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로드 팔방미인, 디스커버리3

입력 2005년08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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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짚이 있다면 유럽엔 랜드로버가 있다. 두 대륙의 대표선수랄 수 있는 차종들이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SUV다.

SUV는 승용차보다 고객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한번 SUV를 타기 시작한 이들은 대부분 계속 SUV를 타는 경향이 강하다. 뿐만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서 짚이나 랜드로버 등 한 브랜드를 택한 이들은 어지간하면 그 브랜드를 계속 고집한다. 이 같은 현상은 SUV의 성능이나 품질이 우수해서라기보다는 천성적으로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SUV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랜드로버가 디스커버리 3세대 모델의 국내 판매에 나섰다. 89년 첫 디스커버리가 세상에 나온 지 25년만에 손자뻘 차가 탄생한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 라인업의 링커다. 디펜더와 레인지로버를 잇는 허리인 셈. 험로를 제대로 달리는 오프로더이지만 럭셔리 SUV로 온로드에서도 빛을 발한다. 디스커버리는 그렇게 변신을 시도했다.

▲디자인
랜드로버는 원래 세련된 디자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직선을 많이 사용하는 박스 스타일이 랜드로버의 특징. 디스커버리3 역시 예외는 아니다. 듬직한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검정색이 주는 무거운 느낌은 차와 어울린다. 리어 게이트는 재미있게 열린다. 위아래로 이등분돼 열린다. 상하를 가르는 선은 직선이 아니어서 재미있다.

시트는 7인승 3열로 구성됐다. 2, 3열 시트를 누이면 풀플랫이 된다. 성인 2명이 충분히 누워 잘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된다. 시트 조작은 별로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2, 3열 시트는 1열보다 조금 높아 시야가 좋다. 공간처리와 활용은 아쉬울 게 없을 정도다.

럭셔리 SUV라고는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단순한 계기판이 그렇다. 고급스럽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럭셔리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덧댄 무늬목 장식도 어설프다. 차라리 맨살 그대로가 낫겠다.

▲성능
디스커버리3에는 일반 승용차에서는 보기 힘든 장치들이 많다.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필요한 장비들을 더한 것. 대표적인 게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Terrain Response System). 오프로드의 종류를 5개 모드로 정리하고 차의 모든 시스템을 각각의 모드에서 최적화하는 장치다. 차의 높이, 엔진 출력, 경사로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과 변속기 등을 종합적으로 자동 제어한다. 일반도로, 눈길, 진흙길, 모랫길 심지어 바위를 타기에도 적합한 상황을 만들어준다.

오프로드에 들어서서 진흙길 모드로 세팅하니 우선 정지상태에서 차가 높아진다. 움직이는 느낌도 다르다. 6단 변속기를 로 레인지로 세팅하고 움직였다. 느리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정확하고 힘있게 앞으로 나간다. 정교하지만 부드럽지는 않다. 거칠다. 내리막길에서는 변속기에서 소음도 난다. 제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다. 오프로드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이 같은 반응을 접할 때 차에 깊은 신뢰를 느낀다. 차의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믿음이 샘솟고, 이어서 운전자의 의도대로 컨트롤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풀타임 4륜구동에서는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급한 코너를 빠른 속도로 달리면 안된다는 것. 네 바퀴의 회전속도가 달라 4륜구동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마치 브레이크를 잡은 듯 멈칫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장치들이 엔진을 제어하고 전후좌우 바퀴로 전해지는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적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디스커버리3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덜했다. 급경사에 코너까지 타이트한 길을 빠르게 치고 달렸는데 브레이킹 현상은 없었다.

온로드에서는 힘있게 달렸다. 시속 200km를 넘볼 만큼의 고속주행을 할 필요는 없는 차다. 필요한 만큼의 성능은 언제 어디서든 충분하게 낸다. 차가 높아서 코너링에서는 약간의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디스커버리3는 ‘인테그레이티드 보디 프레임(Integrated Body Frame)’ 구조다. 프레임 섀시에 모노코크 방식을 더했다는 것. 모노코크 보디 시스템을 사용하는 최근의 SUV 추세를 따르긴 해야겠고, 프레임 방식의 보디 강성도 확보하려는 의도다.

DMB 방송까지 볼 수 잇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모두 세 개의 리모컨이 있다. 작동법을 익히기까지는 번거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번에 작동되는 게 아니라 버튼을 두세 차례 눌러야 지도를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원래 차에 장착된 시스템으로 국내 지도를 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경제성
디스커버리3의 가격은 7,590만원이다. 연비는 ℓ당 5.9km 수준. 풀타임 4륜구동에 2.7t에 달하는 차의 무게, 게다가 4,009cc인 높은 배기량. 어느 것 하나 연비를 좋게 할 만한 요인은 없다. 경제성만으로 보면 흠잡을 데가 엄청 많은 차다. 그러나 다른 수입 SUV 들과 비교하면 이 차의 상대적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BMW X3 3.0이 7,250만원이고 X5 4.4가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걸 보면 디스커버리3의 가격표는 분명 매력있다. 벤츠의 ML시리즈와 비교해도 그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통 SUV 명가의 가장 잘 필리는 모델이라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조금 더 가격을 높여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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