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힘, 부드러운 반응

입력 2005년03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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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가 바쁘게 변하고 있다. 변속기에 이어 이번엔 엔진 방식이 달라졌다. 세 번째 쏘렌토 시승이니 길지 않은 시간에 자주 만나는 편이다. 데뷔 때 첫 만남을 가졌고, 5단 자동변속기 말썽이 난 후 변속기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을 때 시승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변화의 키포인트는 엔진, 그 중에서도 터보차저 방식이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에 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 즉 가변터보차저를 장착한 것. 엔진효율이 크게 높아졌음을 차 이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기존 기계식 터보차저를 장착한 모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전 라인업에 VGT 모델을 추가했다고 보면 된다. 더 좋아졌다는 쏘렌토 VGT를 만났다.

▲디자인
사실 디자인의 변화는 이렇다하게 내세울 게 없다. 그러나 첫 눈에 확 띄는 게 라디에이터 그릴에 자리잡은 기아 엠블럼. BMW의 둥근 엠블럼과 닮았다는 의혹을 받았던 예전 엠블럼이 사라지고 타원 안에 "KIA"라는 영문 표기를 한 새 엠블럼이 보란 듯이 달려 있다.

엠블럼 자체는 산뜻한 모습에 한 눈에 알 수 있게 만들어져 호평할 만하다. 반면 잦은 엠블럼 교체는 메이커의 신뢰감을 크게 깎아내린다. 예전과 일관성 없는 디자인인 데다 지금 엠블럼을 교체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바꾼 건 무리수다. 차의 변화를 눈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라면 엠블럼이 아니라 다른 부분을 손대는게 낫지 않을까. 엠블럼은 브랜드인데 이를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것 같아 아쉽다. 그나마 새 엠블럼이 차 앞뒤로 자리잡았지만 핸들 한가운데에는 예전 엠블럼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는 브랜드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는 좀 더 치밀하고 짜임새있는 브랜드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성능
이번 쏘렌토의 변화 핵심은 VGT 엔진에 있다. 따라서 VGT 엔진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 VGT 엔진은 터보차저를 통과하는 배기가스의 양과 유속을 정밀 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배기가스가 적게 나오는 저속구간에서는 통로를 좁게 해 배기가스가 빠르게 흘러 터빈을 돌리게 만들고, 고속구간에서는 통로를 넓혀 주는 방식이다. 이에 힘입어 저속구간에서는 토크가 높아지고 고속구간에선 출력과 연비가 향상된다고 회사측은 소개하고 있다. 전자기술의 발달이 상황에 따라 정밀제어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엔진의 힘은 174마력으로 이전보다 세졌다. 제원표 상으로는 분명히 세졌는데 이를 실감하긴 힘들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탄력있게 튀어나가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속도를 높인다. 세진 힘이 부드럽게 포장됐다고나 할까.

차의 무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코너에서는 과감한 코너링을 구사할 때 심리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네바퀴굴림 모델이라면 코너링에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 네바퀴굴림차의 가장 큰 장점이 오프로드 주행성능에 있다면 두 번째 장점쯤으로 꼽을 수 있는 게 탁월한 코너링 성능이다. 같은 차라면 두바퀴굴림보다 네바퀴굴림이 코너에서의 한계속도도 높고 안정성도 우수하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 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탱탱한 탄력보다 굵은 토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꾸준히 차를 몰아붙이면 시속 180km까지도 넘볼 만큼 충분한 속도를 낸다. 수동변속기라면 이 보다는 조금 더 탄력있는 파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터보에 디젤엔진이라고 해서 매우 시끄러울 것으로 예단해선 안된다. 의외로 조용했다. 물론 운전석에서 느끼는 소리다. 밖에서 엔진소리를 들으면 역시 디젤임을 숨길 수는 없다.

봄이 시작하는 서울을 떠나 도착한 양평의 유명산 자락은 여전히 깊은 겨울이었다. 급한 내리막 경사길에는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이 쌓여 있었다. 차에 끼어 있는 4계절용 노멀 타이어가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4륜구동을 믿고 눈길에 올라섰다.

쏘렌토는 타이어가 살짝살짝 미끌리기는 했으나 차분하게 미끄러운 눈길을 공략해 나갔다. 트랜스퍼를 L에 넣고 변속기는 1단으로 세팅했다. 그 상태로 눈길 내리막을 가속 페달도 브레이크 페달도 밟지 않고 엔진 구동력만으로 내려왔다.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정확히 느껴졌다. 하지만 엔진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일정하지는 않았다. 브레이크를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것처럼 제동력이 온오프를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갈수록 자동차의 성패가 전자기술에 좌우되는 것 같다. 이 차만 보더라도 커먼레일 디젤, VGT, 4WD 등 핵심 장치들이 모두 전자기술의 세례를 받았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등 본격적인 IT 전자장치들이 더해지면 자동차가 기계장치인 지 전자장치인 지 헷갈릴 지경이 된다.

▲경제성
2005년형 쏘렌토는 2WD가 2,034만~2,365만원, 4WD는 2,230만~2,386만원(이하 기존 기계식 터보차저 엔진), 4WD VGT 엔진은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장착해 2,694만~2,955만원에 판매된다.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투싼, 스포티지로 구성되는 소형 SUV를 시작으로 그 윗급에 싼타페-쏘렌토-테라칸으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쏘렌토는 그 라인업에서 비중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객관적으로 봐도 쏘렌토는 국내외에서 경쟁력있는 SUV다. 좀 더 치밀하고 세심한 전략으로 시장요구에 대응한다면 "성공한 SUV"란 평가가 그리 먼 데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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