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레일 디젤엔진의 시동꺼짐 현상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 정작 시동꺼짐으로 100만~200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피해자는 있으나 여전히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회사와 정유회사가 서로 문제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기 때문.
상황이 이렇자 소비자보호원은 두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원인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모두 수긍했다. 소보원은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 실주행시험을 치렀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 섞인 경유를 시험연료로 사용했다.
일단 소보원의 시험결과에서 시동꺼짐 현상은 없었다. 그러나 소보원은 실주행시험으로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기 어려워 건설교통부 산하 성능시험연구소에 정밀시험을 의뢰했다. 문제는 소보원 시험에서 물이 섞인 경유를 썼으나 시동꺼짐 현상이 없었다는 데서 출발했다. 물론 소보원 입장에선 이 사안이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보다 정확한 원인진단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했다.
소보원 관계자의 말을 빌면 "1차 진료소에서 병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옮긴 것"이다. 따라서 1차 진료기관의 진단결과를 공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결과를 놓고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당장 물 섞인 경유 주입으로 시동꺼짐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가 물 섞인 경유를 파는 주유소가 많다는 지적을 해 옴에 따라 진퇴양난의 입장이다.
정유업계는 이런 이유로 소보원의 시험결과가 공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때는 1차 진료소의 진단소견서가 첨부되는 만큼 소보원의 시험결과는 공식 발표돼야 옳다는 설명이다.
물론 자동차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업계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의 시동꺼짐 현상이 물 섞인 경유를 사용한 모든 차에 일어나는 게 아닌 만큼 주행시험만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이 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소보원이 나선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의 시동꺼짐 현상은 매우 기술적인 사안이어서 처음부터 장비가 부족한 소보원이 맡기엔 무리였다는 것. 물론 소보원이 정밀진단을 위해 성능시험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했으나 결과가 나오려면 올해말이나 돼야 한다. 성능시험연구소도 자체 시험계획이 있어 소보원의 시험의뢰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
그 동안 커먼레일 디젤엔진의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시동이 꺼져 서비스센터에 가면 불량경유를 사용해 그렇다는 말과 200만원 가량의 수리견적서만 내밀 뿐이다. 주유소와 정유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면 "기름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뿐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소보원이 진심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성능시험연구소에 시험을 의뢰, 지금쯤 정확한 원인규명이 됐어야 하는 이유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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