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뉴 S-타입이 한국에 왔다.
재규어의 새로운 S-타입은 디자인과 성능에서 모두 의미있는 변화를 거쳤다. 더욱 세련된 외모를 갖췄고,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첨단,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면모를 세웠다는 게 메이커측의 설명이다.
재규어 뉴 S-타입은 V6 2.5, V6 3.0, V8 4.2 등 세 가지 엔진이 있는데 이 중 2.5와 3.0 두 종류만 국내에 판매된다. 링커 LS와 플랫폼을 공유했다는 재규어 뉴 S-타입 V6 3.0을 시승했다.
▲디자인
재규어는 디자인이 강한 차다. 물론 차의 성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재규어 디자인이 갖는 독창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뉴 S-타입은 선이 간결해졌다. 이 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들 수 있다. 어떤 차에도 없는 재규어 S-타입만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릴의 형상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든다. 그릴이 시원하고 넓게 자리잡은 데다 트윈 머플러가 적용돼 좋은 궁합을 이루고 있다. 흡배기 효율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무게를 줄여 앞뒤의 중량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연비면에서도 감량의 영향은 크다.
재규어는 어두운 녹색이나 은회색이 어울린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혹은 선입견일 수도 있다. 그 차에 대한 고쳐지지 않는 생각…. 그러나 이번 시승차의 컬러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컬러가 주는 약간의 긴장감은 있으나 재규어에 어울리는 컬러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차의 기계적인 레이아웃은 FR이다. 뒷좌석 공간 손해는 필연적이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는 센터터널로 인해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가장 불편하다. 뒷좌석에서는 머리 윗공간도, 앞좌석과의 거리도 그리 넉넉지 않다.
도어를 여닫다 보면 밀폐감이 매우 좋음을 직감할 수 있다. 도어가 닫힐 때의 느낌이 그렇다. 밀폐된 실내가 만들어내는 반발력이다.
센터페시아는 가죽으로 감싸 고급스러운 맛을 풍기려 했지만 그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의 소재가 썩 고급스럽지 않아서다. 도어 그립도 마찬가지다.
▲성능
재규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자동변속기의 게이트 방식. 스텝트로닉, 혹은 팁트로닉이라며 수동과 자동을 겸했다는 방식보다는 각 레인지별로 위치가 정해진 게이트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수동처럼 변속하는 손맛이 레버를 툭툭치는 팁트로닉보다 좋아서다. 하지만 뭐든지 가급적 덜 움직이기를 원하는 "귀차니스트"들에게는 스텝트로닉보다는 팁트로닉이, 팁트로닉보다는 그냥 자동변속기의 D레인지가 편할 것이다.
재규어 뉴 S-타입에선 어쩔 수 없이 변속기가 주목받게 돼 있다. 신형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돼서다. 4단 AT가 주류를 이루고, 5단 AT가 신기술로 인정받는 시장에 6단 AT를 들고 나선 것. 화끈하게 적들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6단은 5단에비해 변속효율이 높고 모든 속도영역에서 상대적으로 고른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주차브레이크는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자식으로, 이전과 변함이 없다. 굳이 손으로 해제하지 않아도 가속 페달을 밟고 차를 출발시키면 자동으로 풀린다. 언덕길에서 출발할 때 이용하면 좋다. 그러나 고급 스포츠 세단을 타면서 언덕길 출발용으로 주차브레이크를 이용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출발할 때 휠스핀을 살짝 하는 게 어떨까. 하지만 그런 실수도 이 차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DSC(다이내믹 스태빌러티 컨트롤)가 있어 바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자제어되기 때문이다.
스포츠카의 다이내믹함을 즐기려면 트랙션컨트롤을 해제하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하면 순간적으로 차를 컨트롤하기 힘든 상황을 만나기 쉽다. 적어도 운전자에게 선택권은 있다. 얌전하고 안전하게 차를 운전할 지, 아니면 다이내믹하고 적극적으로 차를 조종할 지.
뉴 S-타입은 운전하기 편했다. 뒷바퀴굴림이어서 직진안정성과 승차감이 좋다. 도로에 딱 붙어 달린다는 느낌이 타이어와 핸들을 통해 전해진다. 기분좋은 주행이다. 서스펜션은 조금 딱딱한 편이어서 신뢰성을 준다.
코너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FR차의 특성상 한도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는 급격히 조종성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속 100km로 90도 커브를 도는 게 아니라면, 즉 극단적인 코너링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코너에서는 시트가 운전자의 옆구리를 잘 잡아준다. 운전자세가 흔들리거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잘 만들어진 시트다.
V6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241마력. 토크는 30.6kg·m에 이른다. 시속 200km를 넘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속에서도 차체가 안정감을 유지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지 않아도 됐다. 트윈머플러에서 터져 나오는 가속음은 귀에 착착 감긴다. 듣기 좋게 튜닝된 소리다.
뉴 S-타입은 A.R.T.S(Adaptive Restraint Technology System)를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초음파 센서와 시트에 내재된 중량센서를 이용해 탑승자의 위치, 체중,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 모든 정보를 감지, 에어백의 팽창 여부 및 팽창압력을 판단한다. 이 밖에 충격흡수식 헤드레스트, 비상제동보조장치(EBA) 등 탑승자의 안전을 고려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경제성
뉴 S-타입의 가격은 2.5 V6가 7,680만원, 3.0 V6가 8,350만원이다. V6 3.0 6단 AT의 연비는 9.3km/ℓ. 럭셔리가 앞에 붙는 차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가격을 제시한다. 재규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제값을 주고 차를 사는 건 다음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킬 때다.
먼저, 소비자의 지갑이 두둑해야 할 것. 그리고 차를 믿을 수 있어야 할 것. 즉 부자 소비자들에게 차와 브랜드 이미지가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팔린다는 얘기다. 한국 시장에서 재규어가 두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지 지켜봐야 하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