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330, 여전히 조용한 렉서스의 주력

입력 2004년10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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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대표선수 ES330이 살짝 변했다. 페이스리프트 정도다. 범퍼,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과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리어 가니시 디자인이 바뀌었다. HID 헤드램프는 프로젝터 타입으로 변경됐다. 전체적으로는 고급스럽고, 샤프해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접이식 미러다. 일본이나 미국 판매모델에는 없는 장치다. 한국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일본 본사를 설득한 결과다. 한국에서 접이식 미러는 꼭 필요하다고 본사를 졸랐다는 후문이다.

그 게 대단한 장치라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다. 버튼을 누르면 사이드 미러가 접히는 게 큰 기술이 있어야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시장만을 위한 품목이 채택됐다는 게 중요하다. 그 만큼 장사가 되는 시장이니 본사에서도 그 지역을 위해 배려할 만한 건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다. 시장에서 차를 많이 팔고 그 만큼 커진 시장을 위해 본사가 별도로 고민하고 배려하는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생산라인에 품목 하나를 추가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큼 한국이 이제 영양가있는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페이스리프트된 렉서스 뉴 ES330을 탔다.

▲디자인
ES330은 렉서스 라인업의 핵심이다. 렉서스 브랜드를 단 차종 모두 나름대로 의미있는 차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역시 ES330이다. 핵심이자 주력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BMW 530과는 꽤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가운데 실적우위를 보이고 있고, 벤츠 E320과는 엄청난 격차로 앞서고 있다.

ES330은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지난 9월까지의 누계 등록대수가 2,200대를 넘겼다. 매달 200대 이상씩 판매된 실적이다. 서울 강남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차가 바로 렉서스고, 그 중 대부분이 ES330이다. 수입차 지존의 자리를 꿰찬 차다.

뉴 ES330은 페이스리프튿되면서 일부 디자인을 손보긴 했다지만 ‘대폭’ 바뀐 게 아니다. 디테일을 부분적으로 손본 수준이랄까. 소폭의 변화다.

이 차의 운전석에 앉으면 부잣집 안방에 들어온 것 같다. 부잣집 안방에서 느끼는 건 두 가지다. 우선 고급스럽게 잘 꾸며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고급스러움이 편안하게 와닿지 않는다. 침묵이 짓누르는, 어딘가 모를 불편함. 이 차의 운전석에선 그런 기분이 든다. 물론 그 건 전적으로 기자가 느끼는 기분일 뿐이다. 중요한 건 렉서스의 타깃 고객들은 그 안에서 더 없는 편안함을 갖지 않을까.

가죽시트, 반짝반짝 광이 나는 우드그레인과 우드핸들,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 센터페시아는 충분히 고급스럽다. 품격도 있다. 깊은 맛도 난다.

▲성능
과거에 ES300을 탔을 때 기자는 닌자의 조용한 움직임에 이 차를 비유한 적이 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민첩하고 재빠른 닌자처럼 ES300도 그랬다.

뉴 ES330이 예전 ES300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 조용함은 여전했다. 예전에도 조용했고, 지금도 조용한 차다. 심야의 자유로를 시속 180km를 넘나들며 달렸다. 변함없는 조용함이 때론 따분함으로 이어질 정도다. 시속 80km에서나 140km에서나 소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들은 잘 걸러지고 다듬어졌다. 운전석에서 듣는 모든 소리들은 마치 먼 곳에서 나는 듯했다. 엔진소리도, 바람소리도, 심지어 바로 옆에서 달리는 차의 타이어 소리까지도 멀리서 들려오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엔진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다. 228마력의 파워는 박력있고 거침없이 터지는 게 아니다.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서스펜션은 차제를 잘 받쳐준다. 노면의 사소한 장애물을 건널 때, 잔진동이나 차의 흔들림은 거의 없다. 쭉 뻗은 길을 고속으로 달릴 때는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이 마치 배를 탄 것 같다. 푹신하거나 물렁거린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렉서스만이 갖는 독특한 승차감이다.

▲경제성
이 차의 L그레이드는 5,490만원. 이 보다 고급인 P그레이드는 우드그레인, 전동식 리어커튼, 선루프 등을 더해 5,750만원이다. 연비는 10.2km/ℓ로 3.3ℓ에 달하는 배기량을 감안하면 우수한 편이다.

이 차는 유럽산 동급 차종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 메리트가 엄청나다. 비슷한 성능에 우수한 가격경쟁력. 바로 이 점이 ES330을 수입차시장의 지존으로 만들어준 큰 요인이다. 비슷한 성능이라고는 하지만 성능의 색깔은 좀 다르다. 렉서스는 부모님을 모시고 조용히 편안하게 움직일 때 탈 만한 차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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