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유업체들이 경기 불황속에서도 직원들에게 풍성한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많은 이익을 내자 유가 인상분을 국내 소비자에게 떠넘겨 정유사들이 이익을 거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정유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고유가 덕택으로 좋은 경영실적을 올린 뒤 직원들에게 250∼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정유업체들이 가격이 오르기 전 원유를 확보해 놓고도 막상 국내에 공급할 때는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엄청난 마진을 챙기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즉 정유사가 보통 3개월전에 원유를 미리 확보해 놓고도 정작 석유제품 가격 조정시에는 최근의 국제제품 가격에 따라 올린다는 것.
소비자들은 선적한 원유가 석유제품으로 제조돼 나오는 중간에 국제유가가 인상될 경우 정유사들은 가격결정일 전 2주간의 국제제품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막대한 정제마진을 챙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유가가 오를수록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셈이 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가격의 결정 시기는 3개월 전이 아니라 선적 시점인 1개월전이며 정제마진은 국제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제조경비를 뺀 데서 나온 결과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따라서 원유수송기간에 발생한 원유가격 인상이 정제마진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요즘처럼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원유의 인상분이 다음 달로 넘어가 장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의 효과는 있지만 국제유가란 떨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해석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25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SK㈜는 전체적으로 7천48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이 중에는 정제사업부분의 3천688억원 뿐 아니라 석유화학 부문의 2천619억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정제마진을 통해서만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이 아니라 사업다각화와 중국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에 1천93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300%의 성과급을 지급한 에쓰-오일도 정제마진이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한 요인이지만 수출이나 효율성이 높은 정유기술 개발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원유 중에 절반을 차지하는 벙커C유를 완전처리해 휘발유로 만들고 있고 생산물량의 50%를 중국으로 수출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며 "정유사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는 오해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수익은 수요가 뒷받침되어야만 좋아질 수 있다"며 요즘처럼 유가가 계속 오르면 소비 감소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실적 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