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뉴체어맨에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심기일전, 시장공략에 나섰다. 체어맨은 국내 고급차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모델이다. 체어맨이 없으면 국산 고급차시장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식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노삼성의 SM7이 있기는 하나 에쿠스, 오피러스 등이 포진한 고급차시장에서 견줄 모델은 아니다. 체어맨은 리무진까지 갖추고 당당히 고급차시장에 버티고 있다.
체어맨은 때로 정치적인 의미도 갖는다. 현대나 기아차를 타기 곤란한 입장에 있는 이들이, 그렇다고 수입차를 탈 수는 없을 때 체어맨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슷한 차로 사브가 있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한 때 관용차로 사브를 탔던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 시절 수입차에 대한 차별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관용차로 선택한 차가 사브였다. 사브는 스웨덴차였으나 GM이 소유하고 있는 메이커. 미국의 거센 통상압력에 맞서 미국 대신 스웨덴차를 골랐으나 실질적으로는 GM의 차를 사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자동차 정치’라고 할 만한 일들이다.
체어맨은 또 SUV를 포함한 RV를 주력으로 하는 쌍용이 유일하게 생산하는 세단이다. 그런 체어맨이 현란한 수식어가 앞에 붙는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다시 우리 앞에 섰다.
▲디자인
외부 디자인에서는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라디에이터 그릴도 가로로 세 개의 선이 있는 예전 모양 그대로이고 헤드램프 역시 마찬가지다. 체어맨 변화의 핵심은 ‘전자기술’이라 할 만하다. EAS(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EPB(전자동 파킹 브레이크), TPMS(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시 시스템) 등의 전자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그 동안 마음대로 투자하지 못했던 한을 풀어내는 것 같다.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은 차의 상태에 따라 차체 높이를 수시로 조절한다. 최저지상고 180mm에서 최고 25mm까지 차체를 높이고 때로는 20mm까지 낮추기도 한다. 45mm의 높이를 넘나드는 셈이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30초 이상 달리면 15mm 낮아지고, 험로에서는 25mm 높아지는 식이다. 트렁크를 열면 차 뒷부분이 20mm 낮아지면서 앞은 25mm가 높아지기도 한다. 리모컨으로 도어를 잠그면 차가 낮아지고 다시 도어를 열면 높아진다. 다양한 조건에서 운전자가 편하고 차가 제 성능을 낼 수 있게 수시로 차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 말로 ‘그때 그때 달라요’다.
EPB는 운전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를 자동 모드로 놓고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주면 자동으로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진다. 이를 풀 때는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주면 된다. 꽉 막힌 길, 언덕길에서 쓰임새가 크다.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시 시스템은 4개의 바퀴별로 공기압을 체크하고 공기압 부족이나 과다를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계기판에 나타낸다. 타이어 파열로 인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기능이다. 고급차에서도 보기 드믄 기능을 앞서 채용했다.
자동차의 전자화는 대세다. 그러나 전자장치는 필연적으로 고장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따라서 전자화의 혜택을 제대로 제공하려면 메이커는 정비망에 대한 투자도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정비망이 취약한 쌍용인 만큼 차 자체에 대한 개발에 못지 않게 정비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성능
운전석에 앉으면 큼지막한 스티어링 휠이 반갑게 맞이한다. 보통의 세단에서 보는 핸들보다 크다. 마치 버스의 그것 같다. 핸들이 작으면 차의 반응이 빠르다. 반대로 핸들이 크면 차의 거동이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은 무거워졌다. 예전 모델에선 스티어링 휠이 컸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조작할 수 있었지만 새 모델에서는 여전히 큰 스티어링 휠이 좀 더 무거워졌다. 불편하다.
가속은 빠르고 경쾌했다. 3.2ℓ 엔진은 6,000rpm에서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2.0kg·m로 발생시점은 3,800rpm. 다소 고속주행에 맞춰졌다. 하지만 중·저속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성능을 토해낸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엔진룸에 세로로 얌전하게 놓여졌다. 뒷바퀴굴림에 맞춘 정석대로의 배치다.
달리는 동안 실내는 편안했다. 꽤 빠르게 속도를 높여 시속 180km를 넘나들며 달렸으나 특유의 편안함은 잃지 않고 잘 유지했다. 고속에서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크지 않다. 주행성능과 승차감 중 특히 돋보이는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승차감이다. 스포츠 세단이 아닌 다음에야 고급 세단이라면 뒷좌석 오너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게 가장 큰 덕목이다. 운전자의 즐거움은 그 다음이다. ‘fun to drive"의 중요성보다 승차감이 먼저다. 그런 면에서 체어맨은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덕목을 제대로 갖췄다.
T트로닉 5단 자동변속기는 변속레버도 살짝 변했다. D레인지에서 좌우로 밀어 수동변속을 가능하게 한 것. 이전에는 D레인지 아래로 1, 2단 레인지를 둔 전통적인 게이트 방식이었다. 모든 속도에서 변속충격은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신경을 집중하면 변속 시의 미묘한 느낌을 알게 된다. 무심하게 운전하면 모른다. 수동변속을 통해 엔진 브레이크를 걸면 속도가 확실히 줄어든다.
고급 승용차라면 내비게이션도 걸맞는 성능을 갖춰야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은 건 의외다. 안내하는 목소리가 어딘 지 한 시대 뒤떨어진 듯하고, 과속방지 안내를 가장해 단속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도 많이 떨어진다. 업데이트 한 번이면 될 문제지만 소비자들은 사소한 부분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를 결정하는 법이다.
▲경제성
체어맨은 400S(2.3ℓ), 500S(2.8ℓ), 600S(3.2ℓ)와 리무진인 600L로 라인업을 이룬다. 벤츠의 이미지를 차용하다보니 최고급 이미지를 주는 600을 정점으로 하는 라인업을 맞춘 것이다. 가장 싼 모델이 3,203만원이고 리무진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600S 마제스티는 5,829만원, 600L 리무진은 6,773만원이다. 체어맨은 국산차라고 꼭 수입차보다 싼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600S의 연비는 7.7km/ℓ다. 하지만 공인연비의 의미는 참고용일 뿐이다. 게다가 정확해 보이지도 않는다. 같은 엔진에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운 600L 리무진도 연비가 7.7km/ℓ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그러려니 얘기하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