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동사태 불안정 등으로 인한 고유가 행진과 국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가짜 휘발유를 제조해 "세녹스", "LP파워" 같은 유사 휘발유로 속여 판매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가짜휘발유 제조.유통 적발건수는 2천839건, 3천443명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 휘발유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책 검거보다 톨루엔.솔벤트 등의 원료를 공급하는 원료 공급책 검거가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 가짜 휘발유 제조.유통 실태 = 서울 관악경찰서는 14일 충남 당진군 신평면 농가 창고에 제조공장을 차린 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시가 30억원 상당의 가짜 휘발유 303만ℓ를 제조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유통시킨 일당을 검거했다. 지난달에는 충남 금산군 진산면의 한 창고에서 시가 13억원 상당의 가짜 휘발유 135만ℓ를 제조한 일당과 충남 논산시 광석면 100평 규모의 창고에서 시가 46억원 상당의 가짜 휘발유 466만ℓ를 제조한 일당이 검거됐다.
5월에도 경북 김천시 남면의 빈집 창고에서 가짜 휘발유를 제조한 일당이 검거됐으며, 충북 청원군에서도 시가 20억원 상당의 가짜 휘발유를 제조한 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달 6일에는 충남의 운전전문학원 2곳에서 교육용 차량에 가짜 휘발유를 넣어 사용한 혐의로 운전전문학원장이 붙잡혔다.
가짜휘발유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까지는 보통 5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정제하면 톨루엔.솔벤트 등의 부산물이 나오는데 원료 공급책이 이 부산물을 확보해 제조책에게 판매한다. 이후 제조책은 보통 시골 농가의 창고에 시설을 갖춰 가짜 휘발유를 만들어 총판매책, 소매책을 통해 "세녹스"나 "LP파워"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플라스틱 통에 담아 유사 휘발유로 속여 판매하는 것이다.
◆ 가짜 휘발유 유통 원인과 대책 = 가짜 휘발유 범죄가 이처럼 계속되는 데는 고유가 행진에 따라 소비자들이 일반 휘발유보다 가격이 싼 유사 휘발유에 더 유혹받기 쉽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는 13일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서자 휘발유 등 석유제품 전 품목을 ℓ당 24원씩 인상하면서 휘발유 공장도 가격도 ℓ당 1천262원에서 1천286원으로 올랐다. SK㈜와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휘발유 가격을 각각 1천275원에서 1천270원으로, 1천276원에서 1천269원으로 인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에 29.4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가 석유 수요의 예상외 증가, 미국의 휘발유 공급불안 등으로 2004년 1.4분기에 32.0달러 수준으로 급등한 뒤 2.4분기에는 35.4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사휘발유 "세녹스", "LP파워"라며 1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는 가짜 휘발유에 소비자들이 쉽게 유혹받는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범죄 근절을 위해 소비자들에 대한 단속보다 공급 커넥션상의 연결고리 단절을 주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휘발유 범죄에 있어 핵심은 제조책에게 원료를 공급하는 원료 공급책에 있다"며 "원료 공급책과 제조책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짜휘발유 공장이 "면"이나 "리" 단위의 시골지역 창고인 경우가 많은 만큼 시골 지역에 탱크로리가 자주 드나들 경우 신고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