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이 최근 현대차 지분을 집중매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그룹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현대차 주식 1천106만40주(5.07%)를 장내거래를 통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캐피탈은 "보유목적"에서 "경영진 변경, 보고자 본인 및 특별관계자의 임원취임 등 직접 경영참여, 이사수의 변경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관조항의 변경 계획과 이에 준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한 계획이 없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매입을 통해 캐피탈그룹은 14.61%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모비스에 이어 현대차의 실질적인 2대주주로 올라섰다. 캐피탈그룹에 속해 있는 CGII(Capital Group International Incoporate)도 현대차의 보통주 지분을 5.63% 갖고 있는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 CGII의 지분을 합칠 경우 캐피탈그룹의 지분율은 10.7%에 달하게 돼 기존 2대주주인 정몽구 회장(5.22%)을 제치고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비록 캐피탈측이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SK그룹의 경영권을 뒤흔들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도 당초 공시에서는 SK㈜ 지분매입 목적을 "수익창출"이라고만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주목되는 부분이다. 설사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목적은 아니더라도 주주가치 향상과 회사가치 제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임시주총 소집과 정관변경 요구 등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각종 권한을 행사할 경우 심각한 경영권 간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장 가깝게는 내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현대차의 배당성향을 높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56%가 넘는 현대차의 외국인 주주들 역시 캐피탈의 요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동원증권 서성문 애널리스트는 "원칙에 입각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캐피탈의 존재가 현대차측에는 껄끄러울지 모르겠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캐피탈측의 경영권 간섭에 대비해 다양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캐피탈이 지분을 매입한 시점이 지난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캐피탈그룹의 투자전략회의에 김동진 부회장이 참석, 캐피탈측 임원진을 만나 의견을 교환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단 적대적 의도는 없다고 보고 있으나 단일주주의 지분이 10%를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외국인 주주의 경영권 간섭에 대비하기 위해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가 시장과 자금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꾸준히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현대차 우호지분이 30% 가까이 되는 만큼 10% 안팎의 지분으로는 경영권 침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