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차라는 벤츠는 전통적으로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수한다. 뒷바퀴굴림차는 승차감이 좋고 앞뒤의 무게 배분이 비교적 균등해 주행성능이 안정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후륜구동이라는 점이 겨울철 미끄러운 길에서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앞바퀴굴림차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설설 기면서라도 움직이지만 뒷바퀴굴림차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
뒷바퀴굴림을 고수해 온 벤츠가 4륜구동차를 만든 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4매틱은 벤츠의 4륜구동차를 뜻한다. 모델 라인업에 4륜구동차 끼워넣기는 이제 대세라고 해야 할 듯 하다. 4륜구동의 선두주자인 아우디의 콰트로는 물론 BMW X, 벤츠 4매틱 등이 그 증거다. 벤츠 E320 4매틱을 탔다.
▲디자인
데뷔할 때만 해도 다소 파격적이라던 E클래스의 디자인은 이제 많이 친숙해졌다. 시간이 어색함을 사라지게 했을 수도 있고, 몇몇 차들이 E클래스의 디자인을 흉내내면서 익숙한 모습이 됐을 수도 있다. 어쨌든 E클래스의 우아한 디자인은 럭셔리 세단이라는 격을 잘 표현해낸다. 복고적인 분위기를 도입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다.
검정 가죽시트로 가득찬 실내에 하얀색 바탕의 계기판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계기판은 3개의 큰 원으로 이뤄졌는데 그 중 왼쪽 동그라미가 시계다. 요즘 승용차들 중 가장 큰 시계를 가진 차다.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 CD, TV, 내비게이션 등이 통합된 모니터가 자리잡았다. 잠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그 기능을 익히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다. 내비게이션 모드에서 지도를 띄워 보면 "악" 소리가 절로 난다. 1억원이 넘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너무 조악한 품질의 지도화면이다. 게다가 화면 좌우 양쪽의 일정 부분은 그림이 표시되지 않고 검게 나온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현대오토넷에서 공급했다. 내비게이션을 현지화하면서 나타난 문제다. 조금 더 투자해서 품질좋은 시스템을 채택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천장에는 선루프가 시원하게 배치됐다. 앞좌석 지붕과 뒷좌석 지붕에 분리된 유리창이 만들어졌고, 앞부분만 열린다. 파노라마 선루프다. 하늘이 시원하게 보이는 탁 트인 개방감이 탑승객들의 마음을 밝게 만들어준다.
▲성능
벤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키를 받아들면 당황한다. 키 홀더 안으로 들어가는 금속부분이 없어서다. 키는 당연히 쇠로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오랜 통념을 통쾌하게 부숴버렸다. 일종의 전자장비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차의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전해져 왔다. 여기에 더해 타이어의 느낌이 아주 독특했다. 마치 본드를 발라 놓은 듯,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고 움직이는 듯, 끈적하게 노면에 들러붙는 느낌이다.
시승차는 간혹 클리핑 주행이 안됐다.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로 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게 클리핑 주행인데, 이 차는 꽉 막힌 도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수고를 덜어준다.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것처럼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정체도로나 신호대기, 언덕길 정차 시 이 같은 특성을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다른 차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특성이다. 브레이크와 관련한 이런 점이 운전차가 체감할 수 있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V6 엔진에서 터지는 224마력의 힘은 꽤 파워풀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시속 100km 도달시간이 8.4초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스포츠 세단이라고 해도 될 만한 성능이다. 속도를 높이는데 스트레스가 적고, 고속에서 운전자가 갖는 불안감이 덜하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끼는 조향성능은 ‘매우 우수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유턴이 쉽고, 스티어링 조작에 따르는 차체 반응도 신속하고 정확했다. 조금 빠르게 유턴하면 기대 이상으로 회전반경이 좁아 ‘확’ 도는 느낌이 들었다. 풀타임 4륜구동 방식이 주는 코너링과 직진안정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자동 5단 변속기는 수동 기능이 있다. D 모드에서 왼쪽으로 치면 시프트 다운, 오른쪽으로 치면 시프트 업이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차고 높이와 댐퍼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요철이 많거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길을 달릴 때 효과적인 장치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동으로 차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높은 엔진회전수를 사용해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시도했다. 운전이 재미있다. 코너링을 할 때면 시트가 알아서 운전자의 몸을 지지해준다. 차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시트 왼쪽 부분에 공기가 주입되면서 기우는 몸을 지탱해주는 식이다. 이 처럼 운전자의 몸을 인식하는 똑똑한 시트는 게다가 통풍기능까지 있다. 냉난방을 완벽하게 갖춘 시트다.
▲경제성
E320 4매틱의 가격은 9,880만원이다. C320 4매틱과 S500L 4매틱도 있다. 각 클래스별로 하나씩 4륜구동 모델을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벤츠는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건다. 가격도 그렇다고 보면 된다. 최고로 만들어 최고가로 팔겠다는 것.
연비는 8.4km/ℓ. 상시 4륜구동차가 연료를 많이 잡아먹는다는 상식에 비쳐 보면 그리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