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7cc의 1인2역

입력 2004년07월1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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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7을 말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지붕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307SW를 탈 때엔 지붕을 절반 이상 덮어버리는 글래스 루프가 하도 넓어, 하늘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더니 307CC에서는 아예 지붕이 사라져 버린다.

하늘과 운전자 사이를 가르는 지붕이 없어지고 맨몸으로 하늘과 하나가 돼 달린다. 사라진 지붕은 트렁크 공간 윗부분으로 얌전히 접혀 들어간다. 접히는 지붕이 신기할 건 없다. 이미 하드톱 컨버터블 방식을 채택한 여러 차종에서 봐 왔기 때문. 그러나 미니밴과 컨버터블이 307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며 존재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푸조 307CC를 만났다. 뒤에 붙는 cc는 "캠퍼스 커플"의 약자가 아니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첫글자다. 지붕을 덮으면 쿠페가 되고, 벗기면 카브리올레가 된다는 의미다.

▲디자인
307cc는 200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듬해 파리모터쇼에서 양산모델이 데뷔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푸조의 수호신 새끼사자가 지키고 있다. 언제 봐도 변치 않는 모습에 정이 간다. 오래 사귄 친구를 보는 듯하다.

헤드 램프와 리어컴비네이션 램프는 강한 인상을 준다. 리어 램프는 특히 그랬다. 리어 램프 디자인은 보기 편한 모양은 아니다. 브레이크등이 들어올 때 나타나는 사선 표시는 그나마 경쾌한 이미지를 전한다.

이 차는 4인승이다. 성인 4명이 충분히 탈 만큼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나 뒷좌석에 성인 2명이 편하게 앉기는 힘들어 보인다. 시트는 만들어 놨지만 그리고 엉덩이 부분을 깊게 파놓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짧은 거리를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라면 문제가 없겠다.

똑같이 4명을 위한 시트를 가졌지만 푸조 307cc는 4인승이고 푸조 206cc는 2인승이다. 4인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뒤 좌석 간 거리가 최소 650mm를 넘겨야 한다. 307cc는 이를 넘겨 4인승이고, 206cc는 이 보다 짧아 2인승이다. 어쨌든 하드톱 컨버터블로서 4인승은 푸조차가 처음이다.

이 차는 투도어로 도어가 긴 편이어서 차 양쪽 옆공간을 넓게 잡고 주차해야 편히 하차할 수 있다. 옆공간이 좁으면 도어가 열리는 폭도 좁아 몸을 비틀며 내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약 25초 후에 지붕이 완전히 열린다. 여닫는 동안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에 계속 힘을 주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25초라는 시간은 실제 이상으로 길게 느껴진다. 시속 10km 미만이라면 움직이면서도 루프를 여닫을 수 있다. 버튼은 4개의 좌석 어디에서나 조작할 수 있는 위치인 한 가운데 배치됐다.

사이드 미러는 좁은 편이다. 사이드 미러로 뒤를 살피다 보면 눈에 딱 맞은, 작은 선글래스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스티어링 휠 아래로는 시동키를 포함해 모두 5개의 레버가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장치들이 밀집돼 있다. 방향지시등, 와이퍼, 오디오 볼륨 조절장치, 크루즈 컨트롤을 겸한 속도조절 버튼, 시동키 등이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속도를 높이는 맛은 일반인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주는 요소다. 전자오락을 하거나 레이싱 게임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핸들 주변에 5개의 레버가 붙어 있다 보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손가락만으로 차를 운전할 수 있을 정도다.

▲성능
2.0ℓ에 최고 138마력의 힘을 내는 엔진은 순발력이 다소 떨어졌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속도가 잠깐 처지는 느낌을 주고, 한두 스텝 후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푸석푸석한 기분이다. 즉각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한 스텝 쉬고 달려간다. 형광등같다.

그래서 다이내믹한 맛은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스포츠 모드로 세팅하면 차체 반응이 조금은 민감해진 것을 느낄 수 있으나 카브리올레여서 스포츠카만큼의 성능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아도 시속 150km를 넘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 속도에 이르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 가속하다 보면 도로상황이 속도를 올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가속을 하다 보면 막 탄력을 받아 이제 속도를 좀 내보나 하면 앞차가 가로막는 상황이 이어진다. 하지만 한적한 도로에서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가속하면 시속 200km까지도 넘보는 저력을 보여준다.

밤에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면 헤드램프가 약 1분간 길을 밝혀준 뒤 스스로 꺼진다. 주인에 충성을 다하는 새끼사자의 배려다.

카브리올레여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접어도 좋다. 이 차는 충돌테스트인 유로엔캡(EuroNCAP) 테스트에서 별4개를 획득했다. 여기에 더해 전자식 센서가 장착된 세이프티 롤 오버 바가 뒷좌석 헤드레스트 안에 있다. 차가 전복할 경우 스마트 박스가 신호를 보내면 롤 오버 바의 고정장치가 풀리면서 순간적으로 튀어 나와 운전자를 위한 안전공간을 확보해준다.

카브리올레로 오픈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그에 맞는 안전장치들을 세심하게 확보했다. ABS, EBA, ESP, 자동 비상경고등이 차의 안전도를 한 단계 높여준다.

▲경제성
307cc는 206cc보다 한 급 위의 모델이다. 206cc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줬다면 307은 업그레이드된 차다. 가격보다는 합리성, 기능성으로 승부를 거는 차다.

이 차의 가격은 스포츠가 4,980만원, 클래식은 5,390만원이다. 수입차시장에서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대다.

307은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뒷좌석이 다소 좁다고는 하지만 엄연한 4인승으로 어린이들이 있는 경우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지붕을 닫으면 쿠페, 열면 카브리올레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차 한 대로 두 대 효과를 볼 수 있다. 307 CC는 이런 점에서 꽤 큰 만족을 운전자에게 주는 차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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