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연합회에 돌을 던져라'

입력 2005년03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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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중고차업계를 대표하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의 회장직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신동재 전 회장이 정관을 고쳐가면서까지 연임하려 하자 차기 회장 후보의 선두주자이자 신 회장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최수융 당시 대전조합장이 반발하며 싸움은 시작됐다. 두 사람의 다툼은 회장직 돈 매수 논란으로 확산되며 진흙탕 다툼으로 번졌다. 여기에 성부경 전 서울조합장이 싸움에 지친 신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사태는 2개의 연합회가 존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서울 여의도 연합회 사무실에는 최 회장이, 장한평에 마련된 연합회 새 사무실에는 성 회장이 각자 정통성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오는 3월중순 최 회장이 성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회장직무정지가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 파행을 겪고 있는 연합회 업무도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모든 게 원상태로 돌아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아니다.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여지가 많다. 회장직을 놓고 벌어진 이번 싸움의 원인은 권력에 눈이 먼 일부 전·현직 조합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16개 시도조합장이 적게는 전국 4,500여개 회원 매매업체, 많게는 6만여명의 중고차딜러들을 대표한다는 건 분명하지만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게 바로 사건 발생의 원인이자 문제다.

현재 16개 시도조합장들은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견제할 수 있는 감사권도 가지고 있으며, 각종 추진위원장직을 만들어 권력을 나눠 갖고 있다. 연합회는 회원사인 시도조합의 회원업체들이 낸 회비로 운영되고 있으나 회원업체들의 경우 회비납부의 의무는 지니고 있으나 피선거권은 없다. 정책 결정에도 매매조합을 통해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권리만 행사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조합장들이 7~9명 정도만 뭉쳐 세력을 구축하면 없던 것도 만들어내고, 개정이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틀을 단숨에 와해시키는 ‘전지전능함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두 세력이 존재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에서는 소용없고, 갈등만 증폭시킬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좋은 예다.

중고차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이자 회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창구인 연합회의 역할은 사라지고 시도조합장들이 권력을 나눠 갖는 ‘그들만의 연합회’로 바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연합회는 업계에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어낼 자체 능력조차 상실하고 있다. 중고차업계에서 연합회 무용론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연합회장직을 놓고 갈등이 첨예하고 빚어지고 있는 지금은 바로 연합회가 변혁을 위해 나서야 하는 시기다. 그 속에 숨어 있던 온갖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숨어서 서서히 곪아 왔던 상처를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그나마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제는 곪은 상처를 터뜨려 치료해야 한다. 연합회의 주인인 매매업체와 딜러들이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도록 조합장들을 강제해야 한다. 조합장들만의 연합회가 아니라 업계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연합회, 소비자와의 간격을 줄이는 연합회로 거듭나야 한다. 피선거권을 늘리는 대의원제도 좋고, 다른 방법도 좋다. 중요한 건 권력집중으로 야기된 문제를 풀 수 있는 권력분산과 견제장치 마련이다.

조합장들도 권력욕에, 권위주의에 빠져 있지 않다면 그리고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연합회를 바라지 않는다면 권력을 나눠줘야 한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격언이 아니더라도 자신들만 인정하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면 정부로부터, 소비자로부터 더 크고 가치있는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 의견수렴이 번거롭다, 부작용만 생긴다 등의 온갖 핑계를 내밀며 현 제도를 유지하려 한다면 그 것은 업계의 발전은 아랑곳 않고 기득권만 지키려는 탐욕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앞으로도 "좋은 게 좋은 것",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번 사태의 교훈을 무시한다면 곪은 상처는 악성 세포로 바뀔 수 있다. 회원들이 연합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유·무형의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합회에 돌을 던져 상처를 터뜨려야 한다.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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