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항공사 근무 등 3개 국어 능통한 만능 재주꾼

입력 2005년04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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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꽃’은 싫어요. 아직도 ‘리셉셔니스트’라고 하면 차 심부름이나 전화응대 정도만 하는 걸로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랫동안 고객들의 기억에 ‘기분좋은 벤츠직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벤츠 딜러인 한성자동차 강남 전시장에서 만난 리셉셔니스트 이민정(25) 씨는 자신의 직업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입사 2년차에 접어든 이 씨는 벤츠 전시장에서 1년여 근무하다 보니 리셉셔니스트란 직업 자체가 보편적으로 알려진 단순업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녀의 업무영역은 남들이 아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전시차 관리, 영업사원 보조, 방문객 통계, 액세서리 판매 등 다양하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를 정도라고.



“원래 뚝심이 있는 편인데요, 일을 하면서부터는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현재의 일이 적성에 잘 맞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당연하다. 그녀는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6개월이나 훈련을 받았다. 거친 훈련을 이겨야 하다 보니 당연히 뚝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일을 하기에는 자신과 맞지 않다는 생각에 그녀는 항공사에 스케줄러로 취직했다. 말 그대로 고객들의 스케줄을 관리해야 하는 일이어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외국의 다른 스케줄러들과 e메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얼마간의 생활이 지나자 그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양경찰의 거친 면을 피하려고 일부러 조신(?)한 직업을 택했으나 이번엔 너무 움직임이 없었던 것. 그래서 지난해 3월 한성자동차의 시험에 응시했고, 지금까지 리셉셔니스트 일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 한 일본인이 전시장에 들어와서 길을 물어보더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쳐줬더니 얼마 전 다시 찾아와 고맙다고 과자와 편지, 선물까지 주고 갔습니다. 이런 일들이 제게는 작은 보람이 됩니다”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의 얘기다. 이 씨는 이색경력에 걸맞게 영어와 일어를 잘 하기 때문에 가끔 전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다. 또 그녀의 말 대로 ‘프로페셔널’로서의 리셉셔니스트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춘 셈이다.



그녀는 또한 한순간이라도 미소띤 표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1시간 중 59분을 웃고 있었지만 자신이 찡그린 1분 사이 매장을 찾은 고객은 벤츠 전시장 전체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앞으로 결혼해 ‘아줌마’가 돼도 전시장 리셉셔니스트로 일하고 싶어요”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짧게는 1~2년, 길어도 3년 이상 이 일을 하는 여성이 없기에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그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이 씨는 오랫동안 전시장의 얼굴로, 고객들이 내방 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남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다. 결혼한 신혼부부가 아기를 낳아 함께 올 수도 있고, 노부부의 경우 손자와 전시장을 다시 방문해도 언제나 자신이 그들을 편안하게 맞고 싶다는 것이다. 이미 자질과 마음을 갖춘 그녀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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