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확인한 푸조의 디젤차들

입력 2005년06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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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디젤 승용차가 출시된 지 벌써 2개월째를 맞고 있다. 판매모델은 국산 2종과 수입 1종이다. 국산 모델은 현대자동차 아반떼XD와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그리고 수입모델은 푸조 407이다.

디젤 승용차시장의 문은 수입브랜드인 푸조가 먼저 열었다. 디젤 승용차가 대세를 이뤄 가는 유럽의 자동차메이커인 데다 워낙 디젤엔진에 있어선 앞선 업체다 보니 국내 수입차시장에서도 승부수로 디젤 승용차를 택했고, 남보다 앞서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린 포석이다.

그런 푸조가 국내 자동차전문지 기자들을 초청해 자사의 디젤모델을 태웠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407 및 407SW를 비롯해 607, 807이다. 이 중 807은 다음 달, 607은 오는 10월께 국내에 판매될 디젤차들이다. 푸조의 이번 초청은 아직 디젤차에 대해 나쁜 선입관을 갖고 있는 한국시장의 전문지 기자들에게 "우리가 만든 디젤 승용차가 얼마나 좋은 지 경험해 보라"는 자신감같았다.

4대의 차를 몰고 파리에서 330여km 떨어진, 돌섬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유명한 몽셍미셸에 다녀왔다. 8명의 기자가 4개조로 나뉘어 골고루 차를 타봤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407 HDI를 기준으로 푸조 디젤차들의 엔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407의 경우 기자가 국내에서 많이 탔기에 속속들이 장단점을 알고 있는 반면 나머지 모델은 1시간 정도씩만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디젤 승용차의 소음과 진동에 대해 가장 우려한다. 예전의 털털거리던 SUV와 승합차, 트럭, 버스 등에 올라간 디젤엔진을 경험해서다. 많은 이들이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디젤엔진인데 얼마나 조용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407 HDI의 경우 운전석에 앉아 키를 돌리면 우렁찬 시동음과 함께 약간의 덜덜거림이 운전대로 전달된다. 엔진소음도 가솔린이나 LPG엔진차에 비해 크다. 가솔린엔진과 같기를 기대했던 사람에겐 실망을 주지만 예전의 디젤차를 떠올렸던 이들에겐 감동을 줄 수 있다.

차 안에선 그렇다. 그러나 차 밖에서 들으면 역시 디젤차다. 액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마치 작은 트럭이 내는 듯한 우렁찬 엔진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옆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안에서는 잘 모르지만 밖에서는 누구나 디젤차임을 알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소음은 창문을 열기 전에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더구나 주행중 차 안에서 목소리를 낮춰 얘기해도 지장이 전혀 없다.

다음은 성능이다. 407은 2.0ℓ(138마력 터보) 엔진인데도 최대토크가 2,000rpm에서 32.7kg·m나 나온다. 더구나 오버 부스트 시스템 덕분에 필요 시 2.1kg·m의 토크가 더해진다. 따라서 액셀 페달을 밟자마자 곧바로 두터운 힘이 차체를 끈다. 이 힘은 묵직하게 고회전까지 이어져 처음엔 앞차들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아야 했다. 때론 가속되는 힘에 몸이 뒤로 젖혀지고, 줄어들지 않는 속도감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에 걸맞게 제동성능이 뛰어나 몇일 운전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제원표 상의 최고속도는 자동변속기의 경우 시속 205km다. 실제 시속 180~190km까지는 매끄럽게 가속된다. 그 이상부터는 약간 시간이 걸리지만 이 차는 "묵직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날쌘돌이"로 표현할 수 있다. 고속주행에서도 엔진소음은 실내로 파고들지 않는다. 운전대에 전달되던 진동도 차가 출발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운전자는 차 안에만 있으면 소음이나 진동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

