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국산 경차 마티즈가 탈바꿈하고 새 모습으로 다가왔다. 올뉴마티즈다.
마티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GM대우자동차의 효자상품이다. 유일하게 GM대우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시장이 바로 경차다. 물론 경쟁상대가 없는 독점시장이지만 예전 현대자동차 아토스나 기아자동차 비스토가 나왔을 때도 1위는 놓치지 않았다. ‘올 뉴’ 라는 접두사는 모든 게 새로워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그런 지 시승을 통해 점검해 본다.
▲디자인
새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마티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틀은 그대로, 디테일은 다르게 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게 헤드램프로 원형램프와 방향지시등을 합치고 기하학적인 변화를 가미해 눈길을 끈다. 선루프 앞에 더듬이처럼 안테나가 서 있다. 장난감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안테나다. 무선조종기를 들고 조작하면 움직일 것 같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시트의 밀착감이 예전과 다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특히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의지해 보니 착 달라 붙는 감각이 유난히 좋다. 편하다. 시트에는 팔걸이가 있다. 장거리여행 시 긴장감을 떨치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겠다.
몸이 시트를 느낀다면 눈은 계기판의 특이한 배치를 먼저 보게 된다. 계기판은 조수석과의 사이로, 센터페시아 윗 부분으로 이사갔다. 원래 계기판이 있던 곳에는 각종 자동표시장치들만 한 데 모아 조그만 정보표시창만 남았다.
계기판이 중앙으로 옮기면서 운전정보는 모든 실내 탑승자에게 공개된다.
운전자가 잔소리 들을 확률은 높아졌고, 사고날 확률은 낮아졌다. 과속하면 그 속도를 탑승자 모두가 알게 돼 잔소리를 하게 되고, 속도를 줄이게 돼 사고위험이 낮아진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계기판을 보느라 운전자의 시선이 자주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돼 산만한 면도 있다. 이를 근거로 안전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시트 높낮이 조절 손잡이는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내구성, 부품의 치밀함, 출고 시 검사과정 등에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새 차의 부속이 벌써 떨어져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출고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점도 작지 않은 문제다. 대시보드의 은색은 마치 1회용 락카를 뿌린 듯 색감의 깊이가 없다. 곧 벗겨질 것만 같다.
실내 공간은 훌륭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길이 3.5m, 폭 1.5m 공간인데 앞은 물론 뒷좌석까지 좁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공간을 확보했다.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해 실내공간을 넓힌 점이 돋보인다. 작지만 여기 저기 마련된 수납공간은 대형차 저리가라할 정도다.
▲성능
마티즈를 타고 아직 봄이 제대로 오지 않은 벌판을 달렸다. 가속반응은 더디지만 꾸준했다. 경차답다. 반면 시내주행이나 고속주행 모두 아쉽지 않게 달릴 수 있다. 흐름을 타면 큰 차 부럽지 않을 만큼 잘 달린다. 시속 140km까지는 그렇다. 그 이상은 기대해선 안된다. 왜? 800cc 경차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다.
시속 8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100km/h를 고비로 엔진소리는 확 줄어든다. 잘 안들릴 정도다. 엔진소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바람소리가 엔진소리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서 운전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엔진은 조용하고 차는 별다른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계속 밟고 있으면 차는 속도를 꾸준히 높여가지만 앞서 말했듯 박력은 없다.
폭이 좁고 높은 체형이라 그런 지 횡풍에 약했다. 대형 트럭이 고속으로 지나가거나 큰 다리를 건널 때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경차지만 안전에 관해선 양보한 것 같지 않다. 고장력 강판이나 각종 보강재를 넉넉히 사용했다고 한다. 사이드 에어백이 적용됐고 EBD ABS도 채용했다. 측면충돌시 B필러는 꺾이지 않은 채 평평하게 밀려들어오는 점도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
4단 자동변속기에는 오버드라이브 기능이 내장됐다. 변속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장착했던 무단변속기는 이번 개편에서 사라졌다.
▲경제성
올뉴마티즈는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연료 1ℓ로 16.6km를 달린다. 수동변속기라면 20.9km/ℓ에 달한다. 우수한 수준이지만 1등급은 아니다. 자동변속기는 4등급이다. 절대적으로는 우수한 연비지만 800cc 미만 1군의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다.
마티즈의 경제성은 오히려 차 외의 요인인 사회적 혜택에 있다. 경차에만 적용되는 등록세 및 취득세 면제, 도시철도공채 면제, 고속도로통행료 50% 할인, 유료도로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50% 할인, ㏄당 104원(모닝은 ㏄당 130원)의 자동차세, 지하철 환승주차장 20%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법 제도의 지원을 엄청나게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니 마티즈는 사실 경차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그러나 MP3 내장 CD 플레이어는 그렇다고 해도 무선시동 리모컨키가 꼭 필요한 지는 의문이다. 안전장치에서야 경차라고 소홀히 할 수 없겠지만 이런 편의장치는 생략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올뉴마티즈는 기본형인 시티, 한 단계 윗급인 조이 그리고 고급형인 슈퍼로 라인업이 구축됐다.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시티 626만원, 조이 676만원, 슈퍼 721만원이다. 밴형의 경우 588만원이다. 4단 자동변속기 선택 시 125만원이 추가된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