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개심사는 만추의 풍경이 눈물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하롱하롱 꽃잎처럼 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절 마당을 서성이는 나그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마음을 연다는 ‘개심(開心)’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안온하고 다정한 절 분위기는 세상살이에 다치거나 맺힌, 꽉 닫힌 마음을 절로 열게 한다.
나지막한 상왕산(307m) 품 속에 자리한 개심사는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다. 아니, 사실 이 곳에선 4대 사찰이니, 5대 사찰이니 하며 규모나 순번을 매긴다는 게 우습다. 절집은 절집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개심사만의 이 호젓하고 정갈하고 청정한 분위기를 여느 절집과 비교할 수 있을까.
주차장에서 절 마당에 이르는 굽이진 산길을 오르는 것도 이 곳에선 즐거운 일. 돌계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산길은 노약자도 거뜬하게 오를 수 있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며 걷기에 편하다. 봄철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더욱 아름다운 길로 모습을 바꾸지만 낙엽이 수북 쌓인 가을날의 정취도 일품이다. 산길을 오르는 간간이 실팍한 연륜의 휘어진 소나무가 모습을 나타내 숲의 운치를 더한다.
이런 산길이야 얼마든지 오를 수 있겠다, 싶을 때 벌써 절집 마당에 이른다. 아쉽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금세 사라진다. 화려하고 요란하진 않으나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한 세월을 머리에 인 개심사의 풍경이 가득 펼쳐지기 때문이다.
개심사는 654년 혜감이 창건해 처음엔 개원사(開元寺)라 했으나 1350년 중창하며 절 이름을 개심사라 했다.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쳤으며 1955년 전면 보수해 오늘의 절 모습을 갖췄다.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1484년 성종 15년에 건립된 조선시대의 목조건축물이다. 정면 3간, 측면 3간의 단층 맞배집으로, 그 구조형식은 다포집 계통과 주심포집 계통의 기법을 혼합한 절충식이다. 내부에는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가람배치는 북쪽의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각의 당우를 놓고 그 전방에 누각건물을 배치하고 있어 조선 초기의 배치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대웅전과 안양루를 잇는 남북 자오선(子午線)의 주축이 되는 일반적 가람배치 형식에서 명부전과 팔상전 등은 벗어나 있다.
심검당은 대웅전 남쪽으로 ㄴ자형의 다른 요사와 함께 연결돼 있는데 그 형태가 퍽 단아하다. 안양루는 내부의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연등천장이다. 명부전은 무량수각 동편에 위치해 있는데 측면에 풍판이 있는 조선시대 초기의 건물이다. 명부전 내부에는 철불지장 보살좌상과 시왕상이 봉안돼 있다. 기도의 영험이 신통하다 하여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눈여겨 보면 절집 곳곳에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투박한 그 멋이 각별하다.
*가는 요령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 인터체인지에서 빠진다. 647번 지방도를 타고 운신초등학교를 지나면 안내판을 따라 개심사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혹은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온양 - 예산 - 45번 국도 - 덕산 - 해미 - 647번 지방도 - 운신초등학교 - 개심사에 이르는 코스를 잡아도 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