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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부동 전적기념관. |
또다시 6월이다. 또다시….
요즘 세대들 가운데 ‘또다시’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볼 이가 몇이나 될까, 6월이 되면 가슴부터 저려지는 기성세대들에 비해.
지난 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흥행하면서 6·25의 비극을 새삼 떠올려 보았을까, 여전히 요즘 세대들에게 6·25는 아득히 먼 옛날의 얘기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곳으로 떠나 보자. 아예 모르고 있거나 잊혀져가는 비극의 우리 현대사를 이 곳에 가면 가슴으로 와닿는다. 주변의 신록이 짙으면 짙을수록 더욱더.
대구-안동을 잇는 국도 5번이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그 곳을 지나게 된다. 국도와 고속도로 바로 인접해 자리한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 푸른 잔디 위에 세련된 조형물과 깔끔한 건물, 도무지 화염이라곤 한 번도 뿜어본 적이 없는 듯한 장갑차와 박격포 따위의 무기들이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자리잡고 있는 모습은 ‘전적기념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온 관광객들은 전시된 헬리콥터며 기관총, 박격포 등을 마치 신기한 장난감 보듯 한다.
그러나 50년 전 이 곳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조차 온전히 제모습을 지키기 힘들었던, 한국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치러졌던 격전지였다.
1950년 6월25일 새벽 4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작전의 주도권을 빼앗긴 국군은 속수무책 전선을 내주며 남으로 남으로 후퇴했다. 전차를 앞세우고 승승장구 밀고 내려오던 북한군은 8월1일 낙동강에 최후의 방어진지를 구축한 우리 국군과 대치하게 됐다. 8월15일까지 대구를 점령하려던 북한은 전 전선에 편성했던 10개 보병사단 중 전차로 증강된 5개 보병사단을 대구전선에 집중 투입했다. 이에 맞선 국군은 대구 북방 22km 지점인 이 곳 다부동을 중심으로 328고지-숲리미산-유학산-가산을 연하는 일대에 배수의 진을 쳤다.
북한군은 병력면에서 4배, 화력은 무려 20배에 달하는 절대 우세에 힘입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쳐들어왔다. 그야말로 중과부적의 상대였다. 그러나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조국을 위해 우리 국군은 죽음을 각오한 정신력 하나로 북의 공격에 맞섰다.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혈전. 더욱이 1950년도는 30년만의 가뭄 때문에 찌는 듯한 무더위가 덮쳤다. 불볕더위 아래서 8월 한 달동안 펼쳐진 혈투로 낙동강은 피로 물들었고, 다부동 일대는 그야말로 시산혈하(屍山血河)가 됐다.
이로 인해 생사기로에 직면했던 전황(戰況)은 반격의 기틀을 다지게 됐고, 그 결과 우리는 오늘 이렇게 눈물나는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5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곳에는 이제 피비린내 나는 그 날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조지훈의 종군시 <다부동>의 한 구절처럼 그냥 ‘바람만 분다’.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받아
움직이던 생력(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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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위치한 송림사. |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조지훈의 종군시 <다부원에서>
*주변 볼거리
다부동을 뒤로 하고 나오면 팔공산 순환도로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신라 고찰 송림사가 기다린다. 낮은 돌담장 너머로 한눈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송림사는 절이라기보다 마치 아담한 공원을 보는 듯하다. 대웅전 양 옆으로 삼성각과 산신각을 거느렸고, 절 마당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다섯만 남아 있는 전탑 중 하나인 5층전탑이 늠름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송림사에서 나와 다시 팔공산 순환도로에 오르면 동화사, 파계사 등 유명 사찰이 줄지어 기다린다. 그 곳으로 방향을 잡아도 좋지만 기왕이면 가산산성을 찾아가는 게 6월 나들이에는 더 어울린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다부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500m 지점에 다부동전적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송림사에 가려면 국도 5번을 타고 대구 방향으로 8.5km 달리면 동명읍 4거리. 여기서 좌회전하면 팔공산 순환도로인 지방도 908번이 이어진다. 순환도로를 따라 2km 남짓 가면 왼쪽으로 송림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가산산성은 순환도로를 계속 타고 가다 이정표가 나오는 3거리에서 좌회전해 700m 가면 왼쪽으로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좁아지는 길을 꾸준히 들어가면 가산산성 주차장이 나온다. 일방통행처럼 좁은 진입로이므로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대구 남부터미널에서 동명을 거쳐 송림사로 가는 16번 버스가 있다. 이 버스는 송림사에서 다시 기성리로 노선이 이어지는데 가산산성을 가려면 기성리 3거리에서 내리거나 기성리 버스종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