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를 통해 본 대통령의 힘 그리고 기름때

입력 2005년05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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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모터쇼가 막바지다. 오랜만에 국산차와 수입차업체가 모두 참가해 열린 만큼 국민들의 관심사도 뜨거웠다. 그래서인 지 몰라도 올해 모터쇼 개막식에는 이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다. 모터쇼가 국내에서 열린 지 10년째를 맞지만 대통령이 참관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

대통령의 참석은 다양한 뒷얘기를 남겼다. 대통령이 모터쇼장에 나타난 지난 달 29일은 개막일이자 입장료가 2만원에 달하는 "스페셜 게스트의 날"이었다. 관람객이 붐비지 않는 상황에서 편안한 관람을 제공한다는 차원인 만큼 입장료도 비싸게 받았다. 그러나 당일 오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전시장으로의 입장이 불가능했다. 대통령 경호 상의 이유가 그 배경이다. 그래서 입장은 오전 11시쯤부터 재개됐다.

대통령이 전시장을 둘러보자 업체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느 회사의 부스로 발길을 돌리느냐였다. 물론 대통령이 어느 업체에 갈 지는 그야말로 대통령 마음이다. 따라서 업체마다 자신들의 부스를 방문할 것에 대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GM대우자동차 전시장. 자연스럽게 신차인 스테이츠맨으로 다가섰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관심을 표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타보지는 않았다. 고작 운전석에 앉아 보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어느 차에 앉는 지에 참가업체의 관심은 집중됐다.

이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 부스를 지나 기아자동차 전시장에 들어섰다. 어떤 차에 앉을까를 예의주시하던 업체 관계자들이 보란 듯이 대통령은 프라이드에 탄 채 이리저리 스티어링 휠도 돌려 보고 실내를 살폈다. 일제히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모든 관심은 프라이드에 집중됐다. 다음 날 모든 신문지상에는 프라이드에 앉아 있는 노 대통령의 모습이 게재됐다. 반면 스테이츠맨을 둘러만 보던 대통령 부부의 사진은 자료사진으로만 남게 됐다. 프라이드에 타봤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소형차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가 회자됐다. 정말 관심이 많은 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대통령이 모터쇼에 참석, 자동차에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자동차 자체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는 나름대로 자동차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때로는 경영적인 측면을, 때로는 산업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와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대부분 자동차쪽에서 이름을 얻으려면 경영적, 산업적 분석에 능통해야 하는 우리 자동차문화의 편견 때문이다. 손에 기름때 묻혀 가며 자동차를 익힌 전문가들은 배제된 채 그저 숫자로 분석하고 "경영"이나 "산업"을 들먹이면 대단한 전문가로 평가하는 오래된 관행이 자동차에도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늘 외롭다고 말한다. 정작 만들고, 고치는 사람은 외면받는 셈이다.

만일 대통령이 모터쇼에 참석해 "자동차 만드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고, 고치는 분들도 훌륭합니다"라고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 이유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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