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의 시대다. 바야흐로 디젤차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태세다. 그 중 하나 프라이드 디젤.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아니라 국산 승용차 중 첫 디젤 주자다. 물론 이전에도 몇몇 디젤 승용차가 있었지만 논외로 치자. 프라이드 디젤은 쉽게 넘길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프라이드 아닌가. 한 때 국민차만큼의 사랑을 받았고,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이름이다.
디젤이 프라이드의 라인업에 포함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차발표회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게 바로 디젤모델이었으나 판매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차 만드는 기술을 이제 세계 어디 내놔도 꿇릴 게 없는데 차관련 법과 환경, 이를 운용하는 이들의 태도는 참으로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디자인
디젤이라고 특별히 다른 디자인이 아니다. 옆면에 VGT, 엔진룸을 열면 보이는 1.5 VGT, 게이지가 4,000에서부터 레드존으로 표시된 것 정도가 디젤엔진임을 나타내는 암호같은 표시다. 어느 곳에도 디젤이라는 직접적인 문구가 없다. 단 한 곳, 연료주입구에 그 표시가 있다.
실내는 넓다. 머리 윗공간은 넉넉하고, 뒷좌석 공간은 넓다기보다 효과적인 공간배치로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저곳 살펴 보느라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힘없이 대충 도어를 밀면 그렇다. 힘을 좀 더 주고 닫아야 꽉 닫힌다. 차창을 조금 열고 닫으면 힘없이 대충 밀어도 잘 닫힌다. 밀폐감이 우수하다는 얘기다.
실내의 밀폐감에 대해서는 전설같은 얘기가 있다. 폭스바겐 비틀이 그 주인공이다. 물방개처럼 생긴 이 차는 생긴 것과 달리 차 바닥과 도어 등이 거의 완벽하게 밀폐돼 있어서 물에 빠져도 얼마간은 가라앉지 않고 떠 있을 수 있었다. 대신 이 차 역시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 차창을 살짝 열고 문을 닫아야 한다.
프라이드도 물 위에 떠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밀폐감만큼은 대단한 수준이다. 물 위를 달릴 일이 없는 자동차의 실내 밀폐감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실내를 잘 막으면 바깥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걸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고압폭발로 인해 더 시끄러운 디젤엔진 소리, 타이어가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리며 내지르는 비명소리, 공기가 차를 가르는 소리 등등 온갖 잡소리들이 틈만 있으면 실내로 파고드는데, 공기조차 출입이 자유롭지 않을 만큼 틈을 완벽하게 막아 놓았다면 실내는 그야말로 조용해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성능
조용은 하지만 공회전할 때 약간의 떨림을 숨기지는 못했다. 소음과 진동은 디젤차의 숙명과도 같다. 훨씬 높은 압력으로 공기를 압축한 뒤 폭발하는 만큼 힘도 세고, 시끄럽고, 떨리는 엔진이다. 엔진을 전자제어하고, 흡음재를 덧대고, 실내를 차단시키고, 완충재를 보완하며 대책을 강구하지만 태생적 한계를 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공회전할 때 변속레버가 덜덜 떨 정도였던 옛날 디젤차를 상상해선 안된다. 휘발유엔진과 비교해 약간의 떨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진동은 사라진다. 신나게 달리는 차에서 엔진의 떨림만을 따로 느낄 수는 없는 일이다.
작은 차지만 장애물이 가까이 있으면 경보를 울리는 주차경보 시스템이 있다.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으나 작은 차의 주 고객층인 여성들이나 초보운전자들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는 장치다.
이 차의 디젤엔진은 VGT 방식이다. 배기량 1.5ℓ로 112마력의 힘을 낸다. 1.6ℓ 가솔린엔진과 최고출력이 같다. 그러나 디젤은 토크가 높다. 2,000rpm에서 24.5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낮은 회전영역에서 강한 토크가 살아나 실생활 속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가솔린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일상주행영역에서만 놓고 본다면 디젤이 휘발유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한 수 위라고 할 수도 있다. 초기반응은 더딘 편이다. 하지만 굵은 힘은 꾸준히 속도를 높이면서 차를 이끈다. 시속 140km를 넘나들며 달렸다.
변속기의 오버 드라이브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다. 버튼을 눌러 기능을 해제시키면 rpm이 상승하면서 엔진소리도 박력을 찾는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 효과도 느낄 수 있다. 자동변속기 중에서도 오버 드라이브 효과는 확실한 것 같다.
▲경제성
디젤이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단연 앞서는 경제성 때문이다. 우선 연비가 그렇다. 동급 가솔린에 비해 30% 이상 우수하다. 여기에 하나 더, 디젤 자체의 기름값이 싸다. 계속 인상해 가솔린의 85% 수준까지 경유값을 올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유값이 싸다. 두 가지 변수를 모두 적용해 같은 비용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 보면 디젤이 휘발유의 1.5배는 된다. 1,000원으로 휘발유 엔진이 10km를 간다면 디젤로는 15km를 갈 수 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러나 디젤 모델은 1,146만원과 1,214만원 두 종류로 가솔린 모델보다 가격이 비싸다. 아랫급인 1.5 VGT LX를 기준으로 해도 프라이드 라인업에서 가장 아랫급인 1.4 DOHC보다 306만원, 1.6 SLX보다 148만원 정도 비싸다. 최소한 연료비 차이로 이 정도를 메울 수 있어야 경제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차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경제적인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 디젤엔진의 내구성에 대한 검증은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 볼 과제다. 처음에는 승용차 뺨칠 정도로 조용하고 잘 나가던 디젤차도 시간이 흐르면서 덜덜거리고 시끄러워지는 예가 적지 않아서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