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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방산 설경. |
“그래, 역시 이 맛이야!”
무슨 조미료 광고 카피나, 우동국물 맛을 보고 내뱉는 감탄사가 아니다. 그럼? 바로 눈덮인 겨울 계방산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일성이다.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에 걸쳐 있는 계방산은 겨울철에만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을 품고 있다.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설악산과 점봉산이, 동쪽으로 오대산 노인봉과 대관령이, 서쪽으로는 회기산과 태기산이 연출하는 장대하고 웅장한 파노라마는 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그래, 바로 이 맛이라고. 이 맛에 우린 겨울 계방산을 찾지 않을 수 없다구!”
빨개진 코와 뺨, 말할 때마다 입김과 콧김이 매달리는 혹한 속에서도 등산객들은 더없이 행복해한다. 해발 1,577m의 계방산은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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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방산 설경. |
아니 그렇게 높은 산을, 게다가 한겨울에 전문 산악인도 아닌 일반인들이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혹시 앞서는가.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없다. 어지간한 산 높이에 해당되는 해발 1,089m의 운두령이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데, 이 곳까지는 찻길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높이에 비해 정상에 오르기는 크게 힘들지 않는 산이다.
하지만 운두령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파른 눈길이 곳곳에 펼쳐지고, 특히 1492봉 바로 아래의 약 150m 구간은 경사가 심한 비탈이라서 산을 오를 때는 물론 내려갈 때도 주의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1492봉부터는 대체로 평탄한 능선을 이루고 있어 좀더 여유롭게 주변을 감상하며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오대산 정상과 그 산줄기들, 서쪽으로 회령봉과 태기산, 휘닉스파크, 남쪽으로는 용평스키장과 발왕산, 백석산은 물론 저 멀리 가리왕산까지, 북으로는 약수산, 점봉산을 거쳐 설악까지 전망되는 거칠 것 없는 설경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 운두령에서 정상까지는 약 2시간, 서두르면 1시간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운두령에 차를 주차해 놓고 올라갔다가 계곡으로 하산하게 되면 길가 곳곳에 송어횟집이 자리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차가운 속사천에서 양식된 이 곳 송어회 맛은 도심에서 먹는 그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고소하고 담백함은 물론이거니와 쫀득쫀득한 육질은 입 안에 찰싹 달라붙는다. 여기에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린 돌판 위에 생선회를 담아 내놓는 아이디어도 인상적이다. 이 곳 횟집에서 식사를 하면 출발 때 운두령에 주차해 놓은 곳까지 차로 데려다준다(무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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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앵무새학교. |
산행만으로 끝내기 섭섭하다면 귀로에 이승만기념관 맞은 편에 자리한 "한국앵무새학교"를 찾는 것도 색다른 재미. 거창한 이름과 달리 97년 문을 연 이 학교는 학생인 앵무새 5마리와 교직원 3명이 전부다. 이들 다섯 마리의 앵무새들은 짜여진 시간에 따라 공부를 한다. 국어시간에는 온갖 말들을, 체육시간에는 자전거 타기나 태권도, 농구공 넣기 등을 배운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실력들을 공연시간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손님들은 앵무새 공연단의 신기한 각종 묘기에 박수를 보낸다. 어떤 손님들은 팁으로 앵무새들의 주식이자 기호식품인 해바라기 씨 구입비를 내놓는다. 1일 1회. 1회 공연시간은 약 40분.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는 3,000원. 033-333-8249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속사 IC에서 나와 북쪽으로 31번 국도를 타고 가면 이승복기념관을 거쳐 운두령에 이른다. 운두령에는 주차공간이 있으므로 차를 세우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원주, 강릉 방면에서 시외버스로 진부에 간 다음, 진부에서 내면행(하루 8회) 버스를 이용해 이승복기념관, 운두령 등에서 하차한다.
*숙박 및 먹거리
운두령 아래쪽에 계방산장(033-333-5600), 산장민박(031-333-5555)등이 있고, 진부로 나가면 여관, 호텔 등 숙박시설이 많다. 운두령 주변에는 송어횟집들이 줄을 잇는다. 운두령횟집(031-332-1943), 용골송어회(031-332-1115), 선비촌(031-332-3535) 등.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