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력 싸움"
자동차시장에서 벌어지는 회사, 차종끼리의 경쟁은 치열하다. 때론 자존심 경쟁으로 번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경쟁차보다 1마력 앞선 모델을 만드는 게 대표적인 예다. 라이벌에 절대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1마력 싸움으로 번지는 것. 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시장경쟁의 현실이다. 유치해도 이기는 게 점잖게 지는 것보다 낫다.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다면 1마력은 ‘말 한 마리가 끄는 힘’이라는 물리적 의미 이상을 갖는다.
현대자동차가 테라칸 파워플러스를 개발, 최근 출시했다. 성능과 내외관 편의장비 일부를 개선했다는 게 메이커의 설명이다. 변화의 핵심은 엔진출력. 최고출력 174마력을 앞세워 국산 SUV 중 가장 높은 파워임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쌍용 렉스턴이 170마력으로 최강이었다. 경쟁모델보다 무려 4마력이나 앞선 엔진이다. 4마력이나 1마력이나 결국은 상대를 이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4마력은 테라칸의 자존심이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엔진 업그레이드를 제대로 못했던 쌍용이 렉스턴에 새 엔진을 얹은 지 겨우 6개월만에 ‘동급 최강’ 자리는 다시 테라칸에게 돌아갔다. 6개월만에 자리를 내준 렉스턴이 또 얼마만에 그 자리를 되찾을 지를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테라칸을 다섯 달 남짓만에 다시 만났다. 시승차는 "테라칸 파워플러스"의 2.9 CRDi.
▲디자인
모두가 알고 있듯이 테라칸은 고성능, 고급 SUV를 추구한다. 국산 최고의 SUV라는 말이다.
시승차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스타일을 적용했다고 하나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자세히 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약간의 변화를 겪었고 앞뒤 범퍼도 전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전엔 간간이 크롬 장식들이 있었지만 모두 자취를 감췄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마일드’해졌다. 강인한 분위기에서 조금 부드러워졌다고나 할까.
사이드 가니시 등 차체에 덧대는 대형 플라스틱 부품들도 모두 바뀌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한눈에 변화를 알아보기는 힘들다. 달라진 부분을 지적하며 설명해줘야 "아!~"하며 동의할 수 있을 정도다.
실내에는 무광크롬이 적용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계기판은 은색이고 다기능 플로콘솔, 가죽 도어그립 등이 더해졌다. 추운 날씨에 엉덩이를 데워주는 열선이 내장된 시트를 1열에 기본 배치했다.
이번 변화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임모빌라이저를 전 모델에 달았다는 것. 임모빌라이저란 일종의 도난방지장치로 시동키에 코드가 있어 다른 키로는 시동이 걸리지 않게 만든 것. 코드가 다르면 연료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이 장비가 있으면 확실히 도난방지효과가 크다. 차도둑들이 임모빌라이저가 내장된 차는 잘 안훔친다. 작업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능
테라칸의 파워는 이전에도 익히 경험했던 바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190km를 무시로 드나들었던, 게다가 4마력이 더해졌으니 오죽할까.
새 테라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속주행은 승용차 버금가 SUV같지 않은 성능을 보였다. 덩치가 있어 처음 출발할 때 가속반응이 조금 늦다는 생각을 갖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속반응은 모든 속도영역에서 우수했다. 밟으면 밟는 대로 달렸다.
소음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예전 인터쿨러 터보 디젤 엔진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가속할 때 공기를 빨아들이는 인터쿨러 터보의 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안정되고 덜 시끄러운 엔진음이다. 커먼레일 엔진의 우수성이다.
서스펜션은 조금 무르다. 오프로드에서는 출렁이는 느낌도 든다. 스티어링 응답성도 민감하다고 할 수는 없다. 스티어링 유격이 있어 반 박자 정도 느린 특성을 보였다. 이는 때로 오프로드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험한 노면에서 전해지는 수많은 충격을 어느 정도 걸러주기 때문이다. 오프로드 주행까지 감안한 SUV라면 이해가 가는 특성들이다. 이를 감안하고 여기에 맞춰 운전하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서스펜션이 소프트하지만 코너에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거나 뒤가 흔들리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지만 ATT 방식의 풀타임 4륜구동장치가 차체의 거동을 안정되게 해준다.
테라칸 파워플러스는 2륜구동과 4륜구동이 있으며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2,132만∼2,836만원이다.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려면 173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연비는 4WD 4단 오토매틱 기준으로 10km/ℓ 수준.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