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V8 엔진을 만들어 XC90에 얹었다.
볼보는 그 동안 V8 엔진이 없었다. XC90에 들어간 V8 엔진이 볼보의 역사상 첫 V형 8기통 엔진이 되는 것이다. 큰 배기량과는 거리가 멀었던 볼보가 V8을 적용한 SUV를 앞세운 건 고급 SUV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실 V8이나 SUV라는 단어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볼보와는 거리가 있었다. 볼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스웨덴, 안전, 세단 등이다.
물론 과거에 없었다고 오늘도, 미래에도 없으란 법은 없다. 볼보의 고급 SUV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라인업이 풍부해지고 그 만큼 선택폭이 넓어지면 고객들에게도 나쁠 게 없는 법. 볼보가 아시아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한다는 XC90을 시승했다.
▲디자인
시승차를 첫 대면하는 순간 레드와인같은 컬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컬러만으로도 필이 꽂히는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XC90은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크다는 생각은 안든다. 있어 보인다기보다는 없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에 그릴, 리어램프 등에서 볼보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옆에서 이 차를 보면 과거에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모델들도 떠오른다.
세련된 모습, 반듯한 디자인이 모범생같은 인상을 준다. 개성을 어느 정도 뽐내면서도 정석대로, 너무 튀지 않는 딱 모범생의 모습이다.
7인승 실내는 기능적이고 편하게 설계됐다. 나무핸들은 고급스러움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쇠나 플래스틱이 아닌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다. 지붕은 시원하게 열린다. 좌우로 시선을 돌리다 하늘 한 번 쳐다보는 맛이 괜찮다. 하늘이 보이는 데서 오는 시원한 개방감이 심리적으로 마음을 여유있게 만든다.
리어 게이트는 상하로 분리됐다. 아래를 제끼고 위를 여는 방식이다. 닫을 때도 아래를 먼저 제 위치로 닫은 뒤 윗문을 내려야 한다. 리어 게이트를 열면 자연스럽게 걸터앉을 수 있게 된다. 도어가 열리면서 앉을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성능
킥다운을 하면 시속 60, 110, 160km에서 각각 변속되는 게 느껴진다. 변속쇼크가 큰 게 아니라 신경을 기울이면 느껴질 정도다. 특이한 점은 가속 페달이 밟히는 정도. 꾹 밟으면 킥다운이 걸리는데 그 이후로도 꽤 깊게 페달이 밟힌다. 대개는 킥다운이 걸리는 걸 느끼는 순간 페달은 바닥에 닿거나 아주 조금의 여유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차는 밟히는 정도가 깊다.
고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큰 듯하다. 차체의 거동이 불안해서라기보다는 차가 높은 데서 오는 기분이다.
밟으면 으르렁거리는 엔진 소리는 기분에 따라 다이내믹하게 들리기도 한다. 차의 성능을 암시하듯 꽤 박력있는 소리를 낸다. 서스펜션은 조금 무른 듯 하다. 중저속에서는 편안해서 좋은데 고속에서는 높은 차체에 말랑한 서스펜션이 더해져 이 차 특유의 반응이 나온다.
기분을 내며 변속기를 이리저리 다루다간 변속레버의 버튼에 손가락이 집힐 수도 있다. 다칠 정도는 아니지만 운전하다 손가락이 집혀 "아야"소리가 나올 정도는 된다.
엔진룸을 보면 V8 엔진이 가로로 배치됐다. 보통 4륜구동차에서는 V형이든 직렬형이든 엔진은 세로로 놓이는 경우가 많다. 무게배분, 동력전달과정 등을 배려해서이기도 하고 큰 엔진을 가로로 두지 못해서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차의 엔진은 V8이면서도 가로로 배치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볼보측 얘기로는 현재 판매중인 SUV의 V8 엔진 중 가장 작고 가볍다고 한다. 엔진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모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가 190kg밖에 되지 않는다.
풀타임 4륜구동장치는 존재만으로도 운전자를 안심시키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차를 신뢰하게 되는 것.
오프로드에 잠깐 올라서 4륜구동을 느껴봤다. 흠잡을 데를 찾기는 힘들었다. 온로드에서나 오프로드에서나 강하게 발휘되는 힘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준다. 물론 그 댓가도 치러야 했다. 풀타임 4륜구동의 든든함을 만끽하려면 ℓ당 7.3km에 달하는 왕성한 식욕을 감당해야 한다.
315마력에 최대토크 44.9kg·m의 파워는 승용차도 금세 따라잡을 정도로 스포츠 세단같은 성능을 느끼게 한다.
▲경제성
차값은 9,486만원. 1억원을 받고 싶지만 차마 1억원을 부르지는 못하고 9,000만원대 가격을 정한 것일까. 어쨌든 볼보 라인업에선 가장 비싼 모델이다. BMW X5 3.0과 X5 4.4 사이에 위치하는 가격이다. 소비자 입장이라면 벤츠 ML400CDI, 폭스바겐 투아렉 등과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가격대의 SUV들 속에서 볼보 XC90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