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4를 만났다. 새로 출시된 모델이다. 강력한 경쟁자 BMW 3시리즈의 변화에 아우디가 적극 대응해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1.8T와 2.0이 먼저 시판되고 2.0T FSI, 2.0 FSI 콰트로, 3.2 FSI 콰트로 등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시승차는 아우디 1.8T. 작지만 작게만 보이지 않는 차다.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자줏빛 차를 타고 봄이 한창 무르익는 도로 위를 달렸다.
▲디자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 아래의 공기흡입구와 하나를 이루는 싱글프레임으로 만들어져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가리를 쩍 벌린 형상이다. 싱글프레임은 지난 제네바모터쇼에 나왔던 컨셉트카 누볼라리에서 차용한 것. 아우디의 패밀리룩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미지다.
그 옆에 자리잡은 헤드 램프는 무난한 스타일이다. 사실 무난함이야말로 아우디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우디 80, 100에서부터 이어지는 세단의 모범답안같은 디자인은 너무 튀지 않아 오히려 눈에 띈다. 너도 나도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가운데서 무난하고 얌전하게 있어 오히려 더 주목받는 셈이다.
그러나 A4는 무난한 가운데 좀더 역동적이고 힘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숄더라인이 그 증거다. 뒤에서 앞으로 기울어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힘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준다. 리어 램프도 강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힘있는 디자인이다.
가죽시트가 몸을 받쳐주는 실내는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을 보면 이 차가 아우디임을 안다. 그 동안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성능
배기량 1.8ℓ 엔진은 무려 163마력을 뽑아낸다. ℓ당 90마력의 힘을 내는 것. 4기통의 작은 엔진에 인터쿨러를 장착한 터보차저, 5밸브 테크놀로지, DOHC 등의 메커니즘이 결합돼 이같은 극적인 효율을 끌어냈다. 여기에다 공차중량이 1,415kg에 불과해 동력효율을 극대화한다.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8.68kg으로 고성능 스포츠카 수준이다. 1,950rpm에서 발생하는 최대토크는 4,700rpm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 저속은 물론 고회전 영역에서도 힘과 탄력을 잃지 않게 만든 세팅이다.
변속기는 7단 멀티트로닉으로 다이내믹컨트롤 프로그램이 내장됐다. 운전자의 운전특성을 파악, 변속시점을 조절하는 자기학습 기능을 갖춘 변속기다. 6단 변속기도 아직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는데 7단이 적용됐다. 콰트로 시스템을 가장 먼저 세단에 채택했던 메이커답다. 기술에 관한 한 진보적인 태도는 아우디의 특성이다. 그래도 7단 변속기는 이른 감이 있다. 수동 기능으로 변속을 한다고 할 때 7단을 1년에 몇 차례나 쓸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7단을 제대로 쓰려면 최소한 시속이 140km 이상은 돼야 한다. 명기를 손에 넣었지만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면 이 또한 속터질 노릇이다.
쭉뻗은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놓고 가속테스트를 했다. 시속 60, 80, 120km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킥다운 상태여서 rpm이 레드존에 진입하기 직전 변속된다. 가속하는 데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1.8T의 꽉찬 성능이 금세 시속 200km를 넘본다.
고속에서는 조금 거친 맛이 난다. 차체의 안정을 깨는 노면충격이 느껴진다. 코너링에서는 차체 뒤쪽이 살짝살짝 튀는 현상도 있다. 야생마같다.
운전대는 굵은 편이다. 손 안에 꽉 들어차게 잡히는 맛이 있다. 콰트로가 아닌 앞바퀴굴림이지만 무게가 쏠리는 현상은 덜했다.
터보엔진에 7단 변속기라 기분을 내며 운전하는데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자꾸 센터페시아와 부딪힌다. 페달을 밟으면서 다리를 편하게 기댄다고 하는 게 그렇다. 센터페시아 소재가 좀더 부드럽거나 무릎과 맞닿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이 차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대신 펑크난 타이어를 임시조치할 수 있게 콤프레서와 펑크 수리제가 들어있다. 경량화에 효과적인 조치다. 요즘엔 스페어 타이어를 없애는 게 유행이다. 런플랫타이어를 써서 스페어 타이어를 아예 생략하거나 사이즈가 작은 템퍼러리 타이어를 스페어 타이어로 사용한다. 이 차도 그런 추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경제성
1.8T의 판매가격은 4,390만원이다. 모델체인지가 이뤄지면 값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에서는 가격을 올리려고 무리한 모델체인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우디는 이상하게도 새 모델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내렸다. 1.8T의 구형이 5,050만원이었는데 약 660만원을 인하해 가격을 책정한 것. A4 2.0 역시 마찬가지로 4,700만원에서 510만원 내려 4,190만원으로 결정됐다.
성능, 디자인이 개선되고도 가격이 싸졌다면 소비자로서야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궁금하다. 왜일까. 이유는 시장에서 찾아야 할 듯 싶다. A4의 강력한 경쟁자 BMW 3시리즈의 엔트리급 모델인 320i가 4,390만원으로 가격을 정했다. 치열한 가격경쟁의 한 단면이다. 장군멍군이 이어지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