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97년 대선 당시 도청테이프와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테이프와 문건에 삼성의 옛 기아자동차 인수 추진설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아차 매각 당시 삼성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기아차 인수설은 삼성의 자동차사업 추진 사실이 알려진 1993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증권가에는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설"이 나돌았으며, 실제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가 10%에 가까운 기아차 주식을 사모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삼성은 또 1997년 7월15일 기아차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지 한달여 만인 같은해 8월22일 "그룹 자동차사업의 조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쌍용 및 기아차의 전략적 인수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보고서가 유출, 공개되면서 또 다시 기아차 인수설에 연루됐다.
삼성은 당시까지 기아차 인수설이 나돌 때마다 이를 부인했지만 보고서는 "기아차 인수 분위기 및 여론을 점차 조성해 나가며, 이를 위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 건의를 강화하고 정부와의 공고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보고서 공개 직후에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폐기된 보고서"라고 밝히는 등 기아차 인수 추진을 계속 부인했다.
삼성은 그러나 1998년 기아차의 매각 방침이 정해져 국제 공개입찰방식에 따라 진행된 3차례 입찰에 제안서를 접수함으로써 기아차 인수에 나섰지만 결국 기아차는 같은 해 10월 현대에 낙찰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음모론"에도 휘말렸다. 1999년 1월 열린 국회 "IMF 환란조사 특위"에서 몇몇 의원들은 기아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으로 정부의 부도유예 대상기업 선정을 꼽는 한편 "삼성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선홍 전 기아 회장도 "삼성의 기아 흔들기로 인해 (97년) 4월 이후 3개월간 종금사들로부터 5천500억원 가량의 단기자금을 회수당했다"고 증언하는 등 "삼성 음모론"을 꾸준히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측 증인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삼성의 기아차 인수 작업이나 삼성과 정부와의 유착설 등을 일체 부인하는 등 그동안 진위 여부가 의문으로 남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