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진단보증업계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문제로 시끄럽다. 중고차 진단보증회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보증협회가 정작 진단보증업체를 배제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일부 회원사들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서다. 진단보증업체들이 내놓은 의혹들과 이와 관련된 보증협회측 주장을 정리한다.
▲가입 거절
E사, B사, EM사, WK사 등 보증업체들에 따르면 보증협회는 지난해 9월부터 협회 가입을 요청해 온 업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8월24일 입법예고된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개정령안에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자로 ‘자동차의 성능 상태 점검 및 보증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가 포함되면서 보증업체로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단체 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 당시 유일한 관련 단체였던 보증협회에 가입을 추진했던 것이다. 법으로 성능점검을 할 수 있는 곳은 교통안전공단, 정비업체(1.2급 정비공장), 보증관련 단체, 매매조합(올 2월 제외)뿐이라고 명시돼서다.
협회측은 처음에는 매매조합과 문제가 있어 회원사를 늘리려면 반발만 더 거세질 수 있고, 이사회를 열어 정관 개정을 해야 한다며 올해초까지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시행규칙이 공포 시행된 올 2월5일 이후에는 세부 업무지침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며 업체들의 가입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의 업무지침이 시달된 뒤 열흘쯤 지난 3월중순에는 가입을 요청하는 업체들에게 협회에 가입해봐야 실익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가입을 차단했다. 건교부에 문의한 결과 협회 소속이 아니면 성능점검업무를 할 수 없는데, 이 경우 회원사들의 직원들은 모두 회사가 아닌 협회에서 관리하게 돼 회원사에 이익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협회의 설명대로라면 협회에 가입하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이들 업체는 지적했다. 또 일반적으로 협회라는 단체는 일정 자격조건만 갖추면 회원사를 받아줘야 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부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나 협회가 회원사를 유명무실화한 뒤 직접 영업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행규칙 중 성능상태 진단자로 규정된 세 곳 중 한 곳인 ‘단체’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당시 건교부 관계자(현재는 담당자 교체)가 협회 직영이어야 한다고 했다”며 “비영리법인도 따로 수익사업신고를 해서 법인세를 내면 협회에서 직영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건교부 담당자는 “보증협회에 소속돼야만 성능점검자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며 “보증협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일정 자격요건을 갖춰 인가를 받으면 다른 단체(신설될 경우)는 물론 일반 회사들도 성능점검업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여러 업체들이 새로운 단체 설립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다”며 “자격요건을 갖춰 단체 설립을 요청하고 건교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성능점검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소속사들의 실체
협회 가입문제는 협회가 처음 등장하던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단업체 C사는 2001년 진단평가분야에서 실력은 인정받았으나 영세했던 H사와 함께 협회 설립을 추진하다 자금조달이 어려워 포기했다. 이후 C사 주도로 협회설립을 추진했고 1년 뒤인 2002년 10월10일 보증협회 창립총회 개최, 같은 해 12월 건교부에 설립허가 신청을 거쳐 2003년 2월 설립허가를 받았다.
보증업체들은 협회가 설립허가를 신청했을 당시 협회 소속으로 포함된 6개사 중 C사를 제외한 5개사의 실체에 대해 의구심을 보낸다. 업체들에 따르면 설립허가 신청 때 협회에 포함된 이들 5개사 중에는 진단보증업무와 상관없는 분야의 회사가 있는가 하면 다른 회사들 역시 2002년 10월 협회 창립총회를 전후해 설립됐다.
협회가 출범한 지 2년 넘는 동안 이들 6개사 중 4개사는 영업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협회 설립을 주도한 C사가 협회를 만들기 위해 다른 회원사들의 설립에 깊숙히 관여했고, 사실상 협회를 움직이고 있다며 C사를 제외한 회원사들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본지가 협회 회원사들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보증업체들의 주장처럼 회사 성립시기가 2002년 10월 전후로 비슷했다. ES사는 10월18일, O사는 10월21일, HJ사는 10월31일, HK사는 협회 설립허가 직전인 2003년 1월28일이었다.
W사의 경우 2001년 3월8일 회사가 세워졌으나 2002년 10월14일 이전까지는 무역업, 해외펀드 조성 및 국내투자업을 하는 회사였고, 중고차 평가업은 10월15일에야 등기했다. 그러나 중고차 평가 외에는 자동차관련업을 사업 목적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자동차와 상관없는 컴퓨터 주변기기 판매업 등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게다가 W사와 C사를 제외한 다른 4개 회원사들의 등기부등본 상 사업목적이 내용은 물론 순서까지 똑같았다. 이들 4개사의 등기부등본은 협회 설립을 주도한 C사의 것과 몇 글자만 달랐을 뿐 사실상 같았다.
반면 지난해부터 협회 가입을 추진했으나 거절당한 H사, B사, W사, E사, EM사 등은 빠르면 98년부터 중고차관련 분야에서 진단보증을 해 왔다. H사는 진단평가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경매 출품차들을 대상으로 성능점검을 시행중이고, B사는 수출용 중고차 진단보증을 거쳐 현재 대규모 중고차시장에 입점해서 성능점검을 맡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협회 설립 이전부터 성능점검시장에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보증협회가 영업도 안하는 회사들로 협회를 구성한 뒤 성능점검이 낙후됐을 때부터 진출해 실력을 쌓아 온 업체들은 가입을 거절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설립된 이후 휴업상태였다가 최근들어 영업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해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해 8월 시행규칙 입법예고 당시에도 건교부가 성능점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성능점검기관에 추가했다는 ‘중고차의 성능 점검 및 보증을 목적으로 건교부 장관의 설립허가를 받은 단체’라는 부분은 공정성 시비를 일으켰다. 이 요건에 맞는 단체는 보증협회뿐이었고, 그 당시 처음 들어본 보증업체들이 협회 회원사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회 회원사 7곳(현재는 6곳)보다 미가입 업체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단체’를 명시한 것에 대해 특혜 및 독점으로 인한 폐해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역할당 문제
협회가 현재 6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역을 나눠 영업권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회원사들에 이어 2003년 12월 협회에 가입했다가 올 4월 탈퇴한 H사의 관계자는 협회 회원사들의 미팅 때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나눴다는 얘기가 실수로 나온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원사들에게 지역 배분을 한 적이 없다”며 “지역배분을 한다면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본지가 협회 창립을 주도한 C사가 모 중고차조합과 제휴를 위해 제출한 문서를 입수, 검토한 결과 6개 회원사에 협의지역(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영업권(강원과 제주 제외)을 구분한 내용이 나온다. C사의 경우 서울·경기·부산·울산·경남, O사는 대구·경북·충남 등으로 돼 있다. 또 등기부등본에 나온 본점 주소지와 협의지역이 일치하는 회사가 많았다. 인천이 협의지역으로 돼 있는 ES사는 서울에서 인천으로 본점을 옮겼다. 협의지역이 경북인 O사는 서울에서 포항으로, 전북인 HK사는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익산으로 각각 본점을 이전했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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