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의 차이, 지금 한국 자동차업계는‥

입력 2004년07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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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시장이 외국업체와 토종업체로 양분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사실 자동차회사를 두고 외국회사니, 국내회사니 구분하는 것도 이제는 무의미하다. 외국회사 제품을 사면 매국이고, 국내업체 제품을 사면 애국인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매출액과 생산 기준으로 1위 자동차회사는 단연 현대자동차다. 다음으로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순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GM대우와 르노삼성은 각각 "GM"과 "르노"라는 힘있는(?) 백그라운드가 버티고 있다.

이들 모기업을 포함해 순위를 다시 매기면 업체 순위는 매출액 기준으로 GM대우, 현대-기아, 르노삼성, 쌍용 순이 된다. GM의 경우 GM대우를 포함해 지난해 글로벌그룹의 총 매출액이 222조원에 달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매출액 60조원이 그야말로 작아보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 1년 정부예산이 198조원임을 감안하면 222조원의 매출은 외형으로 보기에도 엄청난 규모다.

국내 순위와 글로벌 순위를 굳이 거론하는 건 내수시장을 보는 이들 업체의 시각이 전혀 달라서다. 우선 현대-기아는 내수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성장기반이 내수시장이었으며, 지금도 전체 생산분의 30%를 내수에서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에 있어 양보는 없다. 심지어 현대와 기아 사이의 경쟁도 치열한데, 하물며 지붕을 벗어난 업체를 대할 때는 더할 나위 없다. 수출비중이 70%를 넘어섰으나 여전히 내수확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셈이다.

이에 반해 GM대우와 르노삼성은 행보가 다소 느긋하다. 그러나 겉으로만 느긋할 뿐 이들의 걸음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GM대우의 경우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점유율이 좀체로 높아지지 않는다. 물론 전반적인 소비추세가 SUV로 옮겨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SUV 라인의 결핍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 게 주원인이다. 그래서 이들은 경쟁차종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 즉 승용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 가량 신장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것.

그렇다고 GM대우가 서두르는 건 아니다. GM대우는 내수시장의 경우 차종이 확대되고, 새 모델이 추가되면 점유율은 당연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에서 늘 "왜 점유율이 떨어지느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회사 최고경영자인 닉 라일리 사장은 "우리는 뒤늦게 출발했다. 아직 준비기간이다.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아울러 그는 "지금은 수출이 중요한 때이며, GM대우는 수출주력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글로벌 GM의 규모를 거론한다. 말인즉 "GM이 마음만 먹으면 내수시장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매출 222조원짜리 회사가 60조원 회사와의 경쟁을 선포하면 언제든 저가공세를 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물론 현실은 어렵지만 가능성은 늘 열어두는 셈이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GM대우와 비슷하다. 중장기 계획에 따라 모든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점이 그렇다. 제롬 스톨 사장이 등장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내수의존도가 너무 높다. 수출대책은 있느냐. 신차종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사실 이 회사의 내수의존도가 높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톨 사장은 언제나 "우리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될 뿐이다. 변한 건 없다. 수출은 2006년부터 한다"는 대답을 되풀이한다. 조급히 생각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쌍용은 어떨까. 이미 알고 있듯이 쌍용은 내수의존도가 90% 이상이다. 그러나 인기 급상승중인 SUV를 제품군으로 확보, 내수시장에선 경쟁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현재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수출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물론 이유는 향후 내수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SUV 인기가 한순간 꺾이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GM대우와 르노삼성이 SUV를 개발중이어서 갈 길이 바쁘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도 당장의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 여기에 대우와 삼성처럼 든든한 외국자본의 "배경"도 없다.

간혹 자동차관련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늘 타격을 받는 회사가 쌍용이다. 그들의 말로는 "힘이 없어서"다. 그러나 그 보다는 독자행보에 채권단이라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란 해석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 뭐든 하려고 하면 늘 중도에 멈춘다. 이유는 "채권단이 허락하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소진관 쌍용 사장도 채권단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게 회사 안팎의 중론이다. 벗어나야 투자를 하든,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든 회사가 할 것이라는 얘기다.

디젤승용차 허용과 저공해차 개발, 불경기, 청년실업, 신용경색, 저유황 연료의 공급, 노사 대립 등 요즘 자동차업계에 닥친 현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슬기롭게 대처하겠지만, 어쩌면 대처하는 방식도 앞을 향해 걸어가는 행보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은 것 같아 흥미롭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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