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상될 10인승 이하 승합차의 세금인상안이 유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완성차업계가 제마다 주판알 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업체의 경우 겉으로는 환영하면서도 속으로는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10인승 이하 승합차의 세금을 승용차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당초 2001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자동차업계의 거센 반발로 4년간 인상안 유예기간을 준 만큼 내년에 예정대로 세금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내수의 장기부진이 우려되는 가운데 세금을 올리면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커지고, 이에 따른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이 나돌면서 인상시기 조절 여부가 연말 자동차업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원안대로 인상을 반기는 업체는 GM대우와 르노삼성이다. 두 회사는 모두 세금인상에 해당되는 차종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사는 따라서 7인승 SUV나 9인승 RV에 부과되는 세금이 올라갈 경우 수요의 일부가 승용차로 되돌아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6년 SUV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나 10인승 이하 세금인상으로 정작 타격은 9인승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7인승 SUV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유고객의 경제적 수준이 높은 데 따른 예상이다.
이와 달리 쌍용은 "환영하면서도 반대"라는 애매한 입장이다. 이는 쌍용의 경우 인상이 유예되면 9인승 로디우스의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당초 세금인상 등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출시한 11인승 로디우스의 판매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세금이 오르면 11인승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로디우스 9인승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반면 현대와 기아는 적극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양사는 현재 9인승 승합차의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는 데다 7인승 SUV도 적지 않게 팔리고 있어 세금인상 유예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이 처럼 각사별로 입장차이가 생기면서 이들 업체의 의견을 조율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난감해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별로 이해관계가 다소 엇갈리면서 향후 입장을 조율하는 것도 어렵지만 정부에 세금인상을 유예해달라고 건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 2001년 인상됐어야 하는 걸 4년간 유예받은 만큼 재차 유예연장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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