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곳

입력 2005년05월1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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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신록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5월의 신록은 꽃보다 황홀하고 눈부시다. 시인 문정희의 싯구처럼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지금 경북 봉화에 있는 도립공원 청량산으로 떠나라. 그 이름만큼 맑고 청량한 분위기가 당신을 압도할 것이다.



“캬아~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딱 바로 그 이름일세!”



처음 청량산과 마주하는 사람들은 산세를 한 번 둘러보고 무릎을 친다. ‘청량산(淸凉山)’이라는 그 이름이 너무도 적절하기 때문에. 이 곳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은 조심스럽다. 때묻지 않은 깨끗한 산세가 혹시나 사람들의 잦은 발길로 오염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기 때문에.



봉화읍에서 동남쪽으로 29km, 안동시에서 동북쪽으로 2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발 870m의 청량산은 금탑봉을 비롯해 바위 병풍을 두른 듯한 기암괴석의 열두 봉우리로 이뤄졌다. 퇴계 이황 선생이 도산서원을 지을 때 이 곳 청량산과 현재의 도산서원 자리를 두고 끝까지 망설였다고 하는데, <청량산가>에서 "청량산 6.6봉을 아는 이는 나와 흰 기러기뿐이며 어부가 알까 하노라"하고 노래했다.



청량산.
청량산은 퇴계뿐만 아니라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이 수도했던 산으로, 지금도 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신라 때의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김생이 이 굴에서 9년동안 서도를 닦은 후 스스로 명필이라 자부하고 하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도 9년동안 길쌈을 했으니 솜씨를 겨뤄보자고 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솜씨를 겨뤘는데 길쌈해 놓은 천은 한 올 흐트러짐이 없었으나 김생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이에 김생은 다시 1년을 더 정진한 후 세상에 나와 명필이라 칭송받게 됐다고 한다.



이 밖에도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독서대를 비롯해 어풍대, 풍혈대 등 12대가 있고, 최 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는 지금도 그 물맛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청량산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자리한 천년고찰 청량사를 빼놓고 청량산을 말할 수 없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 청량사는 풍수지리학상 길지(吉地) 중의 길지로 꼽힌다. 육육봉(12봉우리)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고, 절이 앉은 자리는 바로 그 연꽃의 수술자리라고 한다.



유리보전.
창건 당시 승당 등 33개의 부속건물을 갖췄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청량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억압하는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하게 돼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이 남아 있다.



청량사 법당인 지방유형문화재 47호 유리보전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 있다. 공민왕의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지불이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고, 지불은 종이로 만든 부처이나 지금은 금칠을 했다.



청량사가 내청량이라면 응진전은 외청량이다. 663년에 세워진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암자로 청량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에 든다. 입석에서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아래로는 아득한 낭떠러지다.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뤄진 금탑모양을 하고 있고 층마다 소나무들이 테를 두른 듯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 5번 국도 - 영주 - 36번 국도 - 봉화 - 31번 국도 - 918번 또는 919번 지방도 - 청량산 입구에 이른다.

찻집.


*소문난 집

용두식당(054-673-3144) : 봉화에서 울진, 태백방면으로 가다가 동양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용두식당은 미식가들에게 자자하게 소문난 맛집. 봉화 청정지역 춘양목에서 자란 산 송이요리 전문식당이다. 특히 송이향을 잘 살린 산 송이돌솥밥과 송이구이가 유명하며 맑고 청정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돌나물, 당귀, 참나물)를 더한 영양돌솔밥 등을 선보인다. 웰빙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웰빙밥상을 내놓았던 곳이다.



봉성 숯불식당(054-672-9130) : 봉성에는 돼지 숯불구이가 유명하다. 약 8개의 구이집이 집성촌을 이루고 영업을 하는데 동네 어귀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소나무숯을 사용해 고기가 아주 구수하고 고기를 따로 농장에서 기르는 탓에 육질이 좋다. 그러나 고기를 자리에서 구워먹는 게 아니라 미리 다 구워서 내오기 때문에 빨리 식는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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