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J LWB, 늘씬한 몸매 자랑하는 롱다리

입력 2004년11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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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뉴XJ 롱휠베이스가 국내에 들어왔다. 롱휠베이스, 사람으로 치면 롱다리쯤된다.

롱다리인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고,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게 거의 없지만 롱휠베이스인 차는 편한 만큼 불편함이 따른다. 차가 길어 좁은 곳에서는 움직임이 둔할 수밖에 없다. 주차, 유턴, 회전 등이 모두 신경쓰인다. 그러나 휠베이스와 실내공간은 넓어 차 안에 앉아 있으면 편안하다. 즉 불편함은 운전자의 몫이고, 편안함은 뒷좌석에 앉은 차 주인이 누리는 혜택이다. 오너가 핸들을 잡는다면 롱휠베이스보다 숏휠베이스 모델을 택해야 한다. 롱휠베이스는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오너는 뒷좌석에 앉아 움직이는 ‘쇼퍼드리븐 카’로 적합하다.

▲디자인
재규어의 디자인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독특한 개성이 살아 있다. 고전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져 잘 조화된 디자인이다. 많은 차들이 재규어를 벤치마킹하며 그 디자인을 참고할 정도다. 적어도 디자인만큼은 경쟁자 혹은 동업자들에게서 인정받는 셈이다.

롱휠베이스의 넓어진 공간은 대부분 뒷좌석을 위해 배려됐다. B, C필러 사이를 12.5cm 늘린 것. 차 높이는 7mm 높였다. 숏휠베이스도 뒷좌석 공간이 좁은 편이 아닌데 여기에 125mm의 여유공간을 확보했다.

길어진 만큼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차는 24kg만이 늘었을 뿐이라고 메이커는 설명했다.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해서다. XJ는 100% 알루미늄 섀시를 쓴다. 이 때문에 차를 좀 크게 만들어도 중량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만일 강철 섀시를 사용했다면 엄청난 중량증가 때문에 롱휠베이스 모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 모른다.

오버행은 앞이 짧고 뒤는 상대적으로 길다. 트렁크 리드보다 보닛이 좀 더 길다. 옆에서 보면 일필휘지로 한 일자(一)를 그어 놓은 듯 날렵하면서도 긴 몸매를 자랑한다. 보기부터 시원하다. 앞뒤 타이어 간 거리는 엄청나게 길어 3m도 넘는다. 롱휠베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뒷좌석은 이 차의 가장 중요한 위치다. 넓고 편안한 시트에 앞좌석 헤드레스트 뒷면으로 LCD 화면이 자리했다. DVD 등을 볼 수 있는 장치다. 뒷좌석 승객의 눈높이에 화면이 있어 더 보기 편하다. 바닥엔 털이 많은 양탄자같은 매트가 깔렸다. 젖은 흙이라도 밟고 차에 오르면 당장 지저분해질 매트다.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다면, 비오는 날이어도 비를 맞거나 젖은 길에 발을 댈 일이 없다면 고급스런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양탄자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고급스럽다는 것. 그러나 위생적으로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컵홀더에 컵을 놓아 두면 열린 뚜껑이 운전자의 왼팔에 걸리적거린다. 센터페시아를 제외하면 실내는 흠잡을 데 없이 고급스럽다. 보기에도 그렇고 실제 느낌도 그렇다. 하지만 센터페시아는 조금 덜 고급스럽다.

▲성능
V8 4.2ℓ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파워를 뽑아낸다. 주행중에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이니 시속 180km까지 거침없이 속도가 올랐다. 그나마 도로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페달에서 발을 떼야 했다. 빨리 달려야 할 때 차에 힘이 없어 애를 태울 일은 없겠다. 다만 빨리, 심한 코너를 돌아나갈 땐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차가 길고 뒷바퀴굴림 방식이라는 특성은 코너링에서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다만 전자제어식 서스펜션과 주행안정장치(DSC)가 있어 차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해준다. DSC 작동을 멈추면 차의 뒷부분이 크게 흔들리지만 버튼을 눌러 이를 다시 작동시키면 같은 상황에서도 안정된 움직임이 느껴진다.

고속주행에서 각 부분의 느낌은 매우 좋다. 일단 차 높이가 시속 120km를 넘기면서 15mm 낮아진다. 초원을 질주하는 표범처럼 자세를 잔뜩 낮추고 달리는 것이다. 서스펜션 역시 튼튼한 표범의 다리처럼 차체를 잘 받쳐줘 운전자가 안심할 수 있게 해준다. 속도가 높아지면 조금 딱딱하단 느낌을 받는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스티어링 휠의 느낌이다. 휠의 조작과 차의 반응은 거의 한순간에 이뤄졌다. 민감한 반응은 차와 운전자의 일체감으로 이어져 운전자의 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변속기는 수동 기능을 겸한 6단 자동변속기다. 레버는 U자형이다. 메이커에서는 J형이라고 하지만 U자형에 가깝다. 왼쪽으로는 2~5단이 표시돼 수동처럼 조작할 수 있고 오른 편으로는 P, R, N, D 모드가 있다. 변속레버는 디자인과 함께 재규어만의 독특한 특성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버튼으로 조작하는 사이드 브레이크는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스스로 해제된다. 깜빡 잊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채 달리는 일은 없게 했다. 언덕길에서 정지 후 출발할 때 차는 뒤로 밀리는 일이 거의 없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서 가속 페달로 옮겨 가는 사이에 차는 뒤로 흐르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호텔이나 음식점 등지에서 주차를 부탁할 때를 대비해 발리 파킹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대시보드의 글로브 박스가 잠긴다. 그러나 키가 있다면 다시 해제할 수도 있어 그 효용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다른 차에선 보기 힘든 재미있는 장치’쯤으로 보면 된다.

▲경제성
재규어 XJ 4.2 롱휠베이스의 판매가격은 1억4,800만원. 3.5 롱휠베이스는 1억3,500만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벤츠 타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흔히 “돈 있다” 혹은 “성공했다”라는 말들을 한다. 그 만큼 벤츠는 좋은 차의 대명사격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벤츠를 타는 사람을 보고 “그 친구 차를 좋아하는군” 혹은 “차를 좀 아는 친구네”라는 평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재규어를 탄다면 아마도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돈 좀 있군” 그리고 “차 좀 아는군”. 물론 어떤 선택이 잘된 것인 지는 잘라 말할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있다. 벤츠를 사는 사람과 재규어를 사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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