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니라 춘백으로 물든 선운사

입력 2005년04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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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로 동백꽃을 보러 가자.

선운사로 들어가는 진입로. 선운사 동백은 입구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약 30m 너비로 군락을 이룬다.


"동백? 아니 때늦게 무슨 동백?"이라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선운사는 지금 동백으로 붉게 물들고 있다. 선운사 동백은 엄밀히 말하면 동백(冬柏)이 아니라 춘백(春栢)이다. 4월중순이나 늦으면 5월초에 꽃이 핀다. 그 사실을 모르고 서둘러 이 곳을 찾아갔던 이들은 ‘선운사 골째기로 / 선운사 동백꽃을 / 보러 갔더니 / 동백꽃은 아직 일러 / 피지 안했고 / 막걸리집 여자의 / 육자배기 가락에 /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라고 노래한 미당(未堂) 서정주의 시를 곱씹어야만 했을 것이다.



선운사 동백이 유명해진 데는 미당 선생과 함께 가수 송창식의 노래와 시인 최영미의 시도 한몫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이하 중략)’



가수 송창식이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동백꽃을 보러 가자”고 목놓아 노래하자 사람들은 우르르 우르르 선운사를 찾았고, 젊은 시인 최영미의 <선운사에서>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케 했다.



절 자체보다 동백으로 더 유명한 선운사.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이하 중략).’



여기에 김용택의 시 <선운사 동백꽃>이 숱한 사나이들을 선운사로 향하게 했다.



‘여자에게 버림받고 /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 맨발로 건너며 /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 이 악물고 / 그 까짓 사랑 때문에 / 그까짓 여자 때문에 / 다시는 울지 말자 / 다시는 울지 말자 / 눈물 감추다가 / 동백꽃 붉게 터지는 / 선운사 뒤안에 가서 / 엉엉 울었다’



이렇듯 절 자체보다 동백으로 더 유명한 선운사에는 동백나무가 병풍처럼 절을 두르고 있어 봄날이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반짝이는 푸른 잎 사이로 점점이 박힌 붉은 꽃송이는 아름답다 못해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아직 입을 앙다물고 있는 봉우리, 농염한 여인처럼 활짝활짝 웃는 만개한 꽃송이, 또 더러는 송창식의 그 노래처럼 봄바람에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동백꽃을 보러든, 실연당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서든 이 봄, 선운사 골짜기로 떠나 보자.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 품에 안긴 고찰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때 창건된 절로 진흥왕 때 번창했으나 정유재란 때 파괴되고 수재로 무너진 것을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내에 대웅전(보물 290호)과 만세루, 팔상전, 영산전, 명부전, 산신각, 관음전 등이 있다. 대웅전 안에는 보물 제279호인 금동보살좌상도 있다.

신덕식당의 장어구이.


선운사에서 개울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진흥굴과 도솔암으로 가는 작은 찻길이 뚫려 있다. 도솔암에 이르기 전 나오는 진흥굴은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수도했다는 곳이다. 진흥굴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천인암 절벽이 우뚝 선 자리에 그린 듯이 자리잡은 암자가 도솔암이다. 암벽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오르면 내원궁이 있고 그 아래 40여m의 암벽에는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내원궁에는 보물 제280호인 금동지장 보살좌상이 있다.



선운사 동백은 선운사 입구에서부터 절 뒤쪽까지 약 30m 너비로 군락을 이룬다. 수령은 500년 가량 되며 총 3,000그루쯤 된다. 천연기념물 제184호.



*소문난 집

선운사 진입로 주변에는 장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소문난 맛집이 모여 있다. 벌써 20~30년동안 터를 잡고 손맛을 지켜오고 있는 이들 맛집은 풍천장어 요리로 유명하다. 미식가들이 으뜸으로 치는 풍천장어는 풍천의 지리적 여건이 만들어낸 맛이 독특하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풍천은 깊은 바다에서 산란해 치어가 되면 민물로 올라와 사는 장어의 생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운사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연기식당(063-562-1537), 신덕식당(063-562-1533) 등이 오랜 손맛을 자랑한다. 장어를 살짝 익혀 양념장에 담궜다가 그 양념장을 다시 발라가면서 숯불에 구워낸 이 곳의 장어구이는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고창의 특산물인 복분자술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동백꽃 한 송이.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선운사 인터체인지에서 빠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혹은 호남고속도로 정주 인터체인지 - 부안 방면 국도 22번 - 흥덕 3거리 - 법성포 방면으로 3km 달리면 왼쪽으로 선운산 도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1.5km 들어가면 선운사 주차장이다.



*숙박

선운사 입구 관광단지에 여러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 선운산유스호스텔(063-561-3333), 산새도호텔(063-561-0204)은 해수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전통의 동백호텔(063-562-1560)은 식사가 제공되는데 장어구이 및 맛깔스런 반찬이 까다로운 미식가도 만족시킬 만하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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