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지붕삼아 달린다. 하늘을 지붕삼아 자는 사람을 노숙자라고 부르지만 하늘을 지붕삼아 달리는 사람은 부자로 대접받는다. 컨버터블은 비싼 차다. 같은 형태의 세단에 비해 훨씬 비싸다. BMW코리아가 럭셔리 오픈카 645Ci를 내놨다. 이 차를 타고 무더위가 한발짝 물러선 서해안을 찾았다.
▲디자인
강한 개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디자인이다. 특히 헤드램프는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여전히 키드니 그릴은 있었던 그 자리에 있다. 모양은 다소 변했으나 BMW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모습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강한 디자인이다. 간결하지만 과감한 선처리가 주목을 끈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시트는 베이지색 가죽, 나머지 부분은 검정색으로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쪽으로 살짝 각을 줘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운전자가 쉽게 보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센터페시아는 무척 간결해졌다. 7시리즈에서 물려받은 i드라이브 덕에 오디오와 공조장치들을 죠그셔틀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TV까지 나오고 내비게이션은 CD 등을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내비게이션을 쓸 수 없었다. 컵홀더는 접을 수 없다.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트렁크 공간은 지붕이 접혀지는 공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지붕을 열지 않았다면 트렁크 공간을 훨씬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원래 컨버터블은 2인승이 제격이다. 멋과 분위기를 위해 합리성과 경제성을 희생시키는 게 컨버터블에선 용서가 된다. 그러나 645Ci는 4인승이다. 4명이 타도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멋과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성능
이 차의 스티어링 성능은 경이롭다. 핸들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는 크게 움직인다. 보통 차와 확연히 차이나는 수준. 성감대를 건드리는 것처럼 반응이 크고 적극적이다. 저속에서 이랬던 성능은 그러나 고속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둔해진다. 안전을 위해서다.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에서도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스티어링 조작에 반응하면 차가 달리다가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다. 액티브 스티어링을 채택한 결과다. 저속에선 민감하고 고속에선 무디다.
핸들을 잡으면 스티어링 휠이 굵게 느껴진다. 단단한 성능을 상징하듯 휠이 손 안에 꽉차게 들어온다. 디자인에서 느꼈던 강한 인상은 이 처럼 스티어링 휠을 통해 재차 강조된다. 오디오를 제대로 조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그셔틀을 돌려 원하는 소리를 듣는 학습이 전재돼야 한다.
운전자세를 제대로 잡으면 몸이 약간 뒤로 젖혀진다. 모자를 눌러쓸 때 모자 챙이 눈에 걸리는 것처럼 지붕이 바짝 내려와 앞시야 윗부분을 어느 정도 차지한다. 게다가 운전석에 앉으면 보닛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차간 거리가 좁혀지거나 장애물이 근접해 있을 땐 불편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스포츠카 저리 가라할 성능을 보인다.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 부지런히 속도를 높여 6.2초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하고, 시속 200km를 넘기기도 어렵지 않다. 제원표 상의 최고속도는 250km/h. 지붕을 벗기고 시속 200km를 한참 넘긴 속도에서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옆창을 올린 데다 뒤에서 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을 막아주는 뒷창이 올라와 있어 지붕을 닫은 상태와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다. 뒷창을 내리면 고속에서의 불안감은 급상승한다. 유리창 하나가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
빨리 달리는 성능도 경이롭지만 전 속도영역에서 가벼운 몸놀림이 더욱 압권이다. 몸무게 1,820kg.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가 겨우 5.5kg이 안된다. 알루미늄 등의 신소재를 대거 채택한 결과다. 강한 힘에 가벼운 몸은 스포츠카의 필수조건. 이 같은 체격조건 덕에 언제, 어떤 속도에서도 강한 힘을 뿜어내며 추월가속을 할 수 있다.
이 차에는 팁트로닉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려 있다. 6단 변속기는 이제 럭셔리카에서는 기본이 되는 추세다. BMW의 팁트로닉은 스틱을 밑으로 내려야 시프트업이고, 밀어올리면 시프트 다운이다.
지붕을 여닫는 데에는 25초가 걸린다. 여닫는 동안 내내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게 불편하다면 불편한 일이다. 시속 30km 미만으로 움직이면서 지붕을 조절할 수도 있다.
시승차는 DSC(다이내믹 스태빌러티 컨트롤), DTC(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 등 첨단 기능이 대거 적용돼 어지간해서는 차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버튼을 눌러 DSC 기능을 일부러 멈추고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했지만 차가 심하게 뒤틀리는 느낌은 없었다. DSC 기능을 작동시키면 그 이상의 안정성을 보일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뒷바퀴굴림인 탓에 승차감도 좋은 편이고 앞뒤 무게배분도 50대 50에 맞췄다는 게 메이커의 설명이다. 타이어는 공기압이 전혀 없어도 일정 거리를 지속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19인치 런플랫 방식이다.
645라면 엔진 배기량이 4.5ℓ라야 맞겠지만 이 차의 정확한 배기량은 4,398cc, 즉 4.4ℓ다. BMW는 이 처럼 엔진에 따라 조금의 과장 혹은 겸손이 있다. 320은 2.1ℓ, 318이 2.0ℓ 등 간혹 헷갈리게 하는 엔진들이 있다. 이 차도 그 중 하나다.
▲경제성
앞서도 언급했듯이 컨버터블은 비싼 차다. 게다가 경제성이나 합리성은 멋과 분위기 등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희생되기도 한다.
이 차의 판매가격은 1억5,900만원. 4인승이다. 2인승 컨버터블은 세컨드카로나 탈 수 있지만 4인승 컨버터블이라면 평상시에도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2인승도 평상시에 사용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부자연스러운 건 사실이다. 두 대를 장만하느니 한 대로 두 대처럼 쓸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차다. 이 정도의 차를 살 구매력이 있다면 차 한 대를 더 사고 덜 사는 문제는 그리 큰 게 아닐 것이란 짐작을 해본다.
BMW의 독일 본사가 밝히는 이 차의 연비는 도심에서 5.4km/ℓ, 고속도로에서 10.4km/ℓ다. 평균연비는 7.8km/ℓ다.
어차피 이 차는 주력일 수 없다. 틈새를 파고드는 차다. 수입차시장에서 BMW 세단이 이제는 흔한 차가 된만큼 색다른 BMW를 원한다면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