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엔 여린 낯빛의 봄날이 수런거린다

입력 2005년03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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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듯 말 듯 한 봄소식이 사람을 감질나게 한다. 어느 날 불쑥 얼굴을 들이밀 천연덕스런 봄날이 아니라, 뒤꿈치를 살짝 들고 살금살금 찾아오는 그 여린 봄날을 만나고 싶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려 보자. 우리나라 육지의 최남단인 전라남도 해남. 그 곳엔 어떤 모습의 봄날이 펼쳐지고 있을까.

조선조 단가문학의 거성으로 꼽히는 고산 윤선도. 해남에는 고산의 풍류가 숨쉬는 유적지가 남아 있다.


육지의 남쪽 끝인 해남에는 실제로 ‘땅끝’이라는 의미의 토말(土末) 마을이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예부터 이런 외진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해남은 고산 윤선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은둔하거나 귀양살이를 했던 곳이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면서 해남은 더 이상 소외된 땅끝이 아니다. 동쪽으로 강진·영암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동남쪽으로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완도와 접해 있는 한편, 서남쪽으로 진도와 마주하고 있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해남은 교통의 중심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한때 ‘해남 물감자’, ‘해남 풋나락’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곳 사람들의 순하고 물렀던 심성은 이제 얼마쯤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 게 인심이 각박해졌다거나 몰인정하다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해남 사람들은 육자배기 가락처럼 걸쭉한 인정으로 낯선 나그네를 반긴다.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하는 우슬재(牛膝峙)를 넘어서면 너른 땅과 푸진 산물,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오는 해남땅에 이른다. 해남을 찾으면 고산 윤선도의 풍류가 숨쉬는 운치 넘치는 녹우당(綠雨堂)이 기다리고 있다. 조선조 단가문학(短歌文學)의 거성으로 꼽히는 고산은 한평생을 대부분 유배와 낙향으로 외딴 섬과 산 속에서 보내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해남에는 그의 말년을 보낸 고택이 있다. 전형적인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반가로 손꼽히는 윤선도고택은 특히 가을이면 은행잎이 소낙비처럼 우수수 떨어진다고 해 이름이 붙은 녹우당(綠雨堂)이 유명하다. 그 밖에도 유물관, 시비 등이 있다. 유물관에는 ‘윤씨가전고화첩’, ‘고산수적관계문서’ 등 보물을 비롯해 2,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대흥사 대웅전에서 예를 올리는 스님.
해남 나들이에는 유서깊은 고찰 대흥사와 장엄한 두륜산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솟아 있는 두륜산(703m)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명산이다. 겨우내 눈 덮였던 두륜산 골짜기에 아지랑이처럼 굼실대는 봄기운이 현란하다. 여덟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 정상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 곳곳의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반적인 등산로는 장춘리-대흥사-진불암-두륜봉-만일암터-북미륵암-대흥사 코스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두륜봉 정상인 백운대에 오르면 그림같은 다도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두륜봉의 천연암석 구름다리는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



두륜산 품에 안겨 있는 고찰 대흥사는 신라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삼재(三災)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예견해 이 곳에 그의 유품을 많이 남겼다. 또 조선조말 우리나라의 다도(茶道)를 되살린 초의선사의 발자취가 남은 절로도 유명하다. 경내에 많은 보물이 남아 있다.



*맛집

해남읍에는 소문난 맛집들이 많이 있으나 그 중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은 천일식당(061-536-4001, 535-1001)이다. 70년 전통의 손맛을 자랑하는 소문난 한정식 집이다. 예전보다 정성이 덜 하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여전히 해남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창젓, 토하젓, 어리굴젓, 돔배젓, 명란젓 등 다양한 젓갈류와 배추김치, 갓김치, 파김치, 깍두기 등을 비롯해 갖가지 반찬들로 상이 그득하다. 상 가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둥글넙적한 떡갈비가 별미다.



천일식당 한정식.
이 밖에 명동정식당(536-3276)은 게장백반으로, 백포식당(536-3449)은 갈치조림으로 유명하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목포에서 77번 국도(과거엔 813번 지방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끝까지 가면 해남에 이른다. 해남읍 버스터미널 앞에서 완도 방면 13번 국도를 따라 읍내를 벗어나면 길 왼쪽으로 대둔사 가는 827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로 가다 보면 신기리에서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807번 지방도로로 계속 가면 대둔사 입구 숙박단지가 보인다. 숙박단지 끝에 있는 대둔사 앞에서 절까지 경내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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