이 같은 성능을 뒷받침해주는 게 정확하고 예리한 핸들링이다.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거나 각도가 큰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차체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운전자가 의도한 주행라인을 오차없이 달려준다. 어떻게 보면 407의 자랑은 디젤엔진이라기보다 서스펜션이라고 말해야 한다. 단, 이를 위해 지나치게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들어 요철 등을 지날 때의 충격이 다소 큰 게 단점이다. 우리나라 여성이나 나이든 소비자들이 싫어할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다음은 연비다. 407 HDI는 6단 수동변속기의 경우 ℓ당 18.3km, 4단 자동변속기는 15.6km로 인증을 받았다. 이 차의 연료탱크 용량은 66ℓ. 따라서 인증대로라면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 수동변속기 차는 1,207km, 자동변속기 차는 1,029km를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운전특성과 도로상태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이 보다 더 달릴 수도, 못달릴 수도 있다.

기자는 자동변속기 차로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 보통 6만3,000~6만5,000원 정도가 드는데 주행거리는 750~800km 정도를 기록한다. 기자는 시내주행이 많고 천천히 달리는 걸 싫어한다. 아직 장거리 고속도로를 안달려봐서 최대 얼마까지 갈 수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쨌든 국산 준중형차를 탈 때와 비교하면 현재의 경유값을 적용하더라도 1만원 적게 주유하고 300km 이상을 더 달리는 셈이다. 참고로, 후배 기자의 경우 수동변속기 차를 몰고 서울에서 부산을 가서 시내를 하룻동안 주행한 후 부산에서 울산을 다녀와 다시 서울에 왔는데 연료통의 눈금이 하나 남았다고 한다.

파리에서 처음 탄 차는 607 HDI였다. V6 2.7ℓ 204마력 터보엔진으로 최대토크는 44.9kg·m의 제원을 갖고 있다. 607은 푸조의 톱모델인 만큼 성능이 더 뛰어난 디젤엔진을 얹은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파워가 절제돼 있다. 분명히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가 407보다 높은데도 힘이 일시에 분사되지 않고 모든 엔진회전영역에 걸쳐 조용히 뿜어져 나온다. 오히려 체감 상으로는 407이 더 힘센 차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숨은 힘은 적시에 발휘돼 차를 가뿐하게 이끈다. 시속 230km 정도는 손쉽게 다다른다.

그에 걸맞게 시동을 걸었을 때의 소음이나 진동도 407에 비해 훨씬 적다. 이 엔진은 가솔린이라고 얘기해도 누구나 쉽게 믿을 정도다. 두 엔진의 소음, 진동이 이렇게 차이가 있다는 게 놀랍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407은 박력, 607은 부드러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407이 젊은 층을 위한 차, 607이 중·장년층을 위한 차라는 특성에 맞춘 엔진특성으로 볼 수 있다.

807은 7인승 미니밴답게 실용성이 뛰어나다. 이런 차야말로 디젤엔진이 더 잘 어울려 국내 소비자들도 받아들이기 훨씬 쉽다. 특히 연육교처럼 만들어진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프랑스의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거 같아 재미있다.

807은 407과 같은 2.0ℓ 디젤 터보엔진을 얹었으나 구형이어서 최고출력이 109마력에 그친다.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 27.6kg·m를 낸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807은 패밀리카답게 고속주행을 위한 차는 아니다. 도심주행에서는 힘있게, 고속도로로 들어서면 편안하게 달린다. 실제 최고시속도 5명이 탄 상태에서 180km 정도에 머물렀다. 액셀 페달이 바닥에 닿아도 그렇다. 반면 주행안정성은 뛰어나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고속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없다. 향후 407에 장착된 138마력짜리 디젤엔진을 얹는다고 하니 그 때쯤엔 좀더 박력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겠다.

푸조는 디젤차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디젤차가 하이브리드카만큼 친환경적이고, 하이브리드카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프랑스에서 타본 푸조의 디젤차들은 푸조가 왜 그렇게 디젤차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디젤 승용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한다면 푸조의 디젤차들은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과 수입 디젤차시장을 선도할 메이커로 보인다.


파리=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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