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의 퇴장을 지켜 보며

입력 2005년01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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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사람에 따라 고성능 슈퍼카를 뜻할 수 있고, 특수 제작된 고급 수제작차가 될 수도, 기술이나 디자인 상의 신기원을 이루거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명차와는 큰 거리가 있다. 소비자의 명차는 그들이 쓰고, 관리하던 차 중에 있어야 한다. 평생 한 번 볼 기회, 만져볼 기회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차는 우리와는 다른 세상의 일이니 접어두자. 소비자들에게는 고장없고, 속 안썩이는 차가 최고의 명차일 수밖에 없다.

표1. 2004년 조사의 ‘결함 및 문제점’ 수
한국의 자동차역사 상 최고의 명차는 무엇일까. 누가 필자에게 묻는다면 어떤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르노삼성 SM5라고 답할 것이다. 그 이유는 SM5는 에프인사이드(www.f-inside.com)에서 실시해 온 지난 수 년간의 "결함 및 문제점" 조사 그리고 "품질스트레스" 조사에서 40여개 모델의 모든 연식, 모든 보유기간의 단 한 측면에서도 1등 자리를 내준 적이 없어서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 에프인사이드는 2001년 이래 60만명 이상의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차를 사용하면서 어떤 고장을 겪었는지, 고장이나 서비스 때문에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아 왔는지를 물었다. 이를 토대로 두 가지의 측정치를 만들었는데 그 첫째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면서 겪은 결함 및 문제점(TGW : Things Gone Wrong)의 수이며, 다른 하나는 사용하면서 겪은 품질로 인한 스트레스(QSI : Quality Stress Index)다.

TGW의 측정은 자동차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점 102개를 새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이들이 그 차를 타면서 경험한 적이 있는 문제점을 모두 지적하도록 한 후 지적된 결함이나 문제점의 수를 100대 당 평균(PPH : Problems Per 100 vehicle)으로 산출하는 방식을 쓴다. 이 중 새차 구입 후 최근 3개월간(평균) 겪은 문제점의 수를 초기품질, 3년간 겪은 문제점의 수를 내구품질이라고 한다.

<표1>은 에프인사이드가 2004년에 실시한 조사결과 중 TGW부문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TGW는 고장 및 문제점의 수이므로 작을수록 우수한 차다. <표>의 아래 선은 SM5, 위의 선은 2위를 차지한 모델의 점수다. 2004년 조사에서 SM5 소유자들은 구입연도와 관계없이 2위 경쟁모델보다 고장이 적었음을 보여준다. 그 격차는 내구품질에서 더욱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제시하지 않았으나 2002년, 2003년의 결과는 SM5와 2위 모델 간에 훨씬 더 큰 격차가 있다. 그 격차는 최근들어 경쟁제품들의 비약적 향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미뤄 볼 때 직접적인 연관을 확인하는 건 어려우나 SM5가 자동차 품질경쟁을 촉발시켰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SM5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로 만족을 줬을 뿐 아니라 경쟁촉발을 통해 모든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결함이나 문제점은 매우 중요한 측정치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문제점의 수를 따질 뿐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소비자가 얼마나 충격을 받거나 속상해했는지,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불편함은 없었는지 등의 심리적 측면은 다루지 않는다. 이런 제한점을 고려해 자동차의 자체의 품질 그리고 애프터서비스 등 관련 서비스의 품질로부터 오는 심리적 반응을 ‘불편’, ‘불안’, ‘손해’, ‘분노’의 4개 차원으로 나누고 이를 12개 문항을 이용해 측정한 결과를 품질스트레스라고 정했다. 이 역시 100대 당 경험 수를 구했으며, 수치가 작을수록 좋다. <표2>는 그 결과를 문제점 수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SM5가 품질스트레스에서 보인 성적은 ‘결함 및 문제점’에서의 경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전 부문에서 1위였을 뿐 아니라 2위 모델과 구입 초기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격차를 벌려 나감을 알 수 있다. 품질스트레스는 서비스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어 SM5는 자동차 자체가 우수할 뿐 아니라 르노삼성 직원들이 소비자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보여준다.

표2, 2004년 조사의 ‘품질 스트레스’ 지수
SM5가 우수하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 마음 속으로 승복하느냐 않느냐가 있을 따름이지 SM5의 탁월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소비자조사를 담당한 사람은 모두 다 안다. 아마 이들은 다른 어떤 모델이 SM5보다 낫다는 조사결과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SM5가 아닌 다른 차가 선호도 1위라는 조사결과가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품질 1위, 고객만족 1위라고 하는 조사가 있다면 그냥 소리없이 웃고 만다

SM5가 소비자 지각품질, 즉 다른 차에 비해 고장이나 문제점이 없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한국 자동차역사상 최고의 명차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SM5가 이제 퇴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SM5가 완벽하게 독점해 왔던 1위 자리는 어떤 차의 몫이 될까. 어떤 차가 1위에 오르기는 하겠지만, 2004년 7월 이전 출시된 차 중에는 SM5에 근접한 차는 있지만 필적할 만한 차는 없다. 그 이후에 출시된 차로는 현대의 야심작 쏘나타, 르노삼성의 SM7과 직계후손 뉴SM5가 있다. 제조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들이 유력한 후보일 수 있다. 이 차들 중 무언가가 SM5 이상의 만족과 편안함을 소비자들에게 줘 명차의 반열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어떤 차라도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SM5를 추억 속의 명차로 만든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그러나 SM5만 못한 차가 1위가 된다면 이는 일개 모델이나 제조회사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다. SM5가 해 온 국내 자동차 품질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SM5의 당당한 퇴장을 기리며, SM5가 명차가 되는 데 기여한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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