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세상, 이 고고한 연꽃을 보라

입력 2004년09월0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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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물러날 즈음이면 전남 무안으로 향한다. 그 곳에 가면 지난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 헝클어진 마음 속에 산뜻한 기력을 불어넣는 꽃 한 송이 곱게 피워서 돌아올 수 있다.

8월말에서 9월초순경이면 전국의 크고 작은 연못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활짝활짝 봉우리를 터트린다. 이 곳 전남 무안의 회산지를 위시해 전북 전주의 덕진공원, 정읍 피향정, 충남 아산 인취사 등의 연못을 뒤덮는 소담스런 연꽃은 시인묵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특히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회산지는 10여만평의 드넓은 저수지를 가득 채운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데, 때를 맞춰 이 곳에선 해마다 연꽃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넙적한 푸른 연잎에 둘러싸여 한 점 두 점 고고히 솟은 아담한 연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고아한 그 자태도 자태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분위기가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안식을 준다. 아마도 그 것은 진흙수렁 속에서 청정하게 꽃을 피어 올리는 연꽃의 생태에 대한 우러름인지도 모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곳에서 축제가 열렸다(8월14일~22일). 그러나 축제가 끝났다고 아쉬워 할 건 없다. 오히려 제대로 구경하려면 축제기간이 끝난 요즘이 더 실속있다. 몰려드는 인파행렬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저수지를 꽉 메운 연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는 때는 8월말에서 9월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축제기간중에 태풍 메기가 몰아친 덕분에 악천후 속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무안 회산지의 장관과 마주하면 "도대체 이 연꽃을 누가 왜 가꿨나"하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6·25 직후 이 곳 주민 정수동(작고) 씨가 아들이 주워 온 연줄기 12개를 가지고 키워낸, 기적같은 연꽃 서식지다. 이 곳에는 특히 불교에서 중시하는 백련이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백련은 홍련에 비해 꽃송이는 작지만 흔치 않아 귀히 여기는 꽃이다. 홍련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소담스런 꽃송이는 고아한 정취를 풍긴다.

연(蓮)은 연못의 진흙바닥에 뿌리를 내린다. 연이 자라면 연못물은 절로 맑아지는데, 연뿌리가 물을 정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진흙수렁에서 피어나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피는 연꽃의 생태(生態)를, 마치 오탁악세(五濁惡世)에 살지만 번뇌에서 해탈(解脫)해 청정한 닐바나(涅槃)의 경지를 지향하고자 하는 불교의 이상에 비유, 일찍이 불교의 상징으로 삼았다.

서역에서 들어온 연은 열대 아시아가 원산으로, 뿌리는 마디가 있는 둥근 막대모양이고 옆으로 길게 뻗는다. 잎줄기가 부채살처럼 퍼져 있는 연녹색의 크고 둥근 잎(40cm 정도)이 뿌리 줄기에서 나와 물 위에서 자라는데 물에 젖질 않는다. 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7~8월에 피는데 한 꽃대에 한 송이만 나온다. 꽃 속에 원추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녹색 연밥(꽃받기;花托)이 있고 윗면에 구멍이 있는데, 그 안에 2cm 정도의 타원형 씨가 있으며 10월경에 익는다. 연씨는 수명이 길어서 3,000년이 지나도 싹을 틔운다고 한다.

먼 길을 달려온 무안에서 연꽃 구경만 하고 돌아가기 섭섭하다면 톱머리 해수욕장, 조금나루 해수욕장, 도리포 유원지 등 즐비한 해안유원지를 찾아도 좋고, 그 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항공우주전시관 구경도 빼놓긴 아쉽다. 무안읍에서 몽탄 방면으로 5km 정도 달리면 무안역 맞은 편에 호담 항공우주전시관이 보인다. 이 곳 출신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옥만호 장군이 사재를 들여 건립한 곳으로 실물 항공기 11대가 전시돼 있다.

*별미
몽탄면에는 유명한 ‘명산장어’가 기다린다. 무안 5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산장어는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변에 위치한 몽탄면 명산리에서 나는 장어다. 이 곳에선 ‘명산’하면 ‘장어구이’를 말할 정도로 유명하다. 영산강 하류 갯벌에서 나는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품으로 이름높다. 일제시대에는 명산에 장어 통조림공장이 설치돼 200여척의 장어잡이가 성어를 이뤘으나 영산강 하구둑 축조 이후 장어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군에서는 명산장어의 옛 명성을 살리기 위해 전국 실뱀장어 생산 어민회와 공동으로 영산강변에 토산 어종인 뱀장어 치어 1만마리를 방류하기도 했다.

이 곳의 소문난 맛집은 원조집인 ‘명산장어집( 061-452-3379 )’과 허브향을 이용해 장어구이를 선보이는 ‘좋은자연’(061-452-6780) 두 곳이 대표적이다. “그래도 원조겠지”를 고집하는 이들은 기다림과 불친절을 다소 각오해야 한다.

장어구이 외에도 무안에는 발이 가늘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 향미가 있어 입 안에 착 감기는 세발낙지가 유명하다. 무안읍 공용터미널 뒷골목은 낙지골목으로 유명하며 낙지를 깨끗이 씻어 식초에 찍어 먹는 맛(일명 기절낙지)은 무안지역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별미다.

사창리의 암퇘지 삼겹살과 목살 및 목등심을 인공 숯불이 아닌 볏짚을 이용해 구워낸 짚불구이, 무안 양파를 주원료로 특수 조제한 양파사료를 먹여 키운 양파 한우고기, 도리포 생선회도 이 곳이 자랑하는 별미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일로 인터체인지까지 달린다. 종착지인 목포 인터체인지 바로 전이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일로읍내로 들어가 지방도 811번을 따라 가면 가는 내내 회산 백련지 안내표시가 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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