40이 새로 선보였다.
S40은 볼보 세단 라인업의 막내다.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월드데뷔를 한 뒤 올해초부터 세계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국내에선 지난 4월말 신고식을 마친 뒤 시판에 나섰다.
개인적으로, 볼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볼보를 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옛날같지 않아서다. 톱 브랜드는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나름대로의 자리를 차지했던 볼보였다. 그러나 요즘엔 볼보를 사랑한다는 소비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볼보의 정체성이 흐려지면서 고객들의 열의도 옛날같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볼보하면 한 세대 이전의 740이나 960같은 각진 모델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쨌든 볼보를 보노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짠~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꼬맹이 볼보와 즐거운 데이트에 나섰다. 220마력의 T5와 170마력의 2.4i 두 가지 모델 중 시승차는 T5다.
▲디자인
뉴 S40의 디자인은 꼬맹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볼보치곤 작다. 차 길이는 4,470mm로 아반떼XD(4,525mm)보다 짧다. 폭은 EF쏘나타와 아반떼의 중간쯤이다. 엔진에 비하면 작은 크기. 그러나 유럽차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흔하다. 작은 차에 큰 엔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작은 덩치지만 실내 공간효율을 높이기 위해 앞뒤 오버행을 거의 주지 않고 범퍼 바로 뒤에 타이어를 위치시켰다. 실내공간과 주행안정성을 동시에 노린 레이아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새겨진 볼보 엠블럼은 “나도 볼보다”라고 외치고 있다. 보닛 라인은 단정하게 마무리됐다. 리어램프가 그리는 독특한 라인도 눈길을 멈추게 한다.
이 차는 실내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센터페시아(볼보는 이를 센터스텍으로 불렀다)는 자동차가 아닌 가구의 디자인이다. 얇은 판으로 만들어 오디오와 공조스위치들을 위치시켰다. 보기에도 ‘쿨’한 디자인이다.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상상한 결과다.
상상을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현해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이커의 의사결정이 그 만큼 탄력적이고 열려 있다는 것.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의 의견이 그 만큼 존중받는다고 읽고 싶다.
리어 글래스는 마치 슈퍼카처럼 잔뜩 뒤로 누웠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흉내를 낸 것 같다. 어색하지 않고 멋있어 보인다.
A, B 필러는 조금 두껍다. 두꺼운 필러는 운전하는 데 알게 모르게 부담을 준다. 특히 코너를 돌아나갈 땐 아주 작은 부분의 사소한 시야장애도 신경쓰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티어링 휠 한가운데 "떡"하니 볼보 엠블럼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엠블럼을 보며 콘돔을 생각한 건 아마도 기자의 상상력의 한계 탓일 게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며 콘돔을 떠올렸고, 이어서 "안전"함을 상징하는 디자인일 거라고 나름대로 해석해봤다.
지붕쪽에 실내등 스위치들이 모여 있는 플라스틱 패널은 좀더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가절감을 조금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래도 볼보인데.
▲성능
직렬 5기통 터보 엔진은 250마력에 달하는 힘을 뿜어낸다. 배기량은 2,521cc. 작고 가벼운 엔진이다. 이미 5기통 엔진을 앞서 개발했던 볼보는 이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있다. 5기통 엔진을 가로로 놓기는 쉽지 않다. 5개의 실린더를 가진 엔진을 좁은 엔진룸에, 그 것도 가로로 놓으려면 작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변속기는 팁트로닉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형 5단 자동변속기다.
뉴 S40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가속을 하면 시속 140km 이상까지도 순간적으로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7.2초에 불과하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자격을 갖췄다.
달리는 자세도 안정적이다. 차 크기는 작지만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넓어 차체 거동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속도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작다. 고속에서도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건 차의 신뢰성이 높고 안정적임을 말해준다.
코너링은 재미있다. 꽤 과하다 싶을 만큼 차를 괴롭히며 굽은 길을 몰아붙이는데도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의도대로 따라왔다. 스포츠 세단으로서 충실한 성능이다.
훌륭한 엔진과 하체의 성능에 비해 팁트로닉 기능을 겸한 5단 자동변속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변속레버를 수동모드로 세팅하고 레버를 조작하면 무겁고 뻑뻑하다. 손목에 힘을 주고 움직여야 할 정도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툭 치듯이 변속하면 걸린다. 기름칠 안된 손잡이를 돌리는 것 같다.
▲경제성
시승모델의 가격은 5,150만원이다. 한 급 아래인 2.4i는 4,350만원. 자동차의 가격, 특히 수입차의 가격은 싸다, 비싸다로 무 자르듯 얘기할 수 없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처지와 판단기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경쟁모델들과의 가격대를 비교해 보면 그런대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 도움을 받는다.
BMW 320i(5,280만원), 포드 몬데오 2.5(3,780만원), 사브 9-3 아크(5,143만원), 폭스바겐 파사트 2.8 4모션(5,300만원) 정도가 가격 혹은 배기량 기준으로 견줄 수 있는 모델들이다. 비교적 경쟁이 치열한 시장임을 알 수 있다. 같은 가격에 톱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을 선택할 수도, 아니면 비슷한 배기량이면서도 가격은 훨씬 싼 미국차를 택할 수도 있는 마켓포지션이다.
결국 볼보로서는 뉴 S40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고객들에게 좀 더 강조해야 한다. 차를 산 고객들이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그래도 볼보니까 선택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볼보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