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미국차 크로스파이어 로드스터

입력 2004년12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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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의 2인승 스포츠카 크로스파이어가 들어왔다. 로드스터와 쿠페 두 가지 모델로 쌍둥이차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함께 시장에 십자포화(크로스파이어)를 날리겠다는 의미가 담긴 차다.

크로스파이어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뱃지를 달지만 독일 카만에서 만들어진다. 카만은 과거 기아의 구형 스포티지를 현지 생산하기도 했던 튜닝카 제조 및 자동차 조립생산업체다.

크라이슬러가 벤츠와 합병한 이후 함께 개발해낸 첫 작품이 바로 이 차다. 벤츠 SLK의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됐고 약 40%의 부품을 공유한다.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생산하는 만큼 크라이슬러라는 이름만 보고 단순히 ‘미국차’란 딱지를 붙이기 어려운 차다. 비슷한 경우가 있다. 그랜드체로키 디젤이다. 이 차 역시 크라이슬러 브랜드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한다. 비슷한 경우가 또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의 무게중심이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종들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숫자 ‘2’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2인승이고, 2개 회사가 공동으로 만들었고, 로드스터와 쿠페 두 종류의 모델로 라인업을 이룬다.

한국에 막 상륙한 크로스파이어를 타고 한겨울의 칼바람을 뚫고 달렸다. 시승차종은 크로스파이어 로드스터.

▲디자인
길에 풀어 놓으면 모든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끌 만큼 화끈한 모습이다. 디자인의 특징은 보는 각도에서마다 나타난다. 명쾌하고 독창적인 그리고 한눈에 사로잡는 매력이 가득하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카피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와 비교한다면 격찬을 받아 마땅한 디자인이다.

‘긴 후드와 날렵한 백’으로 명기한 보도자료의 표현은 정확하다. 이 차의 기능적 특징은 옆에서 볼 때 금방 눈에 들어온다. 보닛 라인이 마치 서양인의 긴 코처럼 길게 뻗었고, 루프라인이 C필러와 하나를 이루며 범퍼까지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은 간결하고 짧다.

앞이 길고 뒤가 짧은데 운전석은 앞범퍼 끝에서 3분의 2 지점에 위치한다. 즉 뒤로 많이 밀려난 위치에 뒷바퀴 바로 앞에 걸터 앉게 된다. 대개의 경우 드라이빙 포지션은 정중앙에 가깝게 배치된다. 가장 흔들림이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인승 스포츠카에서는 이 처럼 운전석을 뒤로 배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운전석이 뒤로 밀리면 운전하는 감각도 많이 달라진다. 차 앞부분이 돌고 나서 운전자가 그 느낌을 받는 과정에 아주 미묘한 시차가 존재하면서 느껴지는 특성. 차와 아주 약간의 타임래그를 즐기는 묘한 감각을 맛보게 된다.

크로스파이어엔 선이 많다. 십자포화의 궤적을 그리는 듯 가로로, 세로로 선들이 그어졌다. 후드에 있는 6개의 선, 그 아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3개의 선이 가로로 자리잡았다. 앞타이어를 감싸는 휠하우스 뒤로 또 여러 개의 짧은 선이 있고, 벨트라인을 따라 하나의 선이 끊어질 듯 아닌 듯 이어졌다. 뒤에서 봐도 눈이 가는 곳마다 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선들은 자연스럽게 보디와 일치를 이루고 있다. 균형을 깨는 선은 없다.

듀얼 머플러는 마치 "차렷" 자세를 취한 듯 가운데로 모여 있다. 양 옆으로 벌려 "열중쉬어" 시키는 듀얼머플러의 기본 배치를 거부했다.

실내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 차가 스포츠카임을 실감할 수 있다. 드나들기가 승용차만큼 편하지 않아서다. 특히 배가 나온 사람은 그 불편함이 더 크다. 운전석이 낮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이 처럼 낮은 시트 포지션은 스포츠카가 포기할 수 없는 특징이다. 그래야 제대로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차의 최저지상고는 124mm에 불과하다.

