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오셨어?”
문 앞을 기웃거리는 외지인에게 횟집의 주인인 듯한 사내는 손짓해 청했다.
“우리 장고항 특산물이 실친디, 여기까지 오셨으니 한번 맛 봐여”
실치라니,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고기라고 미리 고개 저을 필요는 없다. 밥상에서 자주 만나는 뱅어포를 안다면 그 고기가 포가 되기 이전의 날생선을 생각하면 된다. 그 가늘고 작은 고기를 과연 회로 먹을 수 있을까. 도대체 뼈도 내장도 없는 그 작은 고기에서 무슨 맛을 느낄까?
“이거 냉면 사리 아니예요?”
실치회를 앞에 놓으면 누구나 그렇게 반문하고 말리라. 냉면 사리와 흡사한 색깔과 분량, 그 위에 살살 뿌려진 깨는 영락없는 모양이다. 거기에 곁들여진 채 썬 당근, 양배추, 무, 고구마 등의 야채등속과 참기름, 초고추장을 넣어 섞으면 마치 비빔냉면을 비비는 듯하다. 또한 냉면을 먹듯 실치회를 감아올려(?) 입안에 넣으면 어렴풋이 느껴지는 씁쓰름하면서도 고소한 끝맛.
“아이구! 제대로 아시네. 그 게 바로 실치회 맛이여. 첨 먹을 땐 이상하지만 좀 먹다 보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지유. 실치회 맛을 본 사람은 다른 생선회는 입에도 안대유”
씁쓰름하면서 뒤늦게 어렴풋이 느껴지는 고소한 끝맛. 그 것은 이름없는 항구에 우연히 스며들어 기울이는 술잔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맛이다.
8일부터 3일동안 실치 축제가 열리는 곳은 서해안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 장고항 가는 길목에는 석문방조제가 있어 드라이브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석문방조제의 당당한 위용은 차들로 북적이는 아산방조제나 삽교방조제와 비길 바가 아니다. 98년 완공된 방조제는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와 석문면 장고항을 연결하는 길이 10.6㎞로 동양 최대다. 끝보이지 않게 쭉 뻗은 방조제에는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이 찾아와 액셀 페달을 끝까지 꾹꾹 밟아대며 최고속도에 도전하기도 한다.
방조제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 장고항은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항구다방’ 간판을 내건 키 작은 한옥 3거리를 지나면 더욱 좁아지는 마을길을 따라 등대횟집, 용왕횟집, 장광횟집, 서해수산, 장고항수산센터가 총총히 이어지다가 와락 바다가 펼쳐진다. 포구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파도에 자갈 부딪히는 소리, 긴 장화를 신은 사내들이 어슬렁거리며 오가고, 발목 묶인 고깃배가 그리운 낯빛으로 바다를 돌아보는 풍경은 가슴 저 밑바닥에 잔잔한 물살을 일게 한다. 이름없는 포구의 낯선 낭만을 꿈꾼다면 망설이지 말고 장고항으로 들어가면 된다.
장고항에서 실치회를 맛보지 않고는 이 곳을 다녀왔다 말할 수 없다. 씁쓰레한 실치회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인생살이의 달고 씁쓰레함이 취기처럼 온몸으로 번진다.
실치는 6월말까지 잡히지만 4월중순을 넘어서면 뼈가 굵어져 제맛을 잃기 때문에 회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지금이 적기라고 한다.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실치의 싱싱함에도 빠져 보고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왜목마을 등 주변 관광지도 돌아볼 수 있다. 축제기간동안 마을에서는 바지락 잡기와 바다낚시, 실치로 뱅어포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면 한진포구-내로리-석문방조제-장고항에 이른다. 혹은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IC-32번 국도(서산 방향)-탑동 4거리(고가다리 밑)-석문대(지방도 615번)-장고항에 도착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