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을 다지고 싶다구요? 탄탄하게 다지셔야죠. 그럼 이 곳은 어떨까요. 수백 년 세월에도 한 점 흐트러짐없는 견고함과 탄탄함을 자랑하는 곳. 바로 역사깊은 성곽의 도시 수원이다.
성곽건축예술의 백미인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은 단순한 하나의 성이 아니다. 역사적 의미와 함께 건축학적으로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수원 화성을 이야기할 때 정조임금을 빼놓을 수는 없다.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는 수많은 치적을 남겼지만 부왕에 대한 그의 효심은 무엇보다 으뜸이었다. 화성의 축성도 부왕에 대한 한과 효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762년 영조 38년 사도세자는 당쟁으로 인해 한여름 뒤주 속에 갇혀 8일만에 죽었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당시 11세였다. 할아버지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는 즉위 13년만에 부친의 고혼을 위로키 위해 묘를 양주땅 배봉산(지금의 서울시 전농동)에서 수원 화산으로 옮기고, 수원을 자신이 이상으로 꿈꾸는 신도시로 건설했다.
2년에 걸쳐 축성된 화성은 우리나라 성곽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장엄한 면모를 자랑한다. 이 성은 석성과 토성의 장점만을 살려 축성됐다. 화성축성에 매달린 선조들은 한국성곽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국과 서양의 축성술을 본뜨기도 했다.
화성의 건축과 관련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당시 30세였던 다산은 왕실서고 규장각에 비치된 첨단서적들을 섭렵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고금도서 집성" 5,000권을 참조해 새로운 성곽을 설계했다. 정약용은 거중기를 고안하기도 했다.
성곽의 전체 길이는 5.7km로 거기에 동쪽으로 창룡문, 서쪽으로 화서문, 남쪽으로 팔달문, 북쪽으로 장안문 등 4대문을 내고 암문 5개, 수문 2개, 적대 4개, 공심돈 3개, 봉돈 1개, 포루 5개, 장대 2개, 각루 4개, 포루 5개 등 다양한 구조물을 배치했다.
화성 구경은 보통 서장대가 있는 팔달공원쪽이나, 장안문, 화홍문이 있는 장안공원쪽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성곽을 일주하는 데 대략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수원 화성을 거닐다 보면 성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람들과 자동차가 성문을 자연스럽게 통과하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 수원 화성은 펄펄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세월의 이끼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 중심에는 오늘의 맥박이 뛰고 있는 듯한…. 아득한 그림 속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서산의 해미읍성이며 전라도의 낙안읍성, 공주 공산성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수원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화수류정에 오르면 연못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 누각 위에 올라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조임금의 지극한 효심과 마디 굵게 맺힌 한이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아련하게 전해 오는 듯하다.
*가는 길 및 여행 가이드
경부고속도로 - 수원IC - 42번 국도(수원/안산방면) - 수원화성. 혹은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인천/안산방면) - 동수원IC - 수원화성에 이른다. 주차는 수원시립중앙도서관 주차장을 이용하고 도서관에서 동북 공심돈까지 도보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시립중앙도서관(출발) - 지석묘군 - 화양루 서측외성 - 서암문 - 서장대(내성) - 서일치 - 화서문 - 장안공원 - 장안문 - 화홍문 - 방화수류정 - 북암문 - 용연 - 북암문 - 동장대 - 동북공심돈 - 창용문 - 봉돈 - 동남각루 - 팔달문 - 남치 - 난파 노래비 - 서남암문 - 용도 - 화양루.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수원터미널이나 수원역 앞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수원시내를 운행하는 버스들은 거의 성곽 주변을 다니고 있다.
지난해말 등장한 ‘수원시티투어’로 타지방 사람들의 수원관광이 더욱 쉬워졌다. 경기데일리투어버스가 등장해 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곳곳의 명소를 실속있게 돌아볼 수 있다. ‘경기도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코스(야탑역 출발 - 화성행궁 - 화성 - 융건릉 - 용주사 - 경기도박물관)와 ‘효와 전통문화의 향기를 따라서’(수원역 - 한국민속촌 - 용주사 - 융건릉 - 서장대 - 화서문·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 - 화성행궁 - 연무대 국궁활쏘기 체험 - 월드컵경기장) 등 엮어진 코스를 이용하면 더욱 알차게 화성문화재를 즐길 수 있다(http://suwoncitytour.com).
*별미
전국적으로 이름난 수원갈비를 본고장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수원 영동시장 화춘옥에서부터 시작된 수원갈비는 수원 전역에 퍼져 있다. 특히 영동시장 외에 노송지대(이목동), 동수원 4거리에서 수원 IC 사이에 갈비집들이 많이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