투톤 처리된 인테리어는 감각적이다. 센터페시아는 은색으로 처리됐다. 은색의 깊은 맛이 조금은 떨어진다. 스포츠카치고는 넓은 시야를 가졌고 시트도 몸을 잘 감쌌다. 변속레버를 둘러싸고 있는 케이스는 꽉 짜이게 조립되지 않아 조금 헐렁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왼편으로 도어패널의 팔걸이가 허리 부분으로 파고든다. 왼손으로 시트를 조절하기 위해 시트 아래로 손을 넣기가 불편하다. 수납공간도 마땅치 않다. 핸드폰 하나를 넣어둘 곳이 없을 정도다. 뒷바퀴굴림이어서 실내 좌우를 가르는 센터터널이 지나지만 이 때문에 공간을 뺏긴다고 볼 수는 없다. 2인승 로드스터는 어차피 공간이 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차다. 스포츠카인 2인승 로드스터의 최대 미덕은 잘 달리고 잘 멈추는 데 있다. 다른 부분은 큰 의미가 없다.

▲성능
앞서 말했듯이 이 차는 스포츠카의 체형을 제대로 갖췄다. 운전석을 뒤로 두면서 색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다. 구동력을 받는 뒷타이어를 크게 배치해 스프린터의 자세를 좀더 완벽하게 만들었다. 앞타이어는 225/40R 18 사이즈인데 뒤에는 255/35R 19 타이어를 끼웠다. 앞은 조향기능을 맡고 있어 상대적으로 작은 타이어를, 구동바퀴엔 큰 타이어를 끼워 잘 달리고 잘 돌게 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냈다. 핸들은 조금 무거운 듯 했다. 반발력이 생각보다 컸다. 그러나 속도가 높아지면서 부담스런 핸들의 저항은 사라졌다. "꾹" 밟으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달려나가는 가속감이 압권이다. 스포츠카의 기본, 달리는 자세는 일단 합격점이다.

2인승 로드스터를 타려면 조금 시끄러운 하드록 CD를 준비하는 게 낫겠다. 속도를 조금 올리면 소프트톱을 두드리며 실내로 파고드는 바람소리를 잠재울 용도로 사용할 음악이다.

엔진은 V6 3.2ℓ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카에 SOHC가 의외이긴 하지만 충분한 배기량을 갖췄다면 오히려 중저속에 효과적인 SOHC가 어울리는 궁합일 수 있다. 게다가 공차무게가 1,430kg에 불과하고 엔진파워가 218마력이나 된다면 DOHC나 터보에 아쉬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

5단 자동변속기는 오토스틱 기능이 있다. 팁트로닉, 스텝트로닉, H매틱, 오토스틱 등은 모두 비슷한 개념들이다. 자동변속기에 수동변속의 기능을 더한 장치들을 말한다. 수동변속을 시도하면 차체가 빠르게 반응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스포츠카에는 수동변속기가 제격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운전하는 즐거움 중 가장 큰 몫이 바로 변속하는 손맛이기 때문이다. 오토스틱은 수동의 손맛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변속하는 순간 차체가 금방 반응해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재미있는 건 액티브 스포일러. 차 속도가 시속 97km에 이르면 숨어 있던 스포일러가 나타난다. 그보다 낮은 속도에서도 스위치를 누르면 스포일러를 나오게 할 수 있다. 스포일러의 기능은 고속주행에서 다운포스를 얻어 차가 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것.

크로스파이어 로드스터는 전체적으로 거칠다. 잘 조절된 머신을 타는 맛이라기보다는 덜 조련된 야생마에 가깝다. 거칠지만 그래도 매력은 있다. 잘 달리고 멋있기 때문이다.

▲경제성
크로스파이어 로드스터는 가격이 6,420만원이다. 쿠페는 5,670만원. 미국차치고는 비싸다. 하지만 벤츠가 함께 개발에 나섰고 생산도 유럽에서 했다. 대중차메이커인 크라이슬러가 만들었지만 럭셔리 브랜드인 벤츠가 뒤에 버티고 서서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격이다. 그러나 컨버터블시장에서의 가격을 보면 그렇게 비싸다고만 타박할 것도 아니다. 워낙에 틈새시장을 보고 만드는 차인 만큼 어느 정도 비싼 가격은 접어줘야 한다. 짐작하기에 이 차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 때문에라도 기본 수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배기량 3.2ℓ의 엔진을 갖춘 차의 연비가 10km/ℓ임은 놀라운 수준이다. 워낙 무게가 가벼운 데다 SOHC 엔진이어서 연료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경제적 메리트는 또 있다. 엔진, 변속기 등 주요 구동계통에 대한 7년 또는 11만5,000km 보증이 그 것이다. 구입 후 1년 이내에 사고가 나면 해당 기준에 의해 새 차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소비자들에겐 혹할 만한 조건임이 분명하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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