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면 나도 신선이 될까?

입력 2005년06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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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하고도 아주 오랜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사슴이 한 마리 나타났다. 나무꾼은 사슴을 잡으려고 작대기를 들고 사슴의 뒤를 좇았다. 사슴은 자꾸만 달아나다가 해질 무렵 어떤 굴 속으로 들어갔다. 나무꾼은 기어이 사슴을 잡겠다는 생각에 따라들어갔더니 그 속은 캄캄한 굴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별천지였다. 그 뒤 사람들은 이 곳을 찾으려 했으나 전혀 찾을 길이 없었다. 청학동에 얽힌 전설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청학동.


“그 곳엔 아직도 상투 틀고 한복 입은 채, 문명과 등져 사는 도인들이 살고 있단다. 이 쪽 산에서 저 쪽 산으로 훨훨 날아다니기도 하고”



지리산 청학동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환상이다. 그래서 벼르고 별러 청학동을 찾아간 사람들은 열에 아홉, 실망을 안고 돌아선다.



“에이, 청학동이 뭐가 이래?”



청학동이 변했다. ‘에이 뭐가 이래’라고 시답잖게 여길 정도로. 그 옛날 청학동이 아니다. 아니, 청학동이 변한 게 아니라 청학동을 찾아간 그 사람들이 청학동을 바꿔 놓았다.



지리산 중턱의 산중마을인 청암면 묵계리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해발 830m가 넘는 곳에 자리잡은 청학동은 1910년경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정감록>을 섬기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터를 일궜다고 하고, ‘시운기화 유불선동서학합일 대도대명 다경대길유도갱정 교화일심’(時運氣和儒佛仙東西學合一大道大明 多慶大吉儒道更定敎化一心)이라는 긴 이름의 종교를 믿는 도인들이 환난을 피해 6·25 직후에 들어와 터를 닦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이전 수백년 전부터 청학동에 터잡고 살았던 원주민이 있었다고 한다.



진주암 또는 도인촌이라 불리는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흰 한복을 입고 생활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아이들은 학교 대신 서당에 보내 한문을 배우게 하고, 양식은 산을 개간해 자급자족했으며 약초를 캐어 하동장에 내다팔아 그 돈으로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만을 사다가 썼다고 한다.



그러나 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관광바람은 이 천년 피난처를 그냥 두지 않았다.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초가지붕 위엔 텔레비전 안테나가 서고, 전화가 놓여지고, 여러 문화시설 등이 갖춰졌다. 주민들은 논농사와 밭농사 외에도 약초, 산나물, 벌꿀, 가축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관광객을 상대하는 가게가 하나둘 문을 열면서 지금은 대처와 크게 다를 게 없어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청학동을 청학동답게 지켜 가는 이들이 있다. 삼신봉에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삼성궁을 짓고 사는 한풀선사 강민주 씨. 삼성궁은 신라 최치원이 우리 민족 고유의 수련방식이라 한 신선도를 연마하는 곳이다. 고구려 복식을 하고 머리를 기른 수행자들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쉼없이 수련한다.



아직 이 곳 주민들은 논농사와 밭농사 이외에도 약초, 산나물, 벌꿀, 가축 등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무예, 악, 춤사위, 역사 등을 배우며, 묵묵히 돌탑을 쌓는 것도 수련과정의 하나. 그래서 연못 주위로 돌탑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이 돌탑은 부정한 것을 쫓는 솟대라고 생각한다. 지난 20여 년간 제자들과 함께 약 1,000개에 달하는 솟대를 세워 이제는 이 곳의 명물이 됐다. 3,333개가 될 때까지 앞으로도 꾸준히 쌓아 나갈 예정이라고.



한 때는 관광객들과 기념촬영도 마다하지 않았던 청학동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을 내젓는다. 노골적인 카메라 세례에 지친 탓. 그런데도 기어코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상대하고 있으나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청학동을 청학동으로 남아 있게 해줄,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맛집

동이주막(055-882-7069)의 대롱밥은 청학동을 대표하는 먹거리. 지리산에 자생하는 왕대나무 속에 쌀, 차조, 수수, 검은 콩, 대나무숯 등을 넣고 죽염으로 간을 맞춘 후 한지로 덮개를 씌운 뒤 1시간동안 중탕해 만든다. 죽염과 죽력 등 유익한 대나무 성분이 밥에 고루 배합돼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대나무가 열전도율이 낮아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리지만 식는 데도 그 만큼 오래 걸려 따뜻한 대롱을 매만지며 느릿느릿 먹는 분위기가 그만이다.



대롱밥과 함께 ‘대나무 숯불 산돼지구이’가 별미다. 얇은 대나무로 숯을 굽는 방법을 개발해 이 숯으로 방목한 산돼지를 구워낸다. 산돼지 역시 죽염으로 간을 했다. 상추, 방아, 깻잎에 노릿노릿한 고기를 싸서 먹으면 맛이 아주 담백하고 보통 고기와 달리 냄새도 나지 않는다. 여기에 벌꿀과 각종 약초로 만든 청학동 신선주를 곁들이면 제격.



민박문의는 청암면사무소(055-880-6361)로 연락하면 된다.



*가는 요령

하동읍에서 2번 국도를 따라 횡천 방면으로 10km 가면 왼쪽으로 청학동 가는 입구가 나온다. 좌회전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계속 들어가면 묵계초등학교를 지나 정면에 큰 부처상이 보인다. 그 길로 계속 올라가면 동이주막 앞에 주차공간이 나온다. 삼성궁은 동이주막 뒤편에 난 산길로 10분 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주나 하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각각 하루 3~4회 청학동행 버스가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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