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이곳을 기억해 두렴

입력 2005년06월1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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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 <청포도> 전문)

청포도가 나올 계절인가? 아직은 조금 이를 게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받은 ‘청포도사탕’을 보고 문득 이육사 시인을 떠올렸다는 직장인 P씨. 시를 좋아하는 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청포도’를 보면 이육사 시인을 떠올릴 만큼 선생은 온 국민에게 추앙받는 시인이자, 그의 작품은 널리 애송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건 그가 시인이기 전, 독립운동을 통해 나라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한 민족시인이기 때문이다. 이은상 선생이 기록한 <육사소전>을 보면 “그에게는 시보다도 문학보다도 조국이 더 컸었다. 조국을 찾은 뒤에야 시도 있고 문학도 있다. 그래서 그는 조국 광복을 위하여 독립전선으로 뛰쳐 나서서 표랑의 날을 보내며 만주의 새벽길을 쏘다니기에 그처럼 지치기도 했던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2004년은 육사 선생이 탄생한 지 100년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해 고향 마을인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에 이육사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이육사 문학로드’를 따라가면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다.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선생은 조부 치헌 이중직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보문의숙을 거쳐 도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1921년 결혼 후 백학학원에서 수학하고 9개월간 교편을 잡았다. 1926년부터 중국 북경 등지에서 유월한국혁명동지회에 참가해 조직활동을 펼쳤다. 1927년 여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1년7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그 때의 수인번호 이육사(二六四)를 따서 호를 육사(陸史로) 지었다. 본명은 원록.

1930년 중외일보 기자로 재직하면서 첫 시 <말>을 발표했고 이후 <청포도> <광야> <절정> <꽃> 등 총 39편의 시를 남겼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 이 해 6월에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돼 북경으로 압송당해 이듬해 1월16일 마흔의 나이에 북경주재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는 일생을 일제에 대항하는 일에 바쳤기 때문에 끊임없이 감옥 속에서 살며 조국의 자주독립과 광복을 바라는 마음을 시로 나타내었다. 그가 쓴 시들에는 빼앗긴 조국에서 고통을 받았던 우리 민족의 설움과 독립의지를 느끼게 한다.

도산서원을 지나 퇴계종택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이육사문학관은 2층의 아담한 건물과 생가인 육우당을 복원해 놓았다. 이육사문학관 내부에 마련된 ‘육사의 문학세계’는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세계와 문학정신을 알알이 살펴 볼 수 있다. 육사 문학의 의의, 대표작 해설, 시 수필 평문 등이 시기별로 어느 매체를 통해 발표됐는 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육사의 독립운동’ 코너에서는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오롯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다섯 개 사건으로 정리된 육사의 독립운동 발자취와 지도로 보는 독립운동 이동경로 등을 통해 암흑 속에서 빛나던 지사 정신이 무엇인 지 배울 수 있다.

뒤쪽으로 자리한 생가 육우당(六友堂)은 육사 육형제가 살던 집을 의미한다. 육사는 수필에서 집을 회상하며 “은촉대도 있고 훌륭한 현액도 있기는 하나 너무도 고가(古家)라 빈대가 많기로 유명하다”고 표현했다.

문학관 뒤편으로 올라가면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육사 묘소가 자리잡고 있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에서 빠져 안동시내로 진입한다. 봉화·태백 방면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타고 도산 서부검문소 - 도산서원 - 퇴계종택(토계리 상계동) - 이육사문학관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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