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성능점검과 품질보증 1세대 : 99년 9월~2005년 1월
②성능점검과 품질보증 2세대 : 2005년 2월~?
③성능점검과 품질보증시장 전망
지난 2월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성능점검제 강화로 사실상 중고차 품질보증제가 시행되고 있다. 중고차시장에 본격 적용되는 올 8월을 앞두고 있는 현재 중고차시장에서는 성능점검제와 품질보증제 정착을 위한 물밑작업이 분주하다.
중고차 품질보증보험과 성능점검제는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으나 중고차시장에서는 그 동안 제대로 결합되지 못했다. 품질보증보험은 성능점검제가 시행되기 전에 나왔으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성능점검제도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몇몇 대규모 시장이나 기업형 업체를 중심으로 비교적 자세한 성능점검이 이뤄지고 있으나 대다수 시장에서는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점검없이 기록부 용지만 팔고 형식적인 육안검사에 그치는 등 일부 진단업체와 중고차조합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올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중고차시장 내부에서 체질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데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소비자단체 및 정부가 앞장서 외부에서 중고차시장의 변화를 강제하는 법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성능점검과 품질보증은 짧게는 성능점검기록부가 의무화된 2001년 4월 이후 4년만에, 길게는 품질보증보험이 처음 등장한 지난 99년 이후 6년만에 정착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성능점검과 품질보증이 어떤 길을 걸어 왔고, 현재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성능점검과 품질보증 1세대 : 99년 9월~2005년 1월>
▲품질보증, 변죽만 울리다
품질보증상품은 지난 99년 9월 선보인 이후 2000년부터 중고차시장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코리아카유니온(큐비즈), 엔카, 에이온 워런티코리아, 카체커스, 이티카, 이엘씨 등 보증업체들이 잇따라 품질보증상품을 내놨다. 손해보험사들도 이들 업체와 제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품질보증은 결국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인 중고차에 대한 일괄보증이나, 품질 또는 기능별 보증이 힘들고 보증수준에 대한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눈높이가 달라 클레임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고장났거나 고장가능성이 큰 중고차만 보증에 가입하는 ‘역선택’이었다. 성능점검제도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성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기 힘든 상황을 악용, 많은 영세 매매업체들이 성능에 문제가 있거나 발생가능성이 높은 중고차에만 이 보증을 적용, 보증료 수입보다 클레임으로 나가는 보상금이 많게 된 것. 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일부 영세 보증업체들이 타사 상품을 그대로 가져다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행위가 성행, 품질보증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상품의 질로 승부하려던 보증업체들과 손보사들은 높아져 가는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했고, 영세 보증업체 몇 곳만 남아 일부 중고차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해 왔다.
2001년 4월에는 품질보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성능점검제도가 시행됐으나 이미 보증업체들의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다. 게다가 성능점검제도 역시 영세 진단업체들과 조합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품질보증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자체 성능진단 및 보증 시스템을 갖추고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기존 중고차관련 업체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던 SK엔카는 살아남았다. 이 회사도 진단 및 보증으로는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엔카가 중고차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 진단 및 보증 시스템이 크게 기여했다.
▲껍데기뿐이었던 성능점검제도
건설교통부는 2001년 4월19일부터 매매업체에서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팔 때는 성능점검을 한 뒤 그 기록부를 반드시 소비자에게 교부토록 하는 성능점검제도를 시행했다. 중고차 성능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고 중고차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만든다는 게 목적이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성능점검시설 및 인력부족 등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실시된 데다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안돼 껍데기뿐인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록부에 기재된 검사항목만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20~30분의 시간과 3만원 정도(교통안전관리공단 산하 자동차검사소 기준)의 비용이 발생하나 진단업체가 5,000~1만원 정도만 받고 5분 내에 매매업체의 입맛에 맞게끔 검사해주는 형식적인 점검이 올 2월 이전까지 대세였다. 일부 지역에선 매매업체와 진단업체가 결탁, 성능점검없이 기록부에 확인도장을 찍어주는 사례가 빈발했다. 진단업체가 허위점검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점검항목이 점검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리 및 조정, 교환, 양호로만 돼 있어 허위 여부 파악도 곤란했다.
이렇듯 성능점검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비용만 올리는 부작용만 일으키자 이를 내세워 성능점검제 폐지를 주장하거나 폐지를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는 중고차단체들이 많이 등장했다. 반면 2002년 이후 업계 일각에서는 성능점검제를 중고차시장 차별화를 통한 소비자 신뢰회복 및 판매전략으로 삼는 곳도 생겨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고차 입출고를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일부 신생 시장이나 기업형 매매업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계속>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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