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순<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우리 부분정비업계는 지금 두 가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고질화된 불황의 돌파구를 찾는 일과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정비업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는 이 같은 현안의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16개 시도조합 이사장 등으로 구성된 ‘선진 정비산업 조사단’을 결성, 최근 일본 정비산업 현장을 탐방했다.
일본은 대지가 광활한 미국이나 호주 등과 달리 인구밀도와 문화, 제도 등 여러 조건이 우리 현실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정비업관련 제도 또한 1963년에 일본의 것을 토대로 도입한 것이어서 일본 정비산업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다.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며,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 지에 촛점을 맞춰 조사활동을 벌였다.
일본은 자동차 보유대수가 7,000만대, 국민총생산은 약 500조엔(약 5,000조원), 1인당 GNP는 4만달러, 총 근로자 수 6,400만여명의 경제대국이자 자동차대국이다. 그 중 정비업 종사자 수는 54만명이며 정비업의 총 매출액은 연간 약 6조엔에 이른다. 일본은 정비업체의 사업장 면적 허가기준을 21평부터 60평까지 세분화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정비업체는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큰 업체는 차 판매부터 검사, 정비, 폐차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인상적인 건 대부분 정비업체가 신차와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매업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정비작업뿐 아니라 신차와 중고차 판매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수익성은 판매쪽이 70%, 정비가 30%로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달랐다. 심지어 한국 정비업계의 사정을 아는 일본의 정비사업자들은 “정비작업만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게 신기할 뿐”이라며 오히려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다. "일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때 우리 정비업계도 머지 않아 차 판매를 병행하는 시대가 오게 되리란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우리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정비 프랜차이즈사업은 일본에서도 활성화돼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정비업 진출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다. 오히려 스즈키자동차의 프랜차이즈 등과 같이 대기업 체인점이 일반 정비업체보다 더 협소한 경우도 있다. 다양한 정비업체들이 나름의 조직과 영업, 관리체계 속에서 각각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 정비업주들의 철두철미한 경영마인드도 배울 점이다. 그들은 일정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일계표 작성 및 관리, 자재 원가와 수리비 이익률을 기록, 관리하고 있다. 또 종업원들의 복리후생은 물론 월별, 연도별 성과를 따져 인센티브제를 운영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정비사업자단체는 하나의 연합회(일본정비연합회)와 상공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은 전체 정비업소(약 8만8,000개)의 91%인 약 8만개 업소가 가입돼 있다. 조합원의 가입비는 우리 돈으로 약 300만원이다.
일본정비연합회는 전체 정비업계를 대표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며 회원사들의 권익과 수익사업은 연합회 내 상공조합을 통해 일관성있게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의 경우도 상공조합이 메이커의 순정부품을 대량구매, 조합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본정부 역시 일본 경제규모 중 1%를 차지하는 정비업에 대해 상당한 배려를 하고 있으며 정비사업자단체에 대한 신임도 두텁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비사업자단체는 검사정비연합회와 부분정비연합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어 정비업 전체의 발전을 막고 있어서다.
나흘간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각 조합 이사장들이 소감을 말하는 기회를 가졌다. 모두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 정비업계의 미래도 어둡기만 한 게 아니라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이제 잘못된 점을 놓고 누구를 탓하지 말고 모두의 책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뼈를 깎는 의식개혁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