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에 시원한 피서지가 어느 때보다 그립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떠날까. 피서철이면 한 번쯤 해보는 즐거운 고민이다. 산, 바다, 계곡 모두를 거느린 피서지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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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폭포인 쌍생폭포. |
경북 포항시 송라면과 죽장면의 내연산 일대는 이 세 곳을 모두 거느린 1석3조의 피서지다. 태백산맥의 남단부에 속하는 내연산(930m)은 동해를 바라보며 자리잡고 있다. 그 품 안에는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폭포의 향연이 줄을 잇고, 유서 깊은 신라 고찰 보경사가 기다린다.
보경사는 지명법사가 중국에서 불경과 8면 보경을 가지고 와 내연산 아래 용담호에 30m 깊이로 파묻고 절을 세웠다 하여 보경사(寶鏡寺)라 불린다. 명성에 비해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경북 3경의 하나로 일컫는 빼어난 주위 경관이 돋보인다. 울창한 송림이 두터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원진국사비와 사리를 봉안한 부도를 눈여겨 볼 만하다.
보경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12폭포가 저마다 기이한 절벽에서 웅장하게 떨어지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1.5km 정도 오르면 제1폭포인 쌍생폭을 시작으로 줄줄이 폭포가 이어진다.
제1폭포인 쌍생폭포는 두 가닥의 물줄기가 바위를 뚫고 나란히 떨어져 내리는 모양이 더없이 단아하다. 쌍생폭포를 지나 계속 계곡을 오르면 보현폭포(제2폭포), 삼현폭포(제3폭포), 잠룡폭포(제4폭포), 무봉폭포(제5폭포)를 지나 12폭포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관음폭포(제6폭포)와 연산폭포(제7폭포)에 닿는다. 1폭포와 마찬가지로 쌍폭인 관음폭포는 쌍굴인 관음굴과 그 위로 걸린 구름다리가 어우러져 절경을 빚어낸다. 구름다리를 지나 만나는 연산폭포는 학소대라는 암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관음폭포 옆으로 뚫린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은폭, 시명폭, 제1복호폭, 제2복호폭, 제3복호폭(제8~12폭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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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안나이트처럼 이어지는 폭포들. |
폭포가 이뤄 놓은 계곡미와 계곡을 흐르는 차가운 물, 울창한 자연림이 삼박자를 이뤄 무더위를 저 만큼 물러앉게 한다.
내연산에서 나와 연결되는 국도 7번을 타면 동해 남부의 해수욕장들을 골라서 갈 수 있다. 내연산에서 4~5km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월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약 2km로 수심이 얕고 파도가 조용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피서지로 좋다. 칠포해수욕장은 규모는 작지만 동해안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불릴 만큼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2차선으로 곧게 뻗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고운 백사장과 송림이 기다린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을 지나 영해에 이르면 동해의 명사십리로 불리는 대진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송천강이 흐르고 있어 담수욕과 민물고기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별미와 맛집
흔히 말하는 영덕대게는 영덕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강구항이 그 집산지다. 대둔산 골짜기의 50개 물줄기가 모여 이뤘다는 오십천이 동해와 마주치는 곳이다. 진짜 영덕대게를 먹으려면 강구항으로 가라고 말하지만 사실 강구항에 가서도 진짜 영덕대게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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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3경 중 하나인 보경사. |
영덕대게는 강구항에서 삼척쪽으로 바다 밑에서 산맥을 이룬 무화짬과 왕달짬 사이의 수심 120~370m 정도의 해저에서만 서식한다. 등짝에 검은 점처럼 바지락이 눌어붙어 있는데 이 것을 영덕대게의 종표로 삼고 있다. 잡히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6월부터 10월까지는 산란기간으로 보호돼 영덕대게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진짜가 귀하지만 강구항 주변에 자리잡은 식당가에서는 냉동보관한 영덕대게를 팔기도 한다.
주의할 것은 이 곳에서도 진짜 영덕대게보다는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한 홍게와 폭단게가 더 많다. 홍게는 종표가 없고, 폭탄게는 영덕대게보다 다리가 짧다. 암팡지게 꽉 찬 게살과 특유의 풍미를 지닌 영덕대게와 달리 이들은 살이 퍼석퍼석하고 껍질이 두껍다.
백조회타운, 삼다도회타운은 대게탕과 대게찜 전문이다. 축산~강구로 이어지는 중간에 위치한 창포항에는 창포활어횟집(054-734-0051)이 소문난 맛집. 찜과 탕뿐만 아니라 대게를 이용한 갖가지 요리를 선보인다. 대게로 초밥, 전, 김말이, 그라탕, 게장밥, 피자, 샐러드 등 환상적인 맛의 세계를 자랑한다. 영덕대게축제요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2연패한 홍영의 씨가 대게를 이용해 끊임없이 맛을 개발한 덕분이다.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영천 IC에서 빠져 나와 포항으로 가는 28번 국도를 탄다. 포항 입구 안강에서 925번 지방도를 이용해 안강에서 신광을 걸쳐 송라면으로 나오면 내연산으로 가는 보경사 입구에 이른다. 혹은 포항시내에서 동해안 7번 국도를 이용해 영덕·울진방면으로 30.8km 달리면 송라면 소재지. 송라초교에서 보경사 방면 4km를 가면 보경사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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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난 영덕대게.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