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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양천 계곡을 끼고 10리에 걸쳐 펼쳐지는 비경을 화양구곡이라 한다. |
비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빗줄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흐뭇하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더욱 그윽해지는 풍경이 떠올라서다. 말끔하게 씻긴 모래와 암반, 풍성한 물줄기가 그 곳을 더욱 더 신비롭고 빼어난 경승지로 만들어줄 것이기에‥.
산자수명한 충북 괴산군 일대는 멋과 풍류 넘치는 곳이 많다. 그 중에서도 화양천 계곡을 끼고 10리에 걸쳐 펼쳐지는 화양동 9곡은 빼어난 승경을 자랑한다. 특히 이 곳은 조선 중기의 거유(巨儒) 우암 송시열이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우암은 이 곳의 산수를 사랑해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따 화양동 10리 계곡에 9곡을 정해 이름을 붙였다.
제1곡인 경천벽은 화양1교를 건너 화양동 골짜기로 들어서면서 만나는 첫 장관이다. 높이 솟은 바위가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고 해서 경천벽(鏡天壁)이라 한다. 가파르게 솟은 기암을 보고 있노라면 그 형세가 너무나 절묘해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곧이어 나타나는 운영담(雲影潭)은 화양구곡의 두 번째 절경이다. 경천에서 약 400m 북쪽의 계곡에 맑은 물이 모여 연못인 소(沼)를 이루고 있다. 그 연못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고해 운영담이라 이름했다.
제3곡은 운영담 위쪽 계곡에 있는 희고 둥굴넙적한 바위로 읍궁암이라 불린다. 조선 효종이 승하하자 우암이 슬퍼해 매일 새벽마다 이 바위 위에서 통곡했다하여 읍궁암(泣弓巖)이라 한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우암(尤庵) 송시열은 1633년 생원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해 경릉 참봉을 거쳐 봉림대군의 스승이 됐다. 그 뒤 효종, 현종에게 등용돼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에 올랐다. 서인의 거두로 있으면서 남인과 예론에 대해 서로 다투기도 했다. 한 때 남인에게 몰렸다가 다시 정계에 나와 이름을 떨쳤으며 서인이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되자 노론의 우두머리가 됐다. 1689년 왕세자 책봉에 반대 상소를 했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서 제주도로 귀양갔다. 그 뒤 서울로 심문을 받으러 오던 도중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주자의 대가로서 이이의 학통을 이어받아 기호학파의 중심인물로 활약했다. 성격이 과격해 많은 정적을 두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훌륭한 제자를 많이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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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솟은 바위가 마치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듯한 경천벽. |
제4곡인 금사담은 화양동 9곡 중 가장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물 속에 잠긴 모래가 금가루같다고 해서 금사담(金沙潭)이라 불린다. 읍궁암 동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골짜기를 건너면 바로 금사담이다. 금사담 절벽 위에는 우암이 은거하던 ‘암서재’란 정자가 노송에 묻혀 있다. 우암 선생이 조그만 배로 초당과 암서재를 통했다 하나 현재는 흙에 묻혀 옛모습을 찾기 어렵다. 암서재를 지나 산기슭을 조금 올라가면 채운사라는 작은 절이 나온다.
제5곡인 첨성대는 남쪽 낙양산 기슭에 층암이 겹쳐 대(臺)를 이루고 있다. 경치도 좋을 뿐더러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십m이고 대 아래 ‘비례부동’이란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다. 평평한 큰 바위가 첩첩이 겹치어 있고 그 위에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하여 첨성대라 한다.
첨성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계곡가에 서 있는 큰 바위가 능운대다. 마치 구름을 뚫고 솟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제6곡이다.
능운대를 지나면 계곡에 길게 뻗쳐 누운 바위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누워 있는 것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제7곡 와룡암(臥龍巖)이 나온다.
제8곡은 와룡암 동쪽으로 조금 지나면 만난다. 청학이 집을 짓고 새끼를 길렀다고 전하는 학소대로, 계곡가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에 노송이 울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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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사담 절벽 위에 자리한 절 채운사. |
화양 9곡의 마지막 경치인 파천은 학소대를 지나 상류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계곡 가운데 위치해 있다. 흰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마치 옥쟁반처럼 희고 매끄럽다. 이 곳에 오는 관광객은 누구나 이 넓은 반석 위를 거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학소대 북쪽으로 조금 지나면 이 반석이 오랜 풍상을 겪는 사이에 씻기고 갈리어 많은 세월을 새기고 있다.
*맛집
괴산읍내에 북장 맛 하나로 짜하게 소문난 맛집이 있다. 2대에 걸쳐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원식당(043-832-2012)은 집에서 정성껏 담근 담북장에다 호박, 고추, 파, 쇠고기, 두부 등을 넣고 아주 맛깔나게 담북장을 끓여낸다. 장맛이 좋은 집안은 음식맛이 좋다는 걸 전원식당도 입증하고 있다. 담북장백반 말고 버섯찌개 등에도 집에서 담근 양념을 사용함으로써 담백한 맛을 선보인다. 한우 등심구이(괴산한우), 한우 불고기도 전원식당이 자존심을 걸고 내놓은 메뉴들. 괴산터미널에서 경찰서 방면으로 5분 가량 가면 국제스포츠 건물이 보인다. 전원식당은 그 뒤편에 위치.
*가는 요령
중부고속도로 증평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증평읍내로 들어선다. 592번 지방도로(청안면 방면)를 타고 질마재 - 부흥 4거리 - 금평 3거리에 이른다. 이 곳에서 좌회전해 지방도 592번을 계속 타고 가면 화양1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화양동 종합주차장이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