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으로 산소 호흡기를 떼어낸 것과 같다"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모터스포츠계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말 오일뱅크 레이싱팀과 그 동안 진행해 오던 인수계약은 물론 후원조차 끊겠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렸던 오일뱅크팀은 95년 창단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오일뱅크팀은 작년부터 현대모비스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두 회사가 서로 인수 또는 투자 의향을 보인 것. 팀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10년동안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던 현대오일뱅크를 택했고, 작년말부터 회사는 팀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회사는 시즌 개막 전 이후 제2전까지는 인수절차를 마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팀의 기대도 컸던 게 사실.
팀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며 "장미빛 비전을 제시하며 팀의 자산에 대한 실사까지 마친 걸 생각하면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위기에 몰리면서도 자구노력을 했던 팀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의 결정을 통보받은 팀의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됐다. 시즌중이어서 후원사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남은 경기일정을 소화할 자체 자금력도 없어서다.
현대오일뱅크측은 "팀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른 시간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팀이 처한 상황이 좋지 못해 최악의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팀을 꾸리고 운영하면서 1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높였던 인지도를 하루 아침에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최고급 휘발유 등을 개발, 생산해 기업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던 것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 이 회사는 F3용 연료를 개발해 창원과 마카오 F3 등에 공급했다.
한편, 모터스포츠계도 현대오일뱅크의 결정에 경악하고 있다. 이 회사가 단순히 팀과 결별하는 선에서 파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여기지 않아서다. 즉 10년동안 국내 최고의 명문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모터스포츠의 위상을 높였던 팀이 해체될 경우 한껏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한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결정은 위기에 처한 팀에 치명타를 가한 것"이라며 "차라리 인수 등에 관해 운을 떼지 않거나 시즌이 시작되기 전 결정을 내렸으면 팀이 충분히 자구책을 찾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즌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국내 모터스포츠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김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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