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수가 국내 모터스포츠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지난 31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결선을 치른 "BAT GT 챔피언십" 최고종목인 GT1은 김의수를 3년 연속으로 국내 최정상에 세웠다. 전날 예선에서 폴포지션을 잡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김의수는 결선에서도 상큼한 출발로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제6전에서 우승컵을 안고 이 날도 2위로 출발해 김의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황진우(시그마PAO렉서스)는 첫 코너에서 윤세진, 오일기(이상 오일뱅크), 이재우(인디고) 등에도 순위가 처지며 5위로 구르는 등 초반부터 대접전을 예고했다.
김의수가 대열을 이끌며 달리는 가운데 GT1 클래스는 2위 다툼이 치열하게 불을 뿜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황진우가 앞선 드라이버들을 제물삼아 차례로 순위를 바꿔 재미를 더했다. GT2 클래스와 투어링카A도 곳곳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져 서킷을 찾은 2만여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3위로 올라 선 황진우는 꼬여 가던 레이스를 피트작업으로 풀었다. 멀리 달아난 김의수를 포기(?)한 채 피트로 뛰어든 것. 그러나 이번에는 오일기의 벽에 부딪혔다. 한 발 앞서 피트작업을 끝낸 오일기가 황진우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고, 김의수와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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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김의수 <우>황진우 |
승부는 김의수의 피트인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김의수는 피트작업이 늦어지는 가운데 오일기의 벽을 허물어뜨린 황진우가 선두로 올라선 것. 승리의 여신은 황진우에게 미소를 보내기 시작했다. 라이벌들을 등 뒤로 거느린 상태여서 마음이 가벼운 데다 경주차도 탄력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그에게 보내던 미소를 싸늘하게 거둬들였다. 10번 코너를 빠져 나오던 경주차가 보호벽을 들이받았고, 이 여파로 스폰지가 코스에 널브러졌다. 곧바로 세이프티카가 투입되고 경주차의 대열이 촘촘해지면서 서킷은 적막이 감돌았다.
액셀 페달을 깊숙이 밟으며 뛰쳐나간 경주차들의 틈바구니에서 황진우는 이재우와의 몸싸움(?)에서 밀렸고 김의수, 윤세진에 이어 4위로 추락했다. 선두 바통을 이은 이재우의 질주도 길지 않았다. 기어박스 고장으로 더 이상 달리는 걸 포기했기 때문.
종반 레이스는 행운의 선두를 넘겨 받은 김의수가 주도했고, 그대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황진우, 윤세진이 차례로 라인을 통과하며 레이스는 마침표를 찍었다. 김의수는 이 날 우승으로 시즌 5승을 거두며 시리즈 3연패의 기록을 작성했다.
GT2 클래스는 김한봉(펠롭스)이 시리즈 4연패의 신화를 쐈고, 권오수(잭)가 뒤를 이었다. 투어링카A 조시형(이레인), 하이카 조규탁(PRT), 신인전 류상훈(이레이싱)이 각각 시상대 정상에 섰다. 포뮬러A는 안석원(인디고)이 첫 승의 감격을 맛봤고, 포뮬러B는 민현기(RTS 킴스)가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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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강경숙기자 cindy@autotimes.co.kr |
*김의수(인디고): 이미 시리즈 챔피언을 확정지었으니 편하게 레이스를 하라는 주위의 권유도 있었으나 나는 물론 팀과 스폰서 등을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순탄치는 않았으나 결과가 좋아 기쁘다. 어쨌든 올해는 운이 좋았던 한 해였고, 이 자리에 서게 해 준 팀과 미캐닉 등 모든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황진우(시그마PAO렉서스): 정말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아직은 경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번 경기를 바탕으로 더 노력한다면 내년에 반드시 시리즈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윤세진(오일뱅크):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시리즈 2위를 차지했다.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내년을 준비하겠다. 내년엔 반드시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도록 노력하겠다.
김태종 기자 kls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