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 5단 AT "이젠 잘 나간다"

입력 2004년07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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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쏘렌토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쏘렌토가 5단 자동변속기(AT) 때문에 리콜까지 가고만 것은 믿었던 큰아들이 사고를 친 것과 같은 셈이다. 사실 쏘렌토는 기아에 둘도 없는 효자였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매달 5,000대 가량 팔리며 기아의 체면을 살려준 차다. 그런 쏘렌토가 변속기 문제로 발목을 잡힌 것. 기아로선 이만저만 속상한 일이 아니다.

기아는 신속하게 5단 AT를 개선하고 진화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있지 않으나, 기아는 쏘렌토의 이미지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제대로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검증과정에 네티즌 동호회원 등 100여명도 함께 했다고 한다. 객관적인 검증을 받았다는 말이다.

▲성능
쏘렌토 2.5 AT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의 중점은 변속기다. 단도직입, 거두절미하고 변속기부터 얘기하자.

쏘렌토에 처음 장착된 자동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이 만든 4단 AT였다. 일부에선 변속기를 국산화하기 전에 차를 사야 한다는 얘기가 농반진반으로 나왔다. 마치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했다.

기아는 이 변속기를 왜 굳이 교체했을까. 우선 5단 AT의 필요성을 들 수 있다. 5단 AT는 이제 대세다. 유럽에선 이미 자동변속기의 절반 이상이 5단이다. 6단 심지어 7단 AT까지도 나왔다. 이런 마당에 4단 AT로는 어딘가 부족한 것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아는 자동변속기를 다른 데서 사와야 하는 입장이다. 아직 자동변속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고 보기 힘든 단계다. 즉 기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당장 완성된 변속기를 들여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독자기술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업체의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원가절감도 고려했을 것임은 묻지 않아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전수를 거부하는 아이신 대신 자트코(JATCO)의 5단 AT를 들여왔다는 설명이다. 길게 보면 이번 쏘렌토의 자동변속기 문제는 기아가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불한 수업료인 성격이 강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문제없고 시장에서 사랑받는 기존 제품을 계속 쓰는 게 맞겠지만 메이커로서는 독자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접시론’이라는 게 있다. “일을 열심히 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용서하겠지만 접시 깨지는 게 두려워 아무 일도 안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과거의 한 서울시장이 한 말이다.

기아 쏘렌토의 변속기 문제를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독자기술을 갖추기 위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접시가 깨진 것이다. 물론 접시 깬 책임을 피해선 안된다. 피해지지도 않는다. 좀 더 치밀하고 완전하게 일을 진행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필요 이상으로 질책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나갔다. 시속 160km까지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다.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아 킥다운을 한 상태로 40km를 넘기면서 2단으로 시프트업된다. 70km에서 3단으로 변속되고 그 상태가 110km까지 이어진 뒤 4단으로 넘어간다. 킥다운 상태에선 5단 변속이 안된다.

가속감은 좋다. 2t이 조금 넘는 차의 무게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내닫는다.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 바빠지면서 속도는 곧 시속 160km에 육박하지만 이를 넘어서면서는 가속이 더디다.

킥다운이 아닌 일반주행상태에서 변속은 2,000rpm 이하에서 이뤄진다. 변속시점을 앞당긴 결과다. 이전에는 2,000~2,500rpm에서 변속됐다. 일부에선 이 보다 높은 rpm에서 변속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rpm이 높은 상태에서 변속되면 연비면에서 손해를 보는 건 물론 엔진이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적극적인 스포츠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들은 오히려 높은 rpm과 친하다. 기아측은 이를 유럽형과 한국형으로 표현했다. 즉 성능을 중시하는 유럽형에 맞춰진 변속기를 연비와 소음을 중시하는 ‘한국형’으로 개선했다는 것.

얌전하고 차분한 변속기다. 가속 반응도 그렇다. 가속 페달을 밟고 차체가 반응하기까지 약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쏘렌토 수동변속기를 운전할 때 느끼는 경쾌하고 파워풀한 느낌이 자동변속기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대신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자동변속기쪽이 강하다.

한참을 달리고 나서 변속기 레버 아래쪽 바닥에 손을 짚어봤다. 따뜻함을 조금 넘어선 열기가 전해졌다. 단열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다. 딱 중간 정도다. 포장도로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하는 대신 과격한 코너링 등 액션이 커질 때는 조금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4륜구동차인 만큼 쉽게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느낌은 실제와 약간의 거리가 있다.

쏘렌토의 4WD는 파트타임을 기본으로 하고 액티브 4WD(ATT)를 선택할 수 있다. ATT는 주행상황에 맞춰 앞뒤로의 구동력 배분이 수시로 변하는 것. 로 포지션도 갖췄다. 험로주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셈이다. 물론 소비자가 원하면 4륜구동이 아닌 2륜구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

차 밖에서 듣는 엔진소리는 역시 이 차가 디젤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실내에 들어오면 그 소리는 많이 잦아든다.

▲디자인과 경제성
쏘렌토는 보기에 믿음직하다. 어깨가 딱 벌어진 청년을 보는 듯하다. 그 등에 업히면 더없이 편할 것 같은 든든함. 어쩌면 그런 느낌은 메이커에 대한 믿음과 직결되는 지 모른다. 쏘렌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믿었던 이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메이커와 차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그 차를 샀을 리가 없을 테니까.

앞뒤 오버행은 거추장스럽지 않게 짧게 마무리했다. 4륜구동차로 오프로드에 나설 때도 안성맞춤인 체격이다. 그러나 쏘렌토는 거친 오프로더라기보다 도시형 SUV에 가깝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덕이다.

쏘렌토의 가격은 2,000만원부터다. 두바퀴굴림에 수동변속기로 옵션을 모두 빼면 이 가격에 살 수 있다. 자동변속기를 선택하려면 197만원이 든다. 4륜구동 모델은 2,196만원부터다. 가장 비싼 모델인 리미티드는 2,844만원이다.

4WD 5단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메이커가 말하는 연비는 10.1km/ℓ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박형철 기자 pho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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