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장난감이다. 어린이들이 모형 자동차에 목숨걸고 달려들 듯이 어른들도 이에 못지 않게 자동차를 좋아한다. 그 행태는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알면 보고 싶고, 보면 사고 싶고, 사면 가능한한 많은 시간을 차와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그 차가 진짜 차든 장난감차든 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는 이렇게 단계를 거치며 변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금세 싫증내고 또 다른 차나, 대상으로 관심을 옮기기도 한다.
크라이슬러가 만든 PT크루저는 그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받아 왔다. 50~60년대로 돌아가 버버리 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만큼 복고적인 분위기다. 그런 PT크루저가 이번엔 컨버터블로 나왔다. 정식 이름은 ‘PT 크루저 카브리오’다. "장난감"이란 단어를 떠올린 건 이 차를 보면서다. 정말 장난감같은 차다. 장난감을 우습게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차라는 의미다. 특이하게 생긴 차가 지붕이 벗겨지면 마치 바구니 손잡이같은 바가 드러난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차다.
▲디자인
소프트톱을 벗기면 스포츠 바가 드러난다. 소프트 톱이지만 안전을 위해 바를 설치한 것. 꼭 안전만을 위한 장치라고 보긴 힘들다. 보기에도 멋있다. 이 차는 4인승 컨버터블이다. 한 가족이 타고 기분을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체격으로만 보면 PT크루저는 세단과 SUV의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단이라고 하기엔 높고, SUV보다는 낮아서다. 미니밴과 비슷한 높이, 1,540mm다. 평소 승용차를 타는 기자는 처음 이 차의 운전석에 앉을 때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눈높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위치를 누르고 있으면 10초만에 톱이 벗겨진다. 여기까지는 자동이다. 그 다음 벗겨진 뒤 잘 접어 뒤에 자리잡은 소프트톱에 커버를 씌워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건 완전 수동이다. 트렁크에서 커버를 꺼내 위치를 잘 맞추면서 커버를 덮고 단추를 채워야 한다.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조금은 번잡스럽다. 그래서 커버를 하지 않고 그냥 달렸다. 아무 문제없다. 모양새가 크게 어색한 것도 아니다.
헤드 램프와 리어 램프 형상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도어 손잡이도 마찬가지. 디자인에 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한 흔적들이다. 계기판과 대시보드는 아기자기한 느낌을 이어가고 있다. 계기판은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됐고, 또 다른 네 개의 원이 송풍구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공조 스위치들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뒷좌석은 그런대로 합리적인 공간을 갖추고 있어 4인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턱없이 좁은 공간에 시트만 만들어 놓고 4인승이라고 우기는 건 아니었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성인이 앉을 만한 공간은 확보하고 있다. 트렁크 도어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만들어졌고 열리는 각도 90도를 조금 넘는 정도다. 깊이 들어 있는 짐을 꺼내며 허리를 일찍 들어 올리면 뒷통수가 트렁크 도어에 부딪힌다. 둘이 앉게 만들어진 뒷좌석은 각각 나눠 접을 수 있어 마치 미니밴처럼 다양하게 시트와 트렁크 배열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성능
PT크루저 카브리오는 키가 크다. 시야가 넓어 좋지만 대신 조금 소란스럽다. 앞으로 달릴 때 공기와 맞닿는 단면적이 넓어 바람소리가 크다. 게다가 소프트톱이니 바람소리엔 약한 구조다. 그러나 시속 80km 전후의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는 바람소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하게 달릴 뿐이다. 시속 10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는 급격히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리가 주는 위압감은 의외로 크다.
시속 150km를 넘기면서 차체는 훨씬 여유있음을 느끼지만 바람소리가 주는 불안감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하지만 바람소리로 이 차를 탓할 생각은 없다. 소프트톱에 높은 차니까 당연한 일이다. 굳이 숨길 일도, 아니라고 우길 일도 아니다. 이 차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제원표에 따르면 2.4ℓ 엔진은 4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5,000rpm에서 152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 22.0kg·m도 4,000rpm에서 나온다. 고회전용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 지 3,000rpm 미만인 실주행영역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쉬고 차체가 반응한다.
계속 밟고 있으면 페달을 밟은 발로, 시트의 엉덩이로, 핸들을 잡고 있는 손으로 이 차의 힘이 느껴진다. 킥다운에서의 가속감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스포츠카 뺨칠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지만 대시하는 박진감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또 지붕을 벗겨내 달리는 즐거움을 맛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사실 지붕을 벗겨내면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에서도 상대적으로 빨리 달리는 짜릿함을 누릴 수 있다.
급격한 코너링을 시도했지만 차체는 부담없이 이를 받아줬다. TCS 효과를 보는 듯했다.
성능과 디자인만 놓고 평한다면 PT크루저 카브리오는 성능보다 역시 디자인이 강한 차로 요약할 수 있겠다.
▲경제성
차는 3,450만원에 팔린다. 연비는 8.2km/ℓ로 4등급에 속한다. 컨버터블이 아닌 그냥 PT크루저는 2,970만원이다. 경쟁차종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바겐 뉴비틀 2.0 브리올레가 3,970만원이다. 카브리올레치고는 비교적 낮은 가격이다. 게다가 4인승이라는 잇점도 있다. 4인승 세단의 기능을 가졌고, 컨버터블의 멋과 낭만을 더불어 누릴 수 있는 차다. 게다가 차가 높아 여유있는 시야확보로 미니밴이나 SUV의 장점까지 가졌으니 이 차야말로 진정한 크로스오버카라고 해야 지 않을까.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