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아마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날이었으리라. 하늘은 창창하고, 바람은 한 점 없고, 땡볕은 쏘듯이 내리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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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와 숲에 둘러싸인 오어사 전경. |
운제산 기슭에서 수도하던 원효와 혜공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먹물 장삼 벗어던지고 계곡 상류의 시원한 반두석을 찾았던 것은. 그리고 오래간만에 맑은 계곡물에 몸을 담근 터라 슬쩍 장난기가 회동했으리라.
“우리 그 동안 수도한 법력을 한 번 겨뤄 보자”
두 스님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배설한 똥을 다시 고기로 되살리는 시합을 벌이게 됐다. 그런데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물을 거슬러 올라갔으나 다른 한 마리는 살아나지 않았다. 아니 이럴 수가. 누군가의 법력이 모자라 물고기를 되살리지 못했으니 꼼짝없이 살생을 한 셈이 아닌가. 두 스님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살아서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보며 서로 자기가 살린 물고기라고 우겨대기 시작했다.
누가 이겼을까. 원효일까, 혜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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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어사 일주문. |
그 날의 입씨름은 결론이 나지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서로 “내(吾) 고기(魚)”라고 우겨대는 데서 절 이름이 유래됐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에 있는 절 오어사(吾魚寺)에 얽힌 재미있는 내력이다. 재미있는 전설만큼이나 오어사는 정겨움 가득, 운치 가득한 절이다. 규모는 작으나 숲과 물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1961년 절 아래쪽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오어사는 드넓은 호수를 낀 운치있는 절이 됐다. 넓은 호수는 연둣빛 신록에 둘러싸여 에머랄드빛으로 변해 더없이 신비롭다. 절 입구의 돌계단에 앉아 오어지의 물빛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호수 속 청거북이 엉금엉금 기어 나와 용궁이 저쪽이라며 등을 내미는 듯한 착각마저 인다. 장마 때는 절 앞마당까지 물이 차 넘실거려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한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로 처음에는 항사사(恒沙寺)라 불렸다. ‘항하수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세속을 벗어났다’는 의미. 그러나 창건 이후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다만 유적에 의하면 자장과 혜공, 원효, 의상 등 네 조사가 이 절과 큰 인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절의 북쪽에 자장암과 혜공암, 남쪽에 원효암, 서쪽에 의상암 등의 수행처가 남아 있어 이들 네 조사의 행적과 연관을 짓고 있다.
호수 건너 산기슭에 오르면 호수에,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오어사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오어사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최근 건립된 몇몇 당우만 남아 있고, 네 조사에 얽힌 암자도 자장암과 원효암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절 뒤편 높고 험한 벼랑에 제비집처럼 지어진 자장암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게 오히려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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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문양 문살. |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경주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경주시를 감도는 산업외곽도로를 따라 포항으로 이어지는 국도 7번을 탄다. 포항시내에서 신형산교를 건너 구룡포 방향으로 4km 남짓 가면 청림동 청림초등학교 앞 3거리.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오천, 감포로 이어지는 929번 지방도(국도 14번 겸용)가 나온다. 929번 지방도를 타고 오천리를 지나 7.3km 가면 오어사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용산리 LG정유 주유소가 있는 3거리다. 이 곳에서 4.1km 가면 오어사 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포항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수시 운행)를 이용해 오천까지 간다. 오천 구종점에서 오어사행 시내버스를